민주당 여론조작 의심한 김건희 “윤석열 1등, 제발요ㅠ”
박종화 봉지욱 2025년 01월 14일 22시 30분
뉴스타파는 지난 대선 당시 명태균의 여론조사 보고서, 즉 ‘명태균 보고서’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된 사실을 처음 밝혔다. 뉴스타파가 오늘(14일) 공개한 검찰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명 씨는 윤석열 캠프의 고위 인사를 추천하거나 검증했다.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특정 인물이 어떤지 묻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와 명 씨가 국정과 외교 방향을 상의하는 장면도 여럿 나온다.
이에 더해 뉴스타파는 12.3 내란 당시 계엄군이 선관위 외에도 민간 여론조사업체 '꽃'을 장악한 배경을 가늠할 수 있는 대화도 확인했다.
명 씨와 김건희 여사는 대선 때 민주당이 특정 여론조사 업체와 짜고 지지율을 조작하면서 여론 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식의 대화를 수시로 했다. 김건희 여사는 명 씨에게 민주당의 여론 조작에 맞서 자신의 남편 윤석열 후보를 1위로 만들어 달라는 발언도 했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 부부는 명 씨가 불법적인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카톡, "이재명 쪽에서 PNR 여론조사 문제 삼음. 머투에 항의 필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직후인 2021년 7월 4일, 명 씨는 이재명 후보가 윤 후보에 앞서는 여론조사 보도를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한 뒤 “이재명 후보 쪽에서 뉴시스에 의뢰해서 작업한 여론조사”라고 설명했다.
다음 날, 김 여사는 자신이 전달받은 글이라며 “머투(머니투데이) 편집국장이 다음주부터 피앤알(PNR) 여조 중단시킴. 숫자가 이상하다고(윤이 높게 나온다고)”, “이재명 쪽에서 머투에 피앤알 조사 문제 삼아왔음. 그게 통한 듯. 머투에 항의 필요”라고 명 씨에게 보냈다.
2021년 7월 4일,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 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그러자 명 씨는 “제가 정리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김 여사는 “아 다행이네요. 해결 가능한 거죠? 걱정 많이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로부터 일주일 뒤인 7월12일, 명 씨는 여권(민주당)에서 “여론조사를 활용한 민심 조성이 들어갔다네요”라면서 민주당이 “지난 주말에 본인들에게 우호적이지 않게 여론조사가 나오는 언론사나 여론조사 기관은 조사를 중지할 압력을 주었습니다”라며 “공산당 정권이 따로 없어요”라고 비판했다.
김 여사가 “걱정이네요”, “어쩌죠”라고 묻자 명 씨는 “관계 없습니다. 대안을 다 마련했습니다. 해결했습니다”라고 답했다.
다음 날인 7월13일, 명 씨는 장예찬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의 유튜브 영상 링크를 보냈다. 장 전 위원이 ‘선거 개입과 여론 조작이 팩트인가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만들어 올렸는데, 김 여사가 명 씨에게 보낸 카톡과 비슷한 내용이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이는 분명 민주당이나 정부 차원의 아주 강력한 외압이 있었던 건 아닌가. 합리적인 의심, 합리적인 추론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장예찬TV(2021.7.3.)
김건희 카톡, "야당 1후보 반드시 되어야 합니다...제발요ㅠ"
특정 사건을 민주당의 정치 공작으로 규정하는 대화도 다수 확인된다.
검찰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명 씨는 '이동훈 전 윤석열 캠프 대변인이 ‘가짜 수산업자’ 사건으로 경찰에서 조사받은 것과 관련해 당시 ‘여권으로부터 회유를 받았고 이를 거부했다, 이 사건은 정권의 공작이다'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기사 링크를 김 여사에게 보냈다.
이를 본 김 여사는 명 씨에게 “이게 무슨 말인지” 물었다. 그러자 명 씨는 “이준석 대표는 이걸로 밀어붙인다고 전화가 왔습니다”라면서 ‘이준석이 여권의 공작에 대한 진상 규명에 착수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김 여사에게 보냈다. 이 전 대변인의 불미스러운 사건 연루로 윤석열 후보가 곤궁에 처하자, 국민의힘 차원에서 사건 프레임을 '민주당 회유 공작'으로 바꾸려고 한 것이다.
같은 날, 명 씨가 민주당의 “여론조사 작업이 전방위적으로 들어갔다”고 하자 김 여사는 “큰일이네요”라면서 “저보다 남편 통화가 시급하다”, “남편 통화가 끝나면 전화를 드리겠다”고 답했다. 이들은 민주당의 여론조사 작업을 기정사실화 한 채 대응책을 계속 모색했다.
2021년 10월 5일, 김 여사는 홍준표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앞서는 기사가 나오자, “큰일이네요. 이러다 홍한테 뺏기는 거 아닐까요?”라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김 여사가 “홍이 1등은 안 되나요?”라고 재차 걱정하자 명 씨는 “네, 어렵습니다. 내일 자체 조사를 해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여사는 명 씨에게 “야당 1후보는 반드시 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했고 명 씨가 “네 그렇게 만들겠습니다”라고 답하자, 김 여사는 “네, 제발요ㅠ”라고 읍소했다.
이는 명 씨가 여론조사 1등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굳게 믿는 듯한 대목이다.
윤석열도 명태균에게 "이재명·홍준표가 여론조작"
윤 대통령도 민주당의 여론조작을 의심하는 장면이 포착된다. 2021년 9월 24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관련 여론조사 기관’으로 리얼미터, 윈지코리아, 한국매니페스토,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등 4곳과 이곳에서 일하는 이재명 관련 인사들의 이름 그리고 홍준표 캠프에서도 국정원 출신 등이 한길리서치 등에 관여해 여론조작 의혹이 있다는 글을 명 씨에게 보냈다.
2021년 9월 24일,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명태균 씨에게 보낸 '이재명 관련 여론조사 기관' 메시지.
윤 대통령이 12.3 내란 직후 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보낸 이유가 '부정선거 조사'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계엄군은 민간 여론조사업체 꽃도 동시에 장악했다. 어떤 목적으로 민간 업체까지 들이닥쳤는지는 아직까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의 은밀한 대화 내용을 종합하면, 계엄군의 '꽃' 장악도 여론조사 조작을 기정사실화 하고 그 배후를 '민주당'으로 설정해놨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제작진
취재 봉지욱 이명선 박종화
촬영 정형민 최형석
그래픽 정동우
디자인 이도현
편집 김은
츨판 허현재
리서치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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