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트럼프 취임식에 초청받았다?
입력 2025.01.17 15:02 수정 2025.01.17 17:21 김혜미 기자 오이석 기자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민간인 최초로 저와 저의 집사람을 초대했습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지난달 16일, 전광훈 TV)
 
오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립니다. 종교계는 물론 "트럼프 취임식에 초청받았다"는 정·재계 인사들의 발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15일 트럼프 취임식을 앞두고 미 국회의사당 앞에 마련된 행사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지시간 15일 트럼프 취임식을 앞두고 미 국회의사당 앞에 마련된 행사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취임식에 초청을 받았다는 주장이 사실인지 JTBC 팩트체크팀이 살펴봤습니다.
 
① 트럼프에게서 초대받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공식적으로 '트럼프에게 초대를 받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취임식 당일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선서를 하는 무대에 배정된 좌석은 1600석 규모입니다.
 
소위 'VIP석'엔 트럼프 대통령,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과 그 가족들을 비롯해 전직 대통령들과 미국 상·하원 원내대표, 장관 등 귀빈이 앉습니다.
 
그 다음으로 미국 내 외교 사절의 자리가 마련됩니다. 올해 취임식엔 조현동 주미대사 부부가 참석합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역시 트럼프에게 직접적으로 초대를 받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외국 정상으로 드물게 '트럼프의 초대를 받았다'고 알려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진핑 초청을 확인한 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지명자였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시진핑 주석에게 취임식에 대해 (직접) 얘기를 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참석할지에 대해서) 잘 모르겠어요. 그와 취임식에 관해 얘기를 해 본 적은 없습니다. 만약 오길 원한다면, 오시면 좋겠습니다." (12월 16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기자들과 현장 질의응답 중)
 
정확히는 트럼프 대통령 인수위원회의 초청을 받았다고 해야 합니다.
 
② 트럼프 취임식에 공식 초청받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준비위원회의 공식 초청에 따라 워싱턴 방문 일정을 조율 중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14일 페이스북)
 
홍 시장은 16일 트럼프 취임식에 공식 초청받아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절반만 사실입니다.
 
미 의회 합동취임식준비위원회(JCCIC)에서 초청장을 발행하는 것은 맞지만, 위원회가 홍 시장을 직접 초청한 것은 아닙니다.
 
미국 모터레이싱 네트워크(MRN) 진행자인 알렉스 헤이든이 공개한 트럼프 취임식 초청장. 초청 주체는 미 의회 합동취임식준비위원회(JCCIC)다. 〈사진=X 캡쳐〉
미국 모터레이싱 네트워크(MRN) 진행자인 알렉스 헤이든이 공개한 트럼프 취임식 초청장. 초청 주체는 미 의회 합동취임식준비위원회(JCCIC)다. 〈사진=X 캡쳐〉
 
미 의회 합동취임식준비위원회(JCCIC)는 현지시간 13일 위원장 이름으로 발행된 티켓 22만 여장을 미국 상·하원 의원들에게 나눠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무대 위 'VIP석'을 제외한 일반 티켓입니다.
 
자리는 무대를 벗어나 단상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부터 시작합니다.
 
좌석도 있지만 서서 보는 입석이 더 많고, 먼 곳은 서울 시청 앞에서 광화문 앞의 행사를 보는 정도 거리 정도입니다.
 
표에 일단 정해진 주인은 없습니다.
 
위원회는 "각 의원실은 배정된 티켓을 유권자에게 배분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의원들이 받은 티켓은 좌석과 입석이 섞여 있습니다. 미 국회의사당 건물 책임국(AOC)에 따르면 전체 티켓 중 10% 정도(약 2~3만장)가 좌석이 있는 자리고, 나머지는 입석 표입니다.
 
왼쪽은 미국 의회 합동취임식준비위원회(JCCIC)가 현지시간 13일 공개한 취임식 안내표(상하반전). 의사당에서 가까운 곳부터 숫자로 표시된 구역은 좌석, 나머지 색깔로만 표시된 구역은 모두 입석이다. 오른쪽은 2017년 1기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의 모습. (사진출처=JCCIC공식홈페이지).
왼쪽은 미국 의회 합동취임식준비위원회(JCCIC)가 현지시간 13일 공개한 취임식 안내표(상하반전). 의사당에서 가까운 곳부터 숫자로 표시된 구역은 좌석, 나머지 색깔로만 표시된 구역은 모두 입석이다. 오른쪽은 2017년 1기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의 모습. (사진출처=JCCIC공식홈페이지).
 
전직 미 의회 관계자는 "통상 좌석이 있는 티켓은 의원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입석 티켓은 신청을 받아 지역 주민들에게 나눠준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하는 인사들은 인수위원회 인사나 상·하원 의원과 직접적인 인연으로 표를 전달받거나, 관계자를 통해 '건너 건너' 구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다 보니 누구의 초청을 받았다고 명확하게 밝힐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현재까지 자신을 초청한 사람을 명확히 밝힌 국내 인사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트럼프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조정훈·김대식 국민의힘 의원(미 공화당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 정도입니다.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팩트체크팀과의 통화에서 "주미대사관 근무 시절 한국에서 오는 인사들을 위해 미국 상·하원 의원실을 통해 입장권을 수십장씩 구하느라 애를 썼다"면서 "이 표를 얻고선 초청받았다고 말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③ 트럼프 취임식, 아무나 갈 수 없다?
 
취임식 티켓은 원칙적으로는 판매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지시간 17일 팩트체크팀 확인 결과, 이미 미국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이베이'에 트럼프 취임식 티켓이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자리 위치에 따라 장당 100~500달러 정도입니다.
 
꼭 돈을 주고 구입하지 않아도 됩니다.
 
미국 거주자들의 경우엔 각 지역구 의원실에 신청해 선착순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현지시간 17일 미국 전자상거래 사이트 '이베이'에 올라와 있는 트럼프 취임식 티켓 사진. 오른쪽은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티켓 신청 공지. 〈사진=각 홈페이지 캡쳐〉
현지시간 17일 미국 전자상거래 사이트 '이베이'에 올라와 있는 트럼프 취임식 티켓 사진. 오른쪽은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티켓 신청 공지. 〈사진=각 홈페이지 캡쳐〉
 
또 티켓이 없어도, 미국 비밀경호국(SS)이 관리하는 구역 내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행사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취임식에 초청받았다"는 주장에서 ① 트럼프가 직접 초청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며 ② 트럼프 취임 위원회의 공식 초청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자료조사 및 취재지원 : 이채리 박진희, 그래픽:권지영〉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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