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기자들 헛웃음 부른 김용현의 ‘오락가락’ 진술
위헌 포고령 ‘국회‧일체 정치활동’에 ‘입법’은 안 들어간다?
본회의장에 군 없었는데…‘의원 말고 요원 끌어내라 했다’
기자명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입력   2025.01.23 21:24 수정   2025.01.24 10:40
 
▲23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사진=헌재변론영상
▲23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사진=헌재 변론영상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 “반대신문은 자칫 제가 사실이 왜곡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하지 않겠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대행 : “본인이 거부하겠다면 할 수 없는데, 그럴 경우 일반적으로 판사들은 그 증인의 신빙성에 대해서 낮게 평가합니다. 그건 알아서 하십시오. 제가 증인을 강요할 권한은 없지요.”
 
김용현 : “그렇다 하더라도 증언을 거부하겠습니다.”
 
문형배 : “그러면 피청구인 측에서 신문할 사항도 있는데, 그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금 다 못 하셨거든요.”
 
김용현 : “예 그거는……. 피청구인이 하는 거는 하겠습니다.”
 
23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증인으로 나온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지켜보던 장내에서 기자들의 실소가 일제히 터져나왔다.
 
내란 중요임무종사로 구속기소된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 측 주신문에 답변한 뒤, 국회 측 반대신문 차례에 돌연 “증인신문을 거부하고 싶다”고 밝혔다. 재판을 주재하던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이 윤 대통령 측 추가신문도 거부하느냐고 되묻자 ‘그건 하겠다’고 태도를 바꾼 것이다. 휴정 뒤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이 ‘증인이 반대신문에 응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김 전 장관은 이에 따랐다.
 
▲2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증인신문이 열리고 있다. 사진=헌재변론영상
▲2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증인신문이 열리고 있다. 사진=헌재변론영상
 
이날 4차 변론기일은 김 전 장관이 본인이 썼다고 주장하는 포고령과 ‘비상입법기구’ 지시 문건에 나타난 내용을 부정하는 진술로 채워졌다. 이미 실시간 중계로 알려진 비상계엄 당시 국회 상황을 부인하면서 재판관들의 반문을 불렀다. 윤 대통령은 이날 “(비상계엄이) 예상보다 더 빨리 끝났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포고령에 쓰인 ‘국회의 활동’, ‘일체의 정치활동’이라는 표현을 두고 국회의 의결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증언하면서 모순을 불렀다. 김 전 장관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은 정치활동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건 정치활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은 1항에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을 포함해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밝혔다.
 
국회 측이 포고령 1항을 보고 “(과거) 어떤 포고문을 보고 조항을 참조해 넣었는가”라고 묻자 “(1980년) 5월17일 포고령 10호, 거기에 ‘모든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돼 있다”고 했다. 국회 측이 “80년 비상계엄 확대에 대해 대법원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아는가”라고 묻자 김 전 장관은 “기억 안 난다”고 했다. 대법원은 해당 포고령을 비롯한 비상계엄 확대 행위가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김 전 장관은 “피청구인(대통령)도 이것을 보고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엔 “네, 특별한 언급 없었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의원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재판부의 반문을 부르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이 “(김 전 장관이)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것을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원을 빼내라 한 것으로 둔갑시킨 거죠”라고 묻자 “네”라고 답한 것이다. 국회 측이 “‘요원’은 군인인데, 철수하라고 말로 하면 되지 뭘 끌어내는가”라고 반문하자 김 전 장관은 “굉장히 혼잡한 상황을 보고받는 순간 잘못하다 압사사고 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증인신문을 하고 있는 국회 측 대리인. 사진=헌재변론영상
▲2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증인신문을 하고 있는 국회 측 대리인. 사진=헌재변론영상
 
그러나 당시 계엄군은 본회의장에 진입하지 않았고, 의원들만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지난달 6일 “본회의장에 있는 국회의원들을 밖으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항명이 될 줄은 알았지만 (부하들에게) 그 임무를 시키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형식 재판관은 “(계엄군이 본청 유리창을 깨고 들어갈 당시) 어차피 의원들과 관계자만 들어가 있고 시민이나 이런 사람은 안 들어가 있는데 왜 군 병력이 굳이 유리창 깨고 진입했나”라며 “(의원을 끌어내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외부 문에만 배치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이 “그러려 했는데 충돌이 일어났다”고 말했고, 정 재판관은 “들어갔으니 충돌이 생긴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형두 재판관도 김 전 장관 진술의 구멍에 거듭 의문을 표했다. 김 전 장관은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이유가 ‘봉쇄나 침투가 아닌 질서유지 목적’이라고 주장했는데, 김 재판관은 “실제로 보면 국회의장도 출입구로 못 들어가서 담을 넘어 들어갔고 일부 의원은 국회로 못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며 “증인 말씀과 달리 실제로는 국회 봉쇄가 목표 아니었나 하는 정황들이 많이 보인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봉쇄라면 국회의장이 담을 넘으면 안 된다”고 했다.
 
김 재판관이 “국회의원을 막았잖는가”라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중간에 통과 시켰다”고 했다. 이에 김 재판관은 “막았다가, 통과시켰다가, 또다시 막았다”고 바로잡았다. 김 전 장관은 “그건 잘 모르겠다”고 했다.
 
▲2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김용현 전 장관의 증인신문을 지켜보고 있는 윤 대통령. 사진=헌재변론영상
▲2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김용현 전 장관의 증인신문을 지켜보고 있는 윤 대통령. 사진=헌재변론영상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비상입법기구 설치 명령’을 담은 이른바 ‘최상목 문건’에 대해서도 국회를 대체하는 비상입법기구 설치 의도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비상입법기구’는 헌법 76조1항에 나오는 “긴급재정경제처분 및 명령”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나 해당 조문을 보면 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조문은 긴급재정경제처분 및 명령은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만 발령할 수 있고, 이조차 ‘국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이를 지적하는 국회 측 신문에 “그럴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거고, 작성할 때 법조문을 고려 안 했다”고 답해 국회 측이 “그 둘을 구분 못하나” “법조문 찾아봤다면서요”라고 반문했다.
 
김 전 장관은 최상목 문건에서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 지원금, 각종 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 포함 완전 차단할 것”이라고 지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 관련 임금’이 국회의원 급여가 아니라고 했다. 김형두 재판관이 “저기 보면 임금이라 돼 있다. 월급 주지 말라는 것”이라고 재차 확인하자 “국회를 통해 지원되는 단체”로 “부정적으로 나가는 임금 색출, 차단해야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재판관은 ‘국회와 정당활동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 포고령 1호와 해당 조항을 종합했을 때 “결국 가장 주된 목표가 입법기구인 국회 기능을 정지키키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은 증거 채택에 부동의했던 최상목 문건을 김 전 장관을 신문할 때에는 자료로 제시하면서 재판을 주재한 문 소장 대행으로부터 “이건 좀 모순적인 상황 아닌가”고 지적받기도 했다. 결국 윤 대통령 대리인은 해당 문건의 증거채택에 동의했다.
 
한편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은 김어준 씨가 지난달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해 ‘북한군 위장 암살조’를 주장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국방위원회 내부 검토 문건에서 “상당한 허구를 가미해서 구성”했다고 평가했다며, 그럼에도 이를 악용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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