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복귀' 기도하는 목사...가슴 답답한 개신교인입니다
계엄으로 국민 위협하고 경제 위기 초래... 일부 목사들의 언행이 우려되는 이유
25.01.24 13:40 l 최종 업데이트 25.01.24 13:40 l 박정은(bacaswon)
 
김진홍 목사의 글 하나님을 믿기를 바란다면서, 복직을 기도한다는 괴상한 편지글
▲김진홍 목사의 글하나님을 믿기를 바란다면서, 복직을 기도한다는 괴상한 편지글 ⓒ 김진홍의 '아침 묵상' 캡쳐본
 
지난 22일, 참 이상한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지인의 SNS에 공유된 글이었고, 이름도 익숙한 '김진홍' 목사의 '아침 묵상' 중 하나였다.
 
내용은 이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옥중에서 성경을 읽기 원하면서 비서관에게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을 지낸 김진홍 목사의 사인이 있는 성경을 넣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진홍 목사는 정성껏 사인을 하고 성경 한 구절(시편 37편 23절, 24절)을 적어 비서관에게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두레수도원 홈페이지 '아침 묵상'에 그 일과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을 올린 것이다. 그가 올린 글 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나는 성경에 싸인을 하면서 교도소 독방에서 무릎을 꿇고 성경을 읽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을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을 위하여, 나라를 위하여 기도하였습니다...(중략) 나는 윤석열 대통령도 옥중에서 내가 보낸 성경을 읽고 하나님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원합니다. 하나님을 만난 후 새로워진 후 대통령직에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목사의 글
 
가슴이 '콱' 하고 막혀왔다. 언론에 따르면, 그는 평소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을 옹호하며 "탄핵은 취소해야 하고, 이재명은 감옥 가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기독교계의 어른으로 칭송되고, 사회 빈민사업에 평생을 바치며 살아온 그이기에 그의 말에 영향을 받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나는 모태에서부터 신앙을 물려받았으며, 20대 중반까지 부산 지역에서 신앙생활을 해 온 개신교 신도이다. 김진홍 목사의 본받을 만한 삶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던 바이고, 그의 저서를 읽으며 신앙심을 다지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접한 그의 글은 자꾸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어째서 그가 쓴 글이 이토록 기괴하게 여겨지는 걸까? 그는 어떤 근거로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일까?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직무 시절, 윤 대통령은 명품백을 수수한 아내를 두둔하며 불공정의 대명사가 되었고, 채 상병 관련 수사에 외압을 행사함으로 비상식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가장 치명적으로는 명태균 게이트 의혹의 주인공으로서 화젯거리가 되고 있는 와중에,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김건희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 등에 대한 대통령의 수차례 거부권 행사로 더 이상 수사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포한 계엄은 국회를 무력화하고, 국민에게 총과 칼을 들이민 무섭고도 끔찍한 행위였다. 그러나 최근 탄핵심판에 참석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은 경고였을 뿐, 실행할 의지가 없었다'란 취지로 명령을 실행한 사람들에게 내란의 엄중한 책임을 떠넘기는 중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직접 출석해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직접 출석해 있다. ⓒ 헌법재판소 화면 캡춰
 
김진홍 목사가 윤석열에게 적어 보냈다는 성경 구절은 다음과 같다.
 
"여호와께서 사람의 걸음을 정하시고 그의 길을 기뻐하시나니 그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함은 여호와께서 그의 손으로 붙드심이라."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그가 믿고 따르는 신이 윤석열 대통령의 걸음을 정하시고 기뻐하시며, 넘어지더라도 그의 손을 붙드실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기독교의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으로 불린다. 그의 속성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공의의 하나님으로 불린다. 사랑이 속성인 동시에 공의 또한 그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창조한 인간을 사랑하기에 인류의 모든 죄를 용서하기로 작정한 그는 용서하되, 반드시 죄의 대가를 찾는 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그의 하나뿐인 아들 예수의 십자가였다. 죄에 대한 아무런 대가 없이 용서가 가능하다면, 십자가의 사역은 그 의미를 잃게 될 것이고, 기독교의 존립 이유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김진홍 목사의 바람대로 옥중에서 성경을 읽는 윤석열 대통령이 하나님을 믿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기독교의 교리에 따라 그의 영혼은 구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진심으로 하나님을 믿어, 자신의 죄를 낱낱이 고백하고, 진정한 참회의 길로 들어서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내란죄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내란죄에 따른 판결은 형법 제87조에 따라 '사형 혹은 무기징역'이다. 그의 죄가 헌법재판에서 확정된다면, 그가 하나님을 믿고 신도가 된다고 해도, 형법에서 자유로울 법적 근거는 없다.
 
 '12.3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여의도 국회에 투입된 무장 군인들.
▲'12.3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여의도 국회에 투입된 무장 군인들. ⓒ 연합뉴스/로이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진홍 목사는 '그가 하나님을 믿고 다시 대통령의 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기도한다'고 했다. 이것은 기독교계의 유명한 한 인사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얻기를 바랐던 '신앙적 지지'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실제로 '옥중에서 성경을 읽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는 적지 않은 신앙인들에게 그의 죄가 용서받을 만하고, 얼마든지 다시 돌아와도 된다는 신념을 갖게 하고 있다.
 
목사에게 손을 내밀기 전, 그는 천공과 건진법사 등 잦은 주술 논란, 무당과도 가까이했다고 보도되었던 인물이었음을 잊은 걸까?
 
모든 기독교인이 윤석열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이 12월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앞에서 윤석열퇴진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응원봉 불빛을 밝히며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이 12월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앞에서 윤석열퇴진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응원봉 불빛을 밝히며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 권우성
 
목소리를 높이는 일부 종교지도자들이 보수 성향이라고 해서, 기독교 전체가 대통령의 계엄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실제로 내 주변의 신앙인들은 탄핵을 찬성하고 윤석열의 행위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소위 광화문에 나가는 일부 종교 지도자들 때문에 마음의 상처가 이만저만이 아닌 사람들이 많다.
 
일부 지도자들의 현재와 같은 언행은 오히려 종교를 고립시키고, 그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 또한 가지고 있다. 할 말이 없어서 침묵하는 것이 아니며, 다만 분쟁을 싫어하기에 지켜보는 이들도 많다.
 
계엄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계엄령으로 인해 사회는 극한 혼란에 처해졌고, 국민들은 양극으로 심각하게 갈라져 있다.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국격은 바닥으로 치닫고 있고, 환율 상승으로 인한 경제 위기는 바람 앞에 촛불과도 같다.
 
나라의 불운 앞에서 애써 긍정을 잃지 않았던 국민들은 신속히 이루어지지 않은 결말로 인해 적잖은 스트레스 가운데 노출된 채, 긍정보다 우울의 나날을 힘겹게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모든 일을 자초한 이를 향해 '대통령이 제자리에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쓰는 언사는, 헌정질서가 올바로 세워지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무너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12.3 윤석열 내란사태를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집행한 지난 3일 오후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연설하고 있다.
▲12.3 윤석열 내란사태를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집행한 지난 3일 오후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연설하고 있다. ⓒ 유성호
 
김진홍 목사와 전광훈 목사를 비롯해 '목사'라고 불리는 이들의 정치적 언행이 참 경망스럽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신도들은 '목사'가 강단에서 하는 말을 '하나님'이 한 말이라고 믿는 이들이다. 그런데 목사가 하나님의 말도 아닌, 자신의 말을 신중하지 못하게 뱉어서는 안 된다. 그 위험성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21세기의 C.S.루이스라 불리는 팀 켈러(1950-2023)의 말을 인용해 본다.
 
"하나님은 악과 불의를 노여워하신다. 평안과 온전함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페이스북에도 실립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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