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부정선거 망토' 입고 마트까지 진출...국힘갤 좌표 찍고 폭언·욕설
[현장] '탄핵배지' 이유로 온·오프라인 집단 괴롭힘... 노동자들 "극에 달한 테러, 업무 방해" 호소
25.02.06 11:56 l 최종 업데이트 25.02.06 13:29 l 박수림(srsrsrim)
 
 지난달 30일 'Stop the Steal'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두른 여성이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에 나타나 1시간 동안 배회했다.
▲지난달 30일 'Stop the Steal'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두른 여성이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에 나타나 1시간 동안 배회했다. ⓒ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강서지회 제공
 
"어제도 전화가 왔어요. 다짜고짜 '미친X', '대가리에 똥만 든 X' 이런 말을 해요. 단순히 소리 지르는 수준이 아니라 바락바락 악을 쓰고요." - 홈플러스 강서점 고객센터 근무자 B씨
"지난번엔 'Stop the Steal(스탑 더 스틸)'이라고 적힌 망토를 두른 할머니가 와서 셀카봉을 들고 매장을 휘젓고 다녔어요." - 김현원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강서지회 부지회장
 
극우 세력의 온·오프라인 집단 괴롭힘과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를 두고 지난 5일 만난 마트 노동자들이 "테러가 극에 달했다"며 한 말이다. '윤석열 탄핵' 배지를 착용했다는 이유로 이런 피해를 겪고 있는 노동자들은 "온라인으로 좌표 찍기와 가짜뉴스 유포를, 오프라인으로 폭언과 항의 방문 등을 하는 이들 때문에 일반 고객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0년 이상 장기 근속한 직원들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서부지법 사태를 기점으로 이 같은 테러가 극에 달했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은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강서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일상에서 투쟁을 이어가자"는 취지로 '윤석열 탄핵' 배지를 근무복에 부착하고 업무에 임하기로 했다. 마트 노동자들은 한 달이 넘도록 배지를 착용하고 평소대로 근무했으나, 지난달 말부터 갑작스레 집단 괴롭힘과 영업 방해를 겪는 중이다.
 
"박근혜 때도, 후쿠시마 때도 안 이랬다"
 
 5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2층 계산대 풍경.
▲5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2층 계산대 풍경. ⓒ 박수림
 
5일 오전 찾은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은 극우 세력에 이른바 '좌표가 찍힌' 대표적인 곳이다. 이날 마트는 겉으로 보기엔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노동자들의 속사정은 달랐다. 이들은 "극우 세력의 계속되는 괴롭힘과 영업 방해를 참으며 일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계산원인 송보미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강서지회장은 최근 극우 세력에 의해 온라인상에 얼굴이 노출됐다. 송 지회장은 "과거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사진을 몇몇 누리꾼이 모자이크 없이 공유했다"며 "'중국인이다', '화교다'라는 식의 근거 없는 혐오 댓글이 줄을 이었다"고 설명했다.
 
송 지회장은 "지난주부터는 배지를 단 조합원을 보고 화가 난 이들이 고객센터로 하루에 수십 번씩 전화해 폭언을 일삼는다. 고객센터에 걸려 오는 전화의 십중팔구는 항의 전화다. 대면으로는 직접 항의 방문까지 하러 온다"며 "이들을 응대하느라 업무가 지연돼 일반 고객들까지 피해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이곳에서 17년을 근무했다"며 "박근혜씨 탄핵 때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태 때도 배지를 달고 일했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다. 서부지법 사태 이후 괴롭힘이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 강서지회는 지난 1월 30일부터 조합원 보호와 업무 정상화를 위해 조합원에게 배지를 떼고 근무하라고 안내한 상태다.
 
 '윤석열 탄핵' 배지를 단 송보미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강서지회장(오른쪽)과 김현원 부지회장(왼쪽).
▲'윤석열 탄핵' 배지를 단 송보미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강서지회장(오른쪽)과 김현원 부지회장(왼쪽). ⓒ 박수림
 
실제 디시인사이드, 일간베스트(일베), 극우 유튜브 채널 등 온라인에서는 탄핵 배지를 단 마트 노동자들의 기자회견 사진과 함께 "홈플러스 강서점 캐셔가 가슴에 저런 거(배지) 붙인다", "배지 단 직원 목격하면 사진 찍어서 올리자"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이들은 "오늘 꼭 전화하자"며 홈플러스 본사·강서점 전화번호는 물론 불매운동 멘트 등을 공유하거나 "마트 정찰 보고한다", "배지 여부 확인하고 왔다" 등 실제 현장에 다녀왔다는 글을 연이어 올리고 있다.
 
계산원 김현원 부지회장은 "지난 1월 30일엔 등에 'Stop the Steal(스탑 더 스틸)'이라는 문구의 '부정선거 음모론' 망토를 입은 할머니가 휴대폰과 셀카봉을 들고 매장 곳곳을 배회했다"며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평소에 오는 손님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더해 "며칠 전에는 계산대 업무를 보던 중 누군가 저의 얼굴과 명찰이 보이게 촬영하는 것도 느꼈다"고 했다.
 
김 부지회장은 "온라인에서 왜곡된 정보가 유포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기사에 언급된 노조 간부의 이름을 두고 '성씨가 ○씨니까 중국인'이라는 수준 이하의 댓글이 있었다. 당연히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또 "홈플러스 강서점 노동자들이 배지를 다는 게 '취업 규칙 위반'이라는 댓글도 있었는데 강서점 조합원들은 단체협약에 따라 정치활동이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동시에 이렇게? 조직적 움직임으로 보여"
 
 지난 1월 29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에 올라온 홈플러스 강서점 불매 유도 글. 게시글 작성자는 마트 노동자들이 '윤석열 탄핵' 배지 부착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진을 공유(실제 게시물엔 사진이 더 적나라하게 나와 있음 - 기자 주)하며 "미친 거지? 전화기 불똥 터져보자, 각오해라"라면서 항의 전화도 유도했다.
▲지난 1월 29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에 올라온 홈플러스 강서점 불매 유도 글. 게시글 작성자는 마트 노동자들이 '윤석열 탄핵' 배지 부착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진을 공유(실제 게시물엔 사진이 더 적나라하게 나와 있음 - 기자 주)하며 "미친 거지? 전화기 불똥 터져보자, 각오해라"라면서 항의 전화도 유도했다. ⓒ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 갈무리
 
고객센터에서 근무하는 A씨는 대면으로 고객을 응대하면서 중간중간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그는 "이날 오전에도 오픈 이후 1시간 동안 전화가 12번이나 울렸다"며 "항의 전화를 받으면 '왜 배지를 다냐', '사과문을 써라', '북한 사람이냐', '정문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는 등의 말을 듣는다.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이번에는 또 어떤 폭언일지 긴장부터 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B씨는 "1월 29일부터 항의 전화가 늘더니 30~31일 그 건수가 극에 달했다"며 "그런 전화를 한번 받으면 전화를 끊기가 어려워 매장에 오는 고객들을 제대로 응대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어떻게 여러 개인이 동시에 이럴 수가 있는지"라며 "현재 사회 분위기나 여러 정황을 봤을 때, 서울서부지법 사태처럼 (극우 세력이) 강서점을 타깃으로 두고 조직적으로 업무 마비를 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계산원 김아무개씨는 "배지 사건 이후로 고객 응대에 불편함이 있어서 떼긴 했는데, 저희는 정당한 이유로 단 것이었다"며 "배지를 달고 일할 때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저희도 그 배지 구할 수 있을까요?'라고 먼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배지를 다시 달 수 있으면 달고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만난 김 부지회장은 "마트 노동자를 향한 비난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 폭언 등으로 피해자가 계속해서 생기고 있다"며 "집단으로 마트 노동자를 공격하는 극우들의 행태를 멈춰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이후 국민이 너무 극단적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마트노조는 노동자를 향한 괴롭힘이 계속되자 지난 4일 경찰청에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 이용자 등을 명예훼손, 협박 등 혐의로 고발했다.
 
불안한 마트노동자들 "극우세력 경찰고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민주노총 마트노조 조합원 협박, 집단괴롭힘 국힘갤러리, 극우세력 경찰고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 협박 및 집단괴롭힘 국힘갤러리, 극우세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마트노조는 현재 조합원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근무중에는 탄핵 배지를 부착하지 않고 조합활동시에만 착용하기로 변경했다.
▲불안한 마트노동자들 "극우세력 경찰고발"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민주노총 마트노조 조합원 협박, 집단괴롭힘 국힘갤러리, 극우세력 경찰고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 협박 및 집단괴롭힘 국힘갤러리, 극우세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마트노조는 현재 조합원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근무중에는 탄핵 배지를 부착하지 않고 조합활동시에만 착용하기로 변경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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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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