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 현장조사 안 돼"...이유는 '국가안보'
[현장] 시민, 학계, 환경단체 등 4대강 금강구간 현장조사 동행취재
12.03.08 21:50 ㅣ최종 업데이트 12.03.08 21:50  김종술 (e-2580)

▲ 생명의 강 연구단 제5차 4대강 현장조사를 이끈 박창근 단장 ⓒ 김종술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해 부실공사 후유증이 금강정비사업 구간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 가운데 논란이 되고 있는 '균열 등 보 안정성', '세굴현상', '수질 모니터링', '재퇴적 현상' 등을 확인한 결과 공주보에서 보 균열과 세굴현상이 확인됐다.
 
8일 금강을지키는사람들(대전, 충남, 충북, 전북 70여 개 시민사회단체)과 생명의강연구단(단장 박창근 교수)이 금강정비사업구간을 현장조사 한 결과, 부실시공 흔적들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그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지난달 낙동강 검증 때 시공사의 방해가 있었다. 그 때문에 조사단은 인원을 나눠 공주보 하류 좌안을 조사했다. 세굴 현상을 알아보기 위해 하류에서 배를 띄워 수심측정을 하는 등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 공주보 기둥에 수직으로 두곳에 균열이 가서 보수공사를 마친 상태이다. ⓒ 김종술

▲ 공주보 소수력 발전소 안에 누수가 있어 보강 공사를 마친 상태이다. ⓒ 김종술

 
[공주보] 보 균열, 세굴현상, 누수... 붕괴위험
 
오전 8시경, 가장 먼저 찾은 충남 공주시 곰나루 인근 공주보에서는 시공사 관계자가 나와 밑으로 내려가는 일행을 막았다. 박창근 단장은 "안전하게 점검을 할 수 있도록 방해를 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면서 내려가 보트를 강변에 띄우는 동안에 보 안전을 점검했다.
 
박창근 단장과 동행하여 공주보 소수력 발전소를 확인하니 벽면에 방수액이 덕지덕지 흘러나와 있었다. 박창근 단장은 "소수력 발전소 방수 작업을 다시 한 것 같다. 방수 처리도 엉망이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SK 관계자는 "본인이 답변하기에 어렵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이어 박 단장은 "소수력 발전소는 대규모 누수 보강 공사를 한 것으로 보아 대규모 누수가 있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고 질타했다.
 
박 단장은 망원경을 이용하여 기둥을 살피던 중에 공주보 상판 위에서 수문기정(보 기둥)에 수직으로 보강 공사를 한 것을 발견했다. 박 단장은 소수력 발전소 쪽 1번 기둥을 가리키며 "수직으로 8~9m 정도 규모로 균열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시공사 관계자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관계자는 확인 결과 "0.2mm 정도 균열이 발생하여 보수공사를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보 기둥을 확인하던 중에 좌안으로부터 8곳에서 균열이 발견됐다. 박 단장은 "보에 폭 2mm 정도의 균열은 간 것으로 보인다. 법적 기준치는 0.2~0.3mm 정도로, 지금 당장 보에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허용치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콘크리트 양생 과정에서 인지 부실공사로 인한 것인지는 정밀안전 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박 단장은 "지금 당장 문제는 드러나지 않겠지만 내구성이 떨어져, 대략 50년을 견딜 수 있는 구조물이라면 20~30년 정도밖에 견디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의 발표와 달리 현장은 깨지고 부서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보 안전성 검사를 마친 후 박창근 단장과 활동가, 기자들이 보트에 올라 수심측정에 들어갔다. SK 관계자에 따르면 "보 하류 콘크리트로 되어 있는 물받이공은 20m, 이후부터는 바닥보호공이 80m 길이로 120~130kg 정도의 사석으로 되어 있다"고 말했다.
 
보트를 이용하여 수심측정을 마친 박창근 단장은 "평균 수심이 2.2m로 최대 4m까지 나왔다. 보 하류 200m 지점에서 확인한 결과 1.5~18m 정도의 세굴현상이 확인됐다. 낙동강이나 다른 보에 비하면 크지는 않지만, 작년에 금강 쪽에 큰 홍수가 없었던 점을 생각한다면 올 장마철에 비가 올 경우 세굴현상이 더 심각하게 보호공 쪽으로 밀고 들어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1.5m 정도로 세굴이 난 것은 허용치를 벗어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1.5m 정도의 세굴이 났다는 것은 하상보호공 설계를 잘못 했다는 것이다. 구조물이 짧아서 유실된 것으로 보이며, 우안에 대규모 모래를 넣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 넣지 않았으면 더 심하게 세굴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비판했다.
 
박창근 단장은 "세굴 등에 문제가 없다면 그냥 두면 되는데 가물막이를 막고 공사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 보강을 하려는 게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SK건설 관계자는 작년부터 여러 번 측량을 했는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SK건설 관계자는 오후 백제보로 찾아와 "조사단이 떠난 후에 문제가 지적된 장소에서 수심측정을 했는데 50cm 정도에서 파임 현상이 확인했다. 이런 현상은 작업하는 과정에서 중장비 한 바가지 정도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은 "공주보, 백제보 등 보 위와 보트를 이용하여 하류에서 시료를 채취하여 수질 분석을 경남대학교에 맡기기로 했다"며 "충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있는데 못 해준다고 해서 경남대학교까지 가서 수질 분석을 해야 한다. 이런 수질 분석 하나도 도움을 받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실정이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충남도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충남보건환경연구원에 확인한 결과 현장에 참석하여 수질측정을 하고 했으면 분석할 수 있는데 시료를 채취하여 보내온 것은 시료채취 장소 등이 정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고 반론했다.  
 
▲ 세종보에서 출입을 막자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이 출입을 요구하며 불만을 표시했지만 받아 드려지지 않았다. ⓒ 김종술

▲ 세종보에 도착하자 대우건설 관계자들이 몸으로 출입을 막고 있다. ⓒ 김종술

 
[세종보] 국정원에서 보안시설로 개방금지?
 
두 번째로 찾아간 충남 연기군 세종보에는 대우건설 소장이 조사단을 막으며 "소수력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어 국정원에서 보안시설로 점검한 이후에 개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2월 말부터 개방을 하지 않고 있다. 무인시스템으로 밖에서 보는 것은 상관없지만, 울타리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고 막아섰다.
 
박창근 단장은 "공개적으로 조사하기 위해서 민주당 국회의원을 통해 국토부와 수자원공사 측에 '도움은 바라지도 않지만 막지는 않기'로 약속을 받았는데 이런 경우가 어디에 있느냐?"며 "숨길 게 그렇게 많나? 뭐 숨길 게 있다고 못 들어가게 하느냐? 우리가 보기에는 숨기기 위해 막는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또, "위험한 현장이라면 들어가면 안 되겠지만 현장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것은 상당한 유감이다"며 "우리가 들어간다고 없던 세굴이 일어나고 맑은 물이 녹조가 끼고, 멀쩡하던 보가 누수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연이어 비판했다.
 
▲ 백제보 보 중간에서 시민환경연구소에서 수질측정을 위해 시료를 뜨고 있다. ⓒ 김종술

 
[백제보] "보 균열 자연형 어도 유실 가능성" 제기
 
점심 이후에 찾아간 부여군 백제보에는 현장 관계자들이 세종보와 같이 입구를 봉쇄하고 "준공도 안 한 구간이므로 방문 목적을 얘기하고 서명을 한 이후에 본인들의 입회하에 들어가라고 요구하며 막아서자 참석자 모두 서명을 한 이후에 백제보를 둘러볼 수 있었다.
 
박창근 단장은 망원경을 이용하여 보 기둥을 살피던 중에 옆에 있는 GS건설 현장소장을 향해 "균열로 보강공사를 했네요?"라고 묻자 GS건설 조병훈 현장소장은 "덧댄 부분으로, 보강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박 단장은 "물이 넘치고 있어 누수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백제보 상류 보트를 띄워 수심을 측정한 결과 일부 세굴현상이 들러나고 있는 것 같다"며 자연형 어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장마철 홍수나면 절단 나겠는데요. 장마철 흙이 다 쓸려나가고 산책로도 구조물이 붕괴하고 유실되어 서 있든지 어느 곳에 처박혀 있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수를 견디면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바닥을 뒤틀어 놓아서 다 날아갈 가능성이 높으며 홍수가 나서 그냥 두면 5년 정도면 안정화를 찾을 수 있지만, 홍수 이후에 보강공사를 할 경우 10년이 지나도 사면이 안정화를 찾지 못할 것 같다"고 지적하자 조병훈 현장소장은 "풀이 빨리 나주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답변했다.
 
백제보까지 동행했던 정민걸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세종보의 안전 점검과 수질조사를 국정원이 지정한 기밀시설이라며 테러 운운하며 접근 자체를 막는 것은 4대강 사업이 사람이 자연스럽게 걸어서 강물을 즐기는 것을 차단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이제 시민들은 금강의 곳곳에서 익사 위험경고로 강물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금지될 것이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가 강물에 발 담그며 즐기던 곰나루 백사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은 문화 말살이다"고 예측했다.
 
이어 "이제 테러 방지를 구실로 시민의 접근을 원천 봉쇄하는 국가기밀시설까지 금강에 들어선 모양이다. 발생하지 않았다던 공주보 직하류의 세굴 관측은 인위적으로 물의 흐름을 막는 구조물인 보 아래에서 당연히 예상된 것이다. 자연현상이라는 말로 문제가 없는 듯이 말하는 무책임은 없어야 한다. 이런 자연현상이 둔치 시설을 훼손하고 더 나아가 제방에 위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문제가 없는 것처럼 덮기 위한 졸속의 미봉책은 세굴의 양상과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게 해 향후 큰 재앙으로 나빠지지 않게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토해양부는 폐쇄적인 태도를 반성하고 시민조사단과 함께 공개적으로 객관적인 조사를 해 미래에 발생할 수도 있는 재앙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국민의 공복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라고 국토부의 반성을 촉구했다.
 
유진수 금강을지키는사람들 운영위원장은 "금강에 세 개 보 준공을 앞둔 시점에서 준공도 하기 전에 세굴현상이 드러나고 구조물이 균열로 '땜빵'처리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공주보의 가물막이도 눈을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공사로 집중호우 시 세굴현상과 재퇴적 등이 지속해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국민 혈세로 메꿔야 할 텐데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살리기의 허구성이 여실히 들러나고 있다"고 분노했다.
 
▲ 공주보에서 수심 측정을 마친 조사단이 들어 오고 있다. 백제보에 수심측정과 세굴을 책임 졌던 보트, ⓒ 김종술

▲ 충남 부여군 백제보에서 출입을 막자 참석자 모두가 서명을 요구해서 서명을 하고 있다. ⓒ 김종술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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