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윤 대통령, 야당이 박수 안 쳐서 계엄했다?
입력 2025-02-12 20:06 | 수정 2025-02-12 20:06 이준범 기자
앵커
어제 탄핵심판 변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다시 한 번 탄핵의 배경으로, 계엄의 배경으로 야당의 적대적인 태도를 꼽았습니다.
그 근거로 연설을 하러 국회를 찾은 자신에게, 야당 의원들이 박수도 쳐주지 않았다고 말했는데요.
이게 과연 계엄의 이유가 될 만한 일인지, 팩트체크 <알고보니>에서 확인해봤습니다.
이준범 기자입니다.
리포트
대화와 타협을 거부한 건 야당이었다는 주장을 펼친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연설 당시 상황을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어제)]
"아무리 미워도 그래도 얘기 듣고 박수 한번 쳐주는 것이 대화와 타협의 기본인데…"
박수가 없었고, 인사도 거부당한 경험을 길게 설명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어제)]
"전부 고개를 돌리고 있고, 제가 끝나고 악수를 하니까 전부 거부하면서 그 문쪽에 있는 일부만 안면이 있는 일부만 하고…"
대통령이 여러차례 국회를 찾아가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하는 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 본격화됐습니다.
2003년 10월,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노 전 대통령은 의원 다수가 자리에 앉아있는 냉랭한 상태에서 입장했고, 연설 중에는 한 번도 박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2003년 10월 13일 뉴스데스크]
"30여 분에 걸친 연설 도중 박수는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야당 의원들의 외면을 받으며 본회의장으로 들어와 연설 시작 3분 만에 피켓 시위를 벌이다 집단 퇴장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강기갑/당시 민주노동당 대표 (2008년 10월)]
"서민 경제를 파멸의 늪에 밀어 넣는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동참할 수 없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야당 의원들의 손팻말 시위를 둘러싼 실랑이 탓에 예정보다 15분 늦게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정의화/당시 국회의장 (2015년 10월)]
"대통령께서 오셔서 연설할 동안에…저는 이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때는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이 국회 본관 입구에서부터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본회의장 안에서는 현수막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대통령을 향해 X자를 그리고, 듣기 싫다며 귀를 막았습니다.
연설도중 여당 의원들이 박수를 치자 야유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조국 구속시켜라!"
이처럼 국회를 찾은 대통령을 야당이 냉랭하게 대한 건 지난 모든 정권에서 일관된 모습이었지만, 그렇다고 연설을 거부하거나 계엄을 거론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연설 도중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이 반말로 '잘했어'라며 조롱하자 오히려 고맙다고 대꾸하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2005년 2월)]
"다시 확인해 보니까 (정부 경쟁력이) 30위권으로 평가된 자료도 많이 있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2005년 2월)]
"감사합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10월 시정연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조차 하지 않았던 걸 문제삼기도 했는데요.
당시는 이른바 '날리면-바이든' 논란 한 달 뒤쯤으로, 윤 대통령이 비속어를 쓴 대상은 미국이 아닌 우리 국회라고 주장해 야당의 반발을 불러오고도 사과는 커녕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이준범입니다.
영상편집 : 이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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