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류경식당' 공작 '정보사 에이스'는 왜 노상원에 쩔쩔맸나
CBS노컷뉴스 민소운 기자 외 2명2025-02-22 05:00

'12·3 내란사태'의 비선(秘線)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민간인' 신분임에도 계엄 준비과정에서 전권을 휘둘렀다. 특히 그는 진급이 간절한 군인들에게 접근해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꼬드겨 계엄에 가담시켰다.
심지어 '류경식당 집단탈북' 작전을 주도한 정보사 에이스까지도 노 전 사령관에게 쩔쩔맸던 데에는, '진급'이라는 미끼와 수직적인 군대 문화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에 동원됐던 정보사 정성욱 대령은 2016년 류경식당 집단탈북 작전을 최초로 계획하고 성공시킨 일등 공신이었다.
류경식당 집단탈북 사건은 2016년 4월 중국 저장성 닝보에 있는 북한 류경식당 여종업원 12명과 남성 지배인 1명 등 총 13명이 탈북해 한국에 들어온 사건이다.
당시 902부대(현 정보사 100여단 2사업단) 예하 공작팀장이었던 정 대령(당시 중령)은 2015년 1월부터 해당 작전을 기획하고 추진해왔고, 결국 성공시켰다. 그 공을 인정받아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듬해에는 대령으로 진급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 대령은 당시 정보사령관이었던 노상원의 눈에 들게 됐다고 한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군 관계자는 "노상원 입장에서는 정성욱이 '에이스'였던 것"이라며 "그래서 노상원이 정성욱을 점 찍어놓았다"고 전했다.
이후에도 정 대령은 정보사 인간정보(휴민트·HUMINT) 부대에서 20년이 넘도록 공작요원으로 활약을 해왔다.
그러던 지난해 6월, 암초를 만난다.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정보사에서 군무원으로 근무한 A씨가 중국 측에 정보사 소속 해외 블랙요원 명단 등을 유출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해당 부대장(정보사 100여단 2사업단장)이었던 정 대령은 직무 배제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정 대령은 '더 이상 진급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불과 몇 개월 후인 지난해 10월, 실의에 빠진 정 대령에게 노 전 사령관이 접근해왔다. 노 전 사령관은 민간인 신분인데도 이미 정 대령이 직무배제된 것을 알고 있었고, 정 대령에게 "진급하는 데 힘들 수도 있겠다"며 운을 뗐다.
이어 노 전 사령관은 '미끼'를 던졌다. 정 대령에게 "내가 김용현 장관하고 친하니까 도와주겠다"며 "다음에 너가 진급을 하면 되겠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 대령에게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한 서적, 유튜브 등 자료를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까지 정 대령을 불러 노 전 사령관을 도우라고 했다.
정보사의 진급구조상, 대령에서 장군으로 진급하지 못하면 계급정년으로 인해 전역을 할 수밖에 없다. 1명의 장군이 진급하면, 3~4명의 대령들이 전역을 해야만 하는 식이다. 장군 진급을 위한 대령의 서열 역시 정보사령관이 부여하기에, 정보사령관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다 할 수밖에 없다.
진급을 도와주겠다며 국방부 장관과의 친분까지 내세우는 노 전 사령관에 더해 문 전 사령관까지 나선 상황에서 정 대령의 선택지는 정해질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지난해 11월 정 대령은 결국 정보사 100여단 본부의 사업조정단장으로 복귀하게 됐다. 정 대령은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노 전 사령관 등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노 전 사령관은 정 대령에게 '특별한 임무가 있으니 사업(공작) 잘하고 똘똘한 놈을 선발하라'고 지시해 이를 이행하게 했다. 또 계엄 선포 당일 체포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 30명 명단을 전달하고 야구방망이 등 필요한 물건을 준비하게 하는 등 정 대령을 내란 사전준비 과정에 가담시켰다.
노 전 사령관이 이처럼 진급을 미끼로 접근해 계엄 준비에 가담시키는 이른바 '공범화 작업'을 한 대상은 정 대령 뿐만이 아니다. 계엄 성공시 중앙선관위를 장악하려고 노 전 사령관이 꾸린 '수사2단'의 단장으로 지명됐던 구삼회 육군 2기갑여단장(준장) 또한 노 전 사령관에게 소장 진급을 대가로 500만원을 건네고 내란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사 김봉규 대령 또한 진급을 빌미로 접근한 노 전 사령관에게 2천만 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대령은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계엄에 동원할 정보사 요원들을 선발하는 임무와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감금 임무를 부여받고, 계엄 이틀 전인 노 전 사령관 등의 주도로 열린 '롯데리아 회동'에 동원됐다.
한편 정 대령은 CBS노컷뉴스에 진급을 미끼로 자신에게 접근한 노 전 사령관에 대해 "왜 나한테 이런 일을 지시했는지 원망스럽다"며 "평생 공작업무만 해서 법률을 모른 채로 바보같이 상관의 지시를 따른 것이 후회된다"고 털어놨다.(관련기사: [단독]'롯데리아 회동' 대령 첫 심경 고백…노상원 지시는 이랬다, 2월 18일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jebo@cbs.co.kr
카카오톡@노컷뉴스
사이트https://url.kr/b71afn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극우세력에 침탈당한 서울대..'탄반 집회' 주도자들의 정체 - 서울의소리 (0) | 2025.02.22 |
---|---|
잘나가던 서울대 출신 증권맨…서부지법(폭동) 난입 구속돼 '강제퇴사' - 뉴스1 (0) | 2025.02.22 |
[12.3내란] 두 군인...김현태 내란 주요종사자로 부상·공익신고자가 된 곽종근 - 서울의소리 (0) | 2025.02.21 |
'사실상 여론공작 (?)'..여론조사 업체 <공정>·<한국여론평판연구소> 고발 당해 - 서울의소리 (0) | 2025.02.21 |
이권 노다지로 전락한 전광훈 '(극우)反탄핵집회'..알뜰폰·화장품 등 '돈벌이' - 서울의소리 (1) | 2025.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