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연구원에 '오세훈 여론조사' 넘기고, '단일화 개입'도 확인한 검찰
전혁수 2025년 02월 21일 16시 30분
 

 
명태균 씨가 지난 2021년 국민의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상욱 당시 여의도연구원장에게 오세훈 서울시장 관련 여론조사를 10차례 넘게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더해 검찰은 명 씨가 지 전 원장을 통해 서울시장 단일화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도 확보했다.
 
명태균 씨가 여의도연구원에 직함이 있었단 사실은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명 씨는 2020년부터 여의도연구원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그 배경에는 지상욱 원장이 있었다.
 
'자문위원' 명태균, 여의도연구원에 오세훈 여론조사 '제공'하고 수시로 '자문' 
 
이 같은 사실은 명 씨가 2020년 12월 1일, 고령군수 공천 헌금 제공 의혹을 받고 있는 배모 씨에게 "오늘 지상욱 연구원장과 만나 여의도연구원 자문위원이 됐다"고 보낸 메시지에서 드러났다. 이로부터 1년여 뒤, 이번엔 명 씨가 배 씨를 여의도연구원 자문위원으로 위촉되게 해준다. 
 
'명태균 게이트'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명 씨가 2020년 12월부터 2021년 6월 8일까지 지상욱 원장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가 담겨 있다. 이를 통해 명 씨가 어떻게 오세훈 서울시장 선거에 개입했는지 일련의 과정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 명태균-지상욱 카카오톡 대화가 담긴 검찰 수사보고서.
 
2020년 12월 14일 자 카카오톡, 명 씨는 지 원장에게 26장의 사진을 공유하면서 "비공표 여론조사라 보안유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사진은 서울시장 선거 여야 후보 선호도에 관한 조사로 추정된다.
 
명 씨는 2021년 2월 13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여론조사' 질문지를 보내며 "원장님 내일 저녁에 설 민심 동향조사를 서울 지역에 할 예정"이라고 했고, 지 원장은 "네, 반드시 (김종인)위원장님과 승리하는 방법을 택하시고 제게도 알려달라"고 답했다.
 
지 원장이 언급한 '위원장님'은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명 씨는 김 전 위원장과 정치 현안을 논의하는 관계라고 주장한 바 있는데, 지 원장이 이들의 친분 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대목이다.
 
이틀 후인 2월 15일, 명 씨는 또 다른 여론조사 결과 자료를 지 원장에게 전송했다. 지 원장은 자료를 살펴본 뒤 "안철수가 아직도 상수로 나타나는 형태"라고 말했고, 명 씨는 "국민의힘과 단일화 전제가 내포돼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명 씨는 2월 19일, 20일 23일, 3월 4일에도 지상욱 원장에게 서울시장 여론조사 관련 자료를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개입, '명태균-지상욱' 카톡에 구체적 기록 남았다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한창이던 2021년 3월 11일 오전, 지 원장은 명 씨에게 단일화 여론조사 질문 방식에 관해 의견을 물었다.
 
○ 지상욱 : 1. 적합도 (중략) 2. 적합도양보안 (중략)  3. 경쟁력으로 할 경우.
3가지 방식으로 각각 샘플 500샘플로, 재질문 넣고, 즉 모름/무응답 없이.
ARS로 해야? ARS로는 재질문 대신 선택답을 1번2번 두개로?
이 내용에 대해서 그간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자료와 답을 줄 수 있나요?
● 명태균 : 네, 연락 드리겠습니다.
명태균-지상욱 카카오톡 대화 (2021년 3월 11일)
 
당적이 다른 후보가 단일화할 때 여론조사 질문에 당명, 기호 등의 포함 여부, 단어 선택 등에 따라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여의도연구원장이 명 씨에게 자문을 받은 것이다.
 
▲ 2021년 3월 13일 지상욱 당시 여의도연구원장이 명태균 씨와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와 관련해 나눈 카카오톡 대화.
 
명 씨는 3월 11일부터 3월 14일까지 잇따라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를 지 원장에게 보냈다. 명 씨가 실질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머니투데이, 아주경제신문 등 언론과 함께 실시한 공표용 여론조사를 공표 전 미리 보낸 사실도 처음 확인됐다.
 
지 원장은 3월 14일 오세훈, 안철수 두 후보가 박영선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양자대결을 벌일 경우 안 후보가 오 후보보다 더 큰 차이로 박 후보를 앞선다는 SBS 여론조사 보도를 명 씨에게 공유하면서 "안철수가 이걸로 맞불을 놓네"라고 말했다.
 
그러자 명 씨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아주경제신문과 함께 실시한 서울시장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이 조사는 오 후보가 오세훈, 박영선, 안철수 3자 대결시 지지율이 가장 높다는 결과가 나온 여론조사였다.
 
이틀 후인 3월 14일 오전, 명 씨는 지 원장에게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여론조사에 대한 의견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 김종인 위원장에게 보냈던 것과 똑같은 내용의 메시지다.
 
● 명태균 : 위원장님, 안철수와의 단일화는 결렬되는게 최고의 상책이고, 만약 단일화 여론조사를 한다면 이 조건만은 꼭 관철시켜야 합니다.
1. 정당명과 기호가 적시 호명된 적합도 조사로 단일화 해야 합니다.
2. 유선전화 20%, 무선전화 80% 비율로 조사되어야 합니다.
명태균-지상욱 카카오톡 대화 (2021년 3월 14일)
 
그러나 사흘 뒤인 3월 19일 오 후보는 무선전화 100% 단일화 경선룰을 받아들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지 원장은 "이렇게 됐다는데? 안 된다 했는데. 뭐들 하는 건지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명 씨는 "무조건 이긴다"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답했다.
 
지 원장이 "(오세훈 측에) 안 된다고 했다"고 말한 대목에서 오세훈 측이 여의도연구원과 단일화 룰을 협의한 정황이 포착된다. 
 
▲ 2021년 3월 20일 지상욱 당시 여의도연구원장이 명태균 씨와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나눈 카카오톡 대화.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여론조사가 시작된 3월 22일 오후, 지 원장은 명 씨에게 단일화 조사 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줬고, 이날 밤 여론조사가 끝나자 "방금 전 양 기관 조사 완료했다"고 알리기도 했다.
 
다음 날 오 후보가 안 후보를 꺾고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후에는 지 원장이 명 씨에게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와 안 후보의 구체적인 지지율 격차를 알려줬다. 두 후보의 여론조사 결과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공표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밖에도 단일화 협상 진행을 앞둔 3월 18일, 단일화 이후인 27일, 28일에도 명 씨는 지 원장에게 수차례 서울시장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태균 씨가 지상욱 원장을 통해 안철수-오세훈 단일화 과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관여한 사실이 이들의 카톡 대화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 2021년 3월 23일 지상욱 당시 여의도연구원장이 명태균 씨와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나눈 카카오톡 대화.
 
여의도연구원, 미래한국연구소에 깜깜이 기간 여론조사 맡겨
 
앞서 뉴스타파는 여의도연구원이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이 시작된 2021년 4월 1일 명 씨에게 사전투표 관련 용역을 맡기고 비용을 지급한 사실을 보도했다. 그런데 지 전 원장과 명 씨의 카톡 대화에 용역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었다.
 
2021년 4월 4일 지 전 원장은 이 용역과 관련해 "언제쯤 끝나요? 어쨌든 일단 끝나면 주요 수치는 문자로 찍어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지 원장의 재촉에 명 씨는 서울시장 선거, 부산시장 선거 사전투표, 본투표의 예상 득표율을 지 원장에게 보내면서 "오세훈 후보가 14.9%p 차이로 당선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들의 대화를 정리하면, 명 씨는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에 오세훈의 서울시장 선거 전략 수립에 필요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하고,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과정에도 적극 개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대가로 여의도연구원 용역까지 따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명태균 씨에게 도움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과는 오세훈 시장 측 입장과는 다소 배치된다. 지상욱 원장이 오세훈 시장 측이 전혀 모르게 명 씨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은 적어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 전 원장의 카톡 발언만 봐도, 오세훈 측과 여의도연구원이 교감하는 정황이 나온다. 더구나 오 시장이 국민의힘 후보였던 만큼, 여의도연구원이 선거에 개입한 것도 지극히 자연스럽다. 
 
뉴스타파는 지상욱 전 원장의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했지만 통화할 수 없었다. 오세훈 시장 측은 "선거와 관련해 명태균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제작진
취재  봉지욱 이명선 전혁수 박종화 이슬기
촬영  최형석 신영철
편집  김은
그래픽  정동우
디자인  이도현
출판  허현재
리서처  최혜정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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