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명태균 카톡에 '김건희 여사님' 수시로 등장
전혁수 2025년 02월 28일 15시 39분
 
검찰은 지난해 9월 30일 명태균 씨와 강혜경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명 씨가 사용하던 PC 두 대를 확보했다. 이 PC에서 2022년 3월 25일부터 2023년 10월 23일까지 약 1년 7개월간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명 씨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가 복구됐다.
 
두 사람의 대화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 당시 김 지사 공천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담겨있었다. (관련 기사 : 명태균, '컷오프 위기' 김진태에 '김건희 폰번호' 전송)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었다. 김 지사는 당선 전에는 명 씨에게 여론조사 관련 질문을 수시로 했고, 당선 후에는 레고랜드 사태,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등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진태, 명태균에 수시로 여론조사 보내며 조언 구해
 
뉴스타파가 확보한 검찰 수사보고서 2건(2024년 10월 15일, 10월 23일 결재)에는 김 지사가 명 씨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수시로 조언을 구한 정황이 나타난다.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 선출이 진행되기 전인 2022년 3월 28일, 김 지사는 명 씨에게 국민의힘이 강원도지사 선거에 이철규 의원을 차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언론보도를 공유했다.
 
2022년 3월 28일 김진태-명태균 카카오톡
 
이어 자신이 32.3%, 민주당 이광재 전 지사가 27.5%, 국민의힘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9.1%가 나온 춘천 지역신문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이러면 중앙당에서 준비 중인 룰에 의하면 우선공천 되는 거죠?^^"라고 물었고, 명 씨는 "네"라고 답했다.
 
그는 다음날에도 '이철규 차출설'을 담은 조선일보 기사를 공유하며 "조선은 참~~~;;"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명태균-김진태 카카오톡 대화가 담긴 2024년 10월 15일자 검찰 수사보고서.
 
명태균-김진태 카카오톡 대화가 담긴 2024년 10월 15일자 검찰 수사보고서.
 
명태균-김진태 카카오톡 대화가 담긴 2024년 10월 15일자 검찰 수사보고서.
 
3월 30일에는 춘천 지역신문의 강원도지사 여론조사 보도를 보내고, 여론조사 결과 세부자료 사진 15장을 명 씨에게 공유했다. 그러자 명 씨는 "네 의원님. 검토하고 전화 올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황상무 전 수석과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 경선이 진행 중이던 4월 21일, 김 지사는 자신이 양자대결에서 민주당 이광재 전 지사를 앞서고, 황 전 수석은 이 전 지사에게 뒤진다는 내용의 기사를 명 씨에게 공유했다. 그리고는 "이거 보세요. 오늘부터 경선인데 어떻게 보세요?"라며 조언을 구했다.
 
김 지사가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섰던 5월 9일에는 자신이 오차범위 내에서 이 전 지사를 앞선다는 기사를 명 씨에게 보냈다.
 
그러면서 그는 "이기긴 이기지만 3.3% 차이로 좁혀졌는데 개안(괜찮)겠죠?"라고 명 씨의 의견을 물었다.
 
"나경원 정치생명 끝날 수도" 명태균, 김진태에 정치 현안도 조언
 
김 지사가 강원도지사로 당선된 후에도 두 사람의 관계는 계속 이어졌다.
 
김 지사는 2022년 9월 28일 "중도개발공사 회생을 신청하기로 했다"고 발언했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지사 발언으로 정부가 발행한 채권도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채권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명태균-김진태 카카오톡 대화가 담긴 2024년 10월 23일자 검찰 수사보고서.
 
명태균-김진태 카카오톡 대화가 담긴 2024년 10월 23일자 검찰 수사보고서.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2022년 11월 6일 김 지사는 명 씨에게 레고랜드 발언과 관련한 대응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어떤 사람은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강력대응하라고 하는데, 명 씨의 의견은 어떻냐는 것이었다.
 
이에 명 씨는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됩니다. 더 큰 사건들이 몰려와 덮어버립니다"라는 의견을 건넸고, 김 지사는 "그럼 쫌만 기다려보죠 뭐. 옆에서 지원사격좀 시키고 당사자인 저는 좀 빠져있고~"라고 대답했다.
 
2023년 1월에는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새 당대표 선출 적합도 여론조사를 공유하며 의견을 교환했다. 이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의원이 30.8%, 김기현 의원 15.2%, 권성동 의원 2%, 윤상현 의원이 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2023년 1월 1일 김진태-명태균 카카오톡
 
이에 명 씨는 나 의원이 출마하면 정치생명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실제 나 의원은 당대표 경선 출마를 추진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1월 13일 나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기후환경 대사직에서 해임했다. 윤 대통령의 나 의원 해임은 사실상 당대표 출마를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됐고, 결국 나 의원은 당대표 경선에 나서지 못했다.
 
2023년 1월 1일 김진태-명태균 카카오톡  
 
"당선인·여사님께 보냈다"…"와우♥"
 
김건희 여사의 이름도 두 사람의 대화에서 때때로 등장한다. 주로 김 지사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면, 명 씨가 김 여사에게 여론조사를 보내고, 김 지사가 감사 인사를 하는 식이다.
 
강원도지사 선거를 앞둔 2022년 4월 13일, 김 지사는 자신과 황상무 전 수석이 이광재 전 지사와 가상 양자대결을 벌일 경우 자신이 황 전 수석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명 씨에게 전송했다.
 
2022년 4월 13일 김진태-명태균 카카오톡 
 
2023년 1월 13일 김 지사는 리얼미터가 실시한 12월 광역자치단체장 평가에서 자신의 긍정평가가 크게 올랐다는 언론 보도를 명 씨에게 공유했다. 레고랜드발 금융위기 책임론에서 벗어났다는 해석도 담겨 있었다.
 
2023년 1월 13일 김진태-명태균 카카오톡  
 
2023년 7월 15일에는 명 씨가 먼저 김 지사에게 '김진태, 전국 광역단체장 17명 중 지지율 확대지수 2위' 기사를 공유했다.
 
2023년 7월 15일 김진태-명태균 카카오톡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재선 국회의원 출신의 현직 도지사가 수시로 조언을 구할 정도로 명태균 씨가 김건희로 가는 문고리 권력자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대화가 담겨 있었다. 뉴스타파는 김진태 지사의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제작진
디자인 이도현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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