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atidx=58792 

달 보며 외계생명체 찾는 연습중
달에 반사된 지구 빛 분석 성공
2012년 03월 08일(목)

외계인에 대한 궁금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외계인을 발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은 일반인과 달리 우주 멀리까지 볼 수 있는 천문학자들이다. 

▲ 유럽남방천문대의 거대망원경을 이용해 달에 반사된 지구광을 관측하고 대기성분을 알아내는 실험이 최근 성공했다.  ⓒImageToday

이들은 우주에서 지구로 비춰지는 빛을 분석해 대기의 성분을 알아낸다. 외계 행성의 빛에 노란색이 섞이면 나트륨 성분이, 검은색이 나타나면 엽록소 성분이 대기권에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를 천체분광학(astronomical spectroscopy)이라 한다. 

만일 외계 문명이 존재한다면 그들도 우리처럼 분광학을 이용해 지구 대기의 성분을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거대한 거울이 있어서 지구의 빛을 반사시킨다면 지상에서도 지구의 대기를 외계 행성처럼 분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학술지 네이처(Nature) 최근호의 레터(Letter)란에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구현한 논문이 게재됐다. 칠레에 위치한 유럽남방천문대(EOS), 영국 북아일랜드 소재 아르마 관측소(Armagh Observatory), 스페인의 천체물리연구소(IAC) 등 3개국의 연구자들이 작성한 ‘분광계측으로 찾아낸 지구 반사광 속 생명흔적(Biosignature as revealed by spectropolimetry of Earthshine)’이다.

분광편광계측법으로 희미한 빛 증폭시켜

태양이 강렬한 빛을 내뿜으면 지구의 대기와 표면에 부딪혀 반사된다. 이를 ‘지구광(earthshine)’이라 부른다. 달은 거의 편평하고 물이 없기 때문에 거대한 거울처럼 지구광을 거의 그대로 되돌려 보낸다. 연구진은 이렇게 반사된 지구광을 유럽남방천문대의 거대망원경(VLT)으로 관측한 뒤 분광학을 이용해 분석했다.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대기 중에 어떠한 성분이 섞여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특히 검은색 띠가 나타나면 엽록소나 생명체 내의 색소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1989년 나사(NASA)가 발사한 갈리레오 탐사선도 이 방식을 이용해 목성과 위성의 대기를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두 번이나 반사된 빛이기 때문에 강도가 약해 희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먼 우주의 외계 행성에서 발생한 빛은 더욱 약하다. 주변에 밝은 별이 있으면 크게 영향을 받아 관측이 어려워진다.

논문은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과는 달리 행성이 반사하는 빛은 편광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편광기술을 이용하면 눈부신 별빛으로부터 외계행성의 희미한 반사광을 골라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연구진은 빛의 색깔과 강도를 분석하는 기존의 분광 방식에 빛의 분극현상(polarisation)까지도 측정하는 분광편광계측법(spectopolarimetry)을 새로 추가시켰다.

그러자 지구광을 반사한 빛이 더욱 또렷해졌다. 연구진은 유럽남방천문대의 거대망원경을 이용해 파장의 간격을 좁게 설정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편광을 분석했다. 그러나 원하는 만큼의 빛이 반사되려면 때를 기다려야 했다. 지난해 4월 25일과 6월 10일의 이틀만이 지구 표면의 3분의1 가량이 반사되어 최적의 관찰 기회를 제공했다.

 
▲ 연구진이 관측한 방식은 태양이 내뿜는 빛이 지구 표면과 대기에 부딪혀 반사되면 이를 달이 다시 되돌려보내 지상에서 관측하게 하는 방식이다.  ⓒESO

달 관측 연습으로 향후 외계 행성까지 분석

연구진은 달이 반사한 지구의 빛을 외계행성에서 온 빛으로 여기고 색채와 분극 정도에 따라 세밀하게 분석했다. 그래서 지구의 대기권은 부분적으로 구름이 끼어 있고 표면 일부는 바다로 덮여 있으며 식생이 존재한다고 유추했다. 또한 달에 반사된 지구의 빛을 관측할 때의 시간과 위치까지 고려해서 구름에 덮인 부분과 식생의 면적까지도 자세하게 알아냈다.

4월에 실시한 관측에서는 유럽,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대륙에서 반사된 빛이 관측되어 엽록소의 생체흔적을 찾아냈지만, 6월에는 해양 부분만 빛이 반사되어 생체흔적을 거의 감지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방식으로 관측과 분석 기술을 반복하면 더욱 정밀한 수준으로 기법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달이 반사한 지구의 빛을 연습게임 삼아 관측함으로써 향후 외계 행성의 희미한 빛까지도 분석하는 것이다.

논문의 주저자인 마이클 스터직(Michael Sterzik) 유럽남방천문대 연구원은 발표자료를 통해 “분광편광계측을 이용하면 광합성을 기반으로 한 생명체가 외계 행성에 존재하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외계인처럼 지적생명체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계를 그었다.

공저자로 참여한 엔리크 팔레(Enric Palle) 스페인 천체물리연구소 연구원은 “태양계 바깥의 외계 행성에서 생명체를 찾아내려면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첫째로 생명체가 정말 존재해야 하며 둘째로 우리가 충분한 감지 능력과 기술을 갖춰야 한다”며 이번 연구가 감지 능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연구진은 직경이 40미터에 달하는 차세대 유럽 초거대망원경(EELT)이 향후 완성되면 더욱 자세한 관측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전망했다.

임동욱 객원기자 | im.dong.u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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