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북.미, '왕따'된 MB정부
7~9일 뉴욕세미나 '리용호-임성남' 접촉 불발..북.미, '2.29 합의' 이행 속도내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입력 2012-03-11 11:20:32 l 수정 2012-03-11 11:38:38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 ⓒAP/뉴시스

지난달 '2.29 북미합의' 이후 뉴욕과 베이징에서 북미간 연쇄 접촉이 이어진 가운데, 남북간의 접촉 시도가 불발로 그쳤다. 북한이 남한 정부와 대화 자체를 꺼려한 가운데 정부는 북한과 접촉한 미국 측으로 부터 소식을 전해듣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보 구축'을 주제로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미국 시라큐스대 행정대학원과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주최로 뉴욕에서 열린 세미나에는 북한측 6자회담 대표인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참석해 이 대학 학장인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을 비롯해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 등 미국측 고위 인사들과 연쇄 접촉을 가졌다. 

정부도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성남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보냈으나 결국 리용호 부상과는 의미있는 접촉을 갖지 못했다. 리용호 부상은 비공개로 열린 세미나와 미국측 인사들과의 접촉에서 '선(先) 북미관계 해결 후(後) 북핵 해결'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7일 세미나 전 임성남 본부장은 "기회가 된다면 남북 간에도 최근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계제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리용호 부상은 같은날 임 본부장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처음부터 남북접촉 가능성 자체를 일축한 것이었다. 현지 정부 소식통들은 "임 본부장이 세미나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만나지 않겠느냐"는 희망적인 관측을 내놨지만 3일 간 열린 세미나 내내 의미있는 회동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리 부상과 임 본부장이 오찬장에서 자리를 함께 하긴 했으나 내용있는 얘기를 전혀하지 못했다며, 북한측 인사들은 한국측 민간 전문가들과는 자연스럽게 얘기도 하고 편하게 대했으나 정부 당국자들과는 얘기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한국 정부대표들과는 기념사진도 찍지 않으려 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세미나 참석한 정부 대표단은 미국 측으로부터 북미 접촉 내용을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성남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7일뉴욕에 도착해 언론과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리용호 부상은 10일 미국외교정책 전국위원회(NCAFP)가 주최하는 간담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임성남 본부장은 NCAFP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한 뒤 워싱턴DC로 이동해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회동한다.

한편 북미간에는 빠른 속도로 대화가 진전되는 분위기다. 

뉴욕 세미나 뒤 참석자들은 북미관계 개선 가능성을 점쳤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10일 기자들에게 "북한과 미국 간의 관계가 생각보다 빨리 개선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으며, 세미나 특별연설을 한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은 미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리용호 부상이 최근 타결된 북미 합의를 준수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밝혔다. 손학규 전 대표는 "세미나에 참석한 북한과 미국 관계자들의 움직임을 보면 '케리 위원장이 머지않은 시간 내에 북한을 방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베이징에서 열린 북미 접촉에서도 '2.29합의' 후속조치 이행에 진전이 이뤄졌다. 

지난 7~8일 베이징에서 열린 북미접촉에서 양측은 '2.29합의'에서 결론 난 대북 식량지원의 기술적.절차적 문제를 논의했다. 미국측 대표인 로버트 킹 국무부 대북인권특사는 협의 뒤 “매우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대화를 가졌다"며 “이번 협의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으며, 북한측 대표인 안명훈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은 10일 귀국에 앞서 베이징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모든 실무적 문제들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김수권 외교통상부 평화외교기획단장을 7일 베이징에 보내 북미 협의 내용을 킹 특사로부터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우려했던 북한의 '통미봉남'이 현실에서 작동하자 정부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앞서 정부는 '2.29 북미합의'에서 미국 측이 "남북관계의 개선 없이는 미북관계의 근본적이고 완전한 개선은 불가능하다"는 반복된 언급에 기대 남북관계 개선을 희망했으나 '2.29 합의' 이후 열흘이 지난 현재까지 접촉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9일 기자들에게 "남북관계 개선없이는 미북관계의 근본적인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미국이 얘기하고 있다"며 "언론이 통미봉남이라는 과거에 쓰던 용어를 사용하는데 그 용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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