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의혹 양평고속道 용역 '총체적 부실'…감사서 확인
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 2025-03-11 17:52
 
1년 6개월 만에 국토부 자체감사 결과 공개
주요 업무 마쳤는지 등 확인 없이 용역비 지급
국회서 요청한 자료 일부 페이지 누락 제출
원희룡 전 장관 관련 수사는 경찰서 진행 중
 
특정감사 처분요구서 캡처
특정감사 처분요구서 캡처
 
윤석열 대통령 처가 특혜의혹에 휩싸인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안이 제시된 타당성조사의 용역 관리가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
 
과업 수행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십수억 원의 용역비를 우선 지급하는가 하면, 전국민적 의혹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면서 고의로 일부 내용을 누락하기도 했다.
 
경제성 분석도 안 됐는데 '돈부터' 지급한 국토부
 
11일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들을 담은 '서울~양평 타당성조사 용역 관련 특정감사 처분 요구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지난 2023년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자체감사를 요구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양평고속도로 건설은 2023년 6월 노선 종점이 기존 양서면 일대에서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 대거 몰려 있는 강상면 쪽으로 변경 추진되는 사실이 처음 알려지면서 특혜의혹에 부딪혀 사업이 중단됐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타를 통과한 원안 노선의 종점인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일대 모습. 연합뉴스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타를 통과한 원안 노선의 종점인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일대 모습. 연합뉴스
 
국토부 감사관은 전반적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실무자급 담당자들을 포함해 공무원 7명에 대한 징계(5명)·주의(1명)·경고(1명) 처분을 권고했다.
 
이번에 관리 부실로 확인된 건 동해종합기술공사와 경동엔지니어링이 진행한 타당성조사 용역이다.
 
용역사는 대통령 선거 이후인 2022년 3월 29일 타당성조사를 시작해 두 달 뒤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대안 노선을 제시했으며, 그해 11월 1차분 용역을 마쳤다.
 
감사 결과 국토부 도로정책과는 용역사로부터 연구가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살피기 위한 과업수행계획서와 월간 진도 보고서를 기한 내 제출받아야 하는데도, 제출 지시를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국회가 자료 제출을 요구한 2023년 6월에야 용역사로부터 자료를 받았다.
 
용역감독을 임명해 용역사가 과업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했지만, 자체적으로 용역감독을 한 사실도 감사에서 적발됐다.
 
더욱이 1차 용역에서 이행해야 하는 경제적 타당성 분석, 종합 평가 등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국토부는 '용역 100%가 준공됐다'는 내용에 날인한 뒤 용역 대금 18억 6천만 원을 지급했다.
 
발주한 용역의 주요 절차와 내용물을 보지도 않고 돈부터 줬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감사관은 실시되지 않은 3억 3400만 원 상당의 용역 금액을 회수하라는 시정 명령도 함께 내렸다.
 
모두 공개한다더니…종점 변경 검토 관련 자료는 '고의 누락'
 
연합뉴스
연합뉴스
 
국토부 측이 의문 해소를 하겠다며 사업 자료들을 공개하면서 자의적으로 일부 내용을 삭제했다는 의혹도 사실로 파악됐다.
 
감사에서 국토부 담당자들이 국회 등을 통해 공개한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자료를 고의로 4페이지 누락한 게 드러난 것이다.
 
2023년 7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이 본격화되자 국회에서는 자료 제출 요청이 이어졌고, 국토부는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홈페이지에 55건의 파일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용역사는 2022년 3월 작성한 38페이지짜리 과업수행계획서 중 '종점부 위치 변경 검토' 내용이 담긴 4페이지를 통째로 들어낸 파일을 올렸다. 내용 삭제 후 쪽수도 다시 매긴 문서였다.
 
자료 누락이 드러나자 당시 국토부는 "실무진 실수"라고 해명한 뒤 누락된 4페이지를 추가한 파일을 다시 업로드했다.
 
감사 과정에서 국토부 담당자는 '문서에 오타가 있어 국회에 그대로 제출되면 자료 부실 작성으로 인한 신뢰성 문제가 생기고, 노선에 대한 추가 민원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4페이지를 삭제하고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는 취지로 고의 누락을 인정했다.
 
이번 감사 결과를 놓고 일각에서는 실무 공무원 '꼬리 자르기'로 끝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특혜의혹에 관한 근본적 해소를 위해 강제수사나 특검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양평고속道 의혹의 핵심은?…원희룡 전 장관 수사도 관심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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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양평고속도로 의혹의 핵심은 최초 용역사가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노선안의 종점부를 바꾸는 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중앙정부 내 '윗선'의 외압이 있었느냐다. 국책사업 기간 내내 예타안 종점이 유지돼 오다, 윤 대통령 인수위와 취임 시기(2022년 5월)와 맞물려 용역사 담당자가 한 차례 현장 실사를 거쳐 종점 변경 제안부터 이뤄졌다는 정황 등이 언론보도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의혹의 또 다른 한 축은 장래 상위 고속도로와의 연계성이 배제된 세부 경위다. 당초 동서7축에 속했던 양평고속도로는 예타 시기 국내 '최상위' 도로계획인 2차 국가도로망 종합계획 고시에서 춘천선이 있는 동서9축 지선으로 바뀌었는데, 이를 근거로 두 노선이 향후 연계될 가능성을 감안하면 변경안보다 예타안이 유리한데도 종점 변경이 추진돼 의문을 남겼다.
 
용역사 임원도 장래 노선축을 고려하면 "예타안이 더 유리하다"고 국감에서 분명하게 증언했고, 국토부와 용역사 간 주고받았던 사업 공식보고서에서도 장래 노선축 내용이 등장했으나, 국토부는 '지선은 동서9축에 대해 일부 보완할 수 있는 노선일 뿐, 춘천선과 연결하는 계획은 없다'는 취지로 반박해오고 있다.
 
하지만 도로법(시행령 제18조)상 지선 지정 기준은 '인근 도시, 항만, 산업단지 등을 직접 연결해 접근성을 높이거나 교통물류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 해명과는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명확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사안은 CBS노컷뉴스의 연속 단독 보도로 알려진 내용이다.
 
일부 의혹들과 관련한 수사는 경찰에서 진행 중이다. 민주당 경기도당과 시민단체가 2023년 7월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각각 고발, 이후 공수처와 검찰을 거쳐 지난해 7월 이 사건을 배당받은 경기남부경찰청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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