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된 윤석열 승복도, 반성도, 사과도 없었다
이승준,배지현 기자 수정 2025-04-04 20:16 등록 2025-04-04 17:54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키르기즈공화국과의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자리를 뜨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키르기즈공화국과의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자리를 뜨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4일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승복은 없었고, ‘12·3 내란사태’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도 없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법률 대리인단을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며 “많이 부족한 저를 지지해주시고 응원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사랑하는 대한민국과 국민 여러분을 위해 늘 기도하겠다”고도 했다. 공백을 빼고 123자 분량의 입장문은 헌재 결정 2시간30분 뒤에 나왔다.
 
4일 오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인용 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 걸려 있던 ‘봉황기’를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내리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4일 오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인용 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 걸려 있던 ‘봉황기’를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내리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파면 직후 내놓은 첫 메시지인데도 윤 전 대통령은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대놓고 불복을 선언하진 않았지만, 승복하거나 수용한다는 내용도 없었다. 헌재가 12·3 비상계엄 선포를 중대한 법 위반 행위로 판단하고 “주권자인 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고 했지만 그는 사과도 반성도 하지 않았다. 자신을 지지한 이들에 한정한 ‘감사’만 도드라졌다.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헌재의 결정에 유감을 표시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헌재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탄핵심판이 준비기일부터 진행 과정 자체가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불공정하게 진행됐는데 결과까지도 법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또 윤 변호사는 “완전히 정치적인 결정으로 봐서 안타깝다”며 “대한민국과 국민들에게 (선고 결과가) 어떻게 작용할지 참으로 참담하고 걱정스럽다”고 했다. 공식 반응을 내지 않은 대통령실은 정진석 비서실장 등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 15명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으나, 한 권한대행은 모두 반려했다.
 
윤 전 대통령과 대리인단의 이런 태도에, 야당에선 윤 전 대통령이 내란사태로 결집한 강성 지지층을 활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국정 파탄과 헌정질서 유린에 대한 사죄도 반성도 한마디 없었다”며 “오로지 극렬 지지층을 감정적으로 자극해 아직도 본인이 정국을 주도할 수 있다는 망상을 내비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뼈저린 반성과 사과가 먼저”라며 “국민 앞에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법원에서 내란 수괴의 죗값을 겸허히 받는 것만이 윤석열이 대한민국에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파면 이틀 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면서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는다”고 헌재 결정에 승복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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