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공사로 서식처 잃은 큰고니, 남의 일 아냐 - 오마이뉴스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08929&PAGE_CD=N0120

4대강 공사로 서식처 잃은 큰고니, 남의 일 아냐

갑천서 사라진 큰고니... 방동저수지에 나타나

12.03.15 11:07 ㅣ최종 업데이트 12.03.15 11:07  이경호 (booby96)

지난 7일, 대전환경운동연합에서 3대하천 조류조사 결과가 발표했다. 조사결과는 처참했다. 3대하천에서 조류의 개체군이 급감했으며, 원인은 4대강 공사로 진행 중인 3대하천 복원사업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특히 2004년부터 갑천의 탑립돌보와 월평공원 지역에서 매년 관찰되던 큰고니가 관찰되지 않았다. 매년 13~25마리(3개 무리)가 찾아오던 갑천의 탑립돌보와 월평공원에서는 큰고니의 흔적도 찾지 못했다. 조류조사기간 중에만 발견되지 않은 것이라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지역에 새들을 관찰하는 분들의 증언에 따르면, 올해 탑립돌보에서 큰고니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월평공원에서만 약 6마리(1개 무리) 정도만 잠시 관찰됐다. 특히, 매년 장기간 겨울철 서식지로 활용되던 탑립돌보에서 큰고니의 사라진 것은 주목해야 한다. 탑립돌보는 잘발달된 하중도와 강하류의 많은 영양분들이 모이는 곳으로 큰고니의 서식에 매우 적합한 장소였다. 하지만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 등 4대강 공사로 안정적인 서식처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10일, 대전인근에서 방동저수지에서 큰고니 13마리가 관찰됐다. 매우 다행스러운일이다. 갑천에서 서식하던 녀석과 동일한 그룹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전 인근에 비슷한 규모의 집단이 발견된 것 자체는 의미있는 일이다.

 

큰고니 무리는 왜 방동저수지로 갔을까

 

▲ 방동저수지에 나타난 큰고니 갑천에서 서식하지 못하고 방동저수지에서 13마리의 큰고니가 관측됐다. ⓒ 이경호

문제는 큰고니들이 왜 방동저수지로 이동했느냐는 것이다. 고니가 호수에도 서식하는 종이지만, 매년 찾아오던 갑천을 떠나 방동저수지로 이동했다는 것은 한 번 고민할 문제다. 방동저수지는 탑립돌보나 월평공원 같이 큰고니가 자유롭게 채식할 수 없는 곳이다. 수심이 얕은 곳(1m 내외)에서 먹이를 구하기 때문에 수심이 깊은 방동 저수지에서 월동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올겨울 큰고니가 방동저수지에만 서식했다면, 3대하천보다 나쁜 조건 속에서 겨울을 보냈을 것이다. 채식이 어려운 방동저수지에서는 매번 새로운 채식지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요, 다양한 하천 생태계보다는 저수지 생태계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호수의 경우, 깊은 수심 때문에 빛과 산소가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수생식물은 물가 주변 외에 수심이 깊은 중심부에는 없다. 수생식물의 뿌리나 줄기를 먹는 큰고니에게는 얕은 물이 많은 3대하천이 훨씬 더 좋은 채식조건을 가진 곳이 된다.

 

새들의 귀소본능 등을 고려하더라도, 매년 찾아오던 3대하천을 떠나 다른 곳을 찾은 것으로 하여금 지형적인 변화가 있었음을 추론할 수 있다. 조류는 매년 정확하게 지난해에 자신들이 찾아온 곳을 기억해낸다. 매년 그곳을 찾는 귀소본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매년 찾아오던 3대하천을 떠난 것으로 서식지에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큰고니 서식처 이동만 생각할 게 아니다

 

▲ 2008년 찾아왔던 큰고니 갑천 월평공원에 찾아왔던 큰고니 ⓒ 이경호

따라서, 큰고니가 갑천 탑립돌보와 월평공원에서 방동저수지로 월동지를 이동한 것 자체가 3대하천의 생태계의 균형이 악화됐다는 것을 반증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접근성을 높이는 공사와, 각종 중장비들이 이동하는 갑천의 공사 전후 환경이 불안정했기 때문에 큰고니는 갑천을 버리고 방동저수지를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큰고니 같은 깃대종의 서식 형태의 변화는 어류나 저서생물과 수생식물등의 다른 생태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튼 4대강 사업으로 3대하천의 생태계에 변화가 발생한 것은 분명하다. 이게 겨울이지나 봄이 오면서 큰고니들은 다시 고향으로 떠날 것이다. 올 겨울 3대하천에 큰고니가 다시 나타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오랜 기간 지켜봐야 하겠지만, 만약 올겨울에도 큰고니가 갑천을 찾지 않는다면 우리는 큰고니의 서식처를 빼앗은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런 서식처의 훼손은 결국 사람들의 삶의 터전도 해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