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seoulpost.co.kr/news/10477


자나깨나 여자를 주의해야
여자에게 거사를 발설해 신세를 그르친 일우와 소발
 임동주 서울대 겸임교수 (발행일: 2009/08/17 12:38:53)  

고구려 서천왕에게는 용맹한 동생 일우와 소발이 있었다. 그들은 서기 280년 서천왕 11년 당시 숙신(肅愼)의 난을 평정한 일등 공신이었다. 그러나 일우와 소발 모두 논공행상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서기 286년 새해, 일우는 병을 핑계로 온천욕을 하러 가겠다고 왕에게 고한 후 동생 소발을 데리고 백암온천으로 떠났다. 

온천에서 목욕을 하면서 일우가 소발에게 말했다. 

“이제 준비가 거의 끝난 것 같구나. 드디어 거사를 일으킬 때가 되었다.” 
“군사를 일으키면 누가 도성 안에서 내응을 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소발은 형에 비해 신중했다. 일우가 껄껄 웃었다. 
“지금 국상(國相, 지금의 국무총리) 상루가 국정을 전횡하고 있어 대신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올라있다. 특히 부마도위(왕의 사위) 명림홀도는 상루를 시기하고 있다. 우리가 거병하면 명림홀도는 상루를 죽이고 우리 편으로 올 것이다.”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거사를 계획한 후 술을 거나하게 먹고 숙소로 돌아갔다. 소발은 거사가 성공한 양 마음이 들떴다. 그는 곧바로 애첩 향월을 찾았다. 향월이 소발을 맞이하며 물었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사옵니까?” 
“너는 몰라도 된다.” 

갑자기 궁금해진 향월은 소발의 목에 팔을 두르며 갖은 교태를 부렸다. 소발은 그녀의 향기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졌다. 
“이 나라는 곧 나의 수중에 들어 올 것이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소발이 입을 다물자 향월은 고개를 돌리며 짐짓 새침한 표정을 졌다. 그러자 소발이 향월을 달래면서 역모계획을 털어 놓았다. 향월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향월은 국상 상루에게 신세를 진 적이 있어 그를 생명의 은인으로 여기고 있었다. 소발이 거사를 한다면 상루의 목숨이 온전할 리 없었다. 향월은 그날 밤으로 심복을 불러 상루에게 연통을 넣었다. 

상루는 왕과 상의한 끝에 일우와 소발에게 거짓으로 ‘국상을 시켜주겠다 그러니 도성으로 급히 달려와라’ 는 전지를 내렸다. 토벌군을 낸다하더라도 서로 군사들이 많이 다칠 것이 자명했기 때문에 계책을 쓴 것이었다. 결국 이 두 왕자는 국상을 시켜주겠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도성으로 유인되어 처형된다. 

자고로 거사 계획은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된다. 하물며 여자에게 발설해 일을 그르친 게 동서고금을 통해 얼마나 많은가. 몇 년 전 청와대 고위관리도 젊은 여자에 놀아나 신세를 망치기도 했다. 

▣ 서울대학교 겸임교수, 도서출판 마야 대표 (임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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