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대기업, 총선 뒤엔 웃는다...왜?
[총선공약②-경제민주화]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 외치지만 공약 실천할 인물 부재
12.04.05 14:49 ㅣ최종 업데이트 12.04.05 15:10 이주연 (ld84) / 고정미 (yeandu)
▲ 4.11 총선 경제민주화 공약 비교. ⓒ 고정미
4·11 총선을 앞두고 대기업은 '동네북'이 됐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물론이거니와 새누리당도 앞장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및 대기업·중소기업 불공정 거래를 규탄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건 정당들의 필수 코스가 대기업 개혁인 셈이다.
이 밖의 경제민주화를 위한 방안도 '조세 개혁'과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의 권익 보호' 등으로 그 맥을 함께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론에서는 여야의 차이가 명확하다. 새누리당은 "대기업의 자율적 선택을 존중한다"면서 현행 틀은 그대로 가져간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 금융·산업 자본 분리(금산분리) 등 제도의 도입으로 재벌을 직접적으로 규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 현행 틀은 그대로... 대기업들의 탈법 막는데 중점
▲ 4.11 총선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홍사덕(종로), 정진석(중구) 후보 합동연설에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이 찾아 후보들을 지원하며 유세를 벌이자, 정 후보의 지지자들이 환호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새누리당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추구 근절을 경제민주화의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자산 순위 30위 대기업에 대한 정기적인 내부거래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이를 공표하고,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 법집행을 엄격히 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중소기업이 2/3 이상 차지하고 있는 업종에 대한 진출을 규제해 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영역 진출을 방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중대한 담합 행위에 대한 집단소송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내놨다. 추가적인 제도를 도입하기보다 불법·탈법적인 부당거래 등을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또 하나의 방점은 '공평과세'에 찍혔다. 새누리당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현행 4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주식양도차익과세 대상 대주주 범위는 확대하고 파생상품 거래세를 도입해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비과세·감면제도의 정비도 이뤄진다. 과세 표준 1000억 원 초과 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을 14%에서 15%로 올리고 불필요한 비과세·감면제도를 대폭 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소득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을 제고해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직장인에게만 꼬박꼬박 납세하는 현 상황을 바꾼다는 방안도 빠지지 않고 포함됐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정책도 내놨다. 중소기업 대출 시 연대 보증을 폐지하고, '재창업지원위원회'를 신설해 재창업 활성화 지원에도 나선다. 중소기업지원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창구를 일원화하고 통합전산망도 가동한다. 대형유통업체의 중소도시 진입을 '한시적'으로 금지해 골목 상권을 활성화하고, 전통시장의 택배 사업을 육성하고 공공기관 맞춤형 복지비의 10% 이상을 온누리 상품권 구입에 쓰도록 의무화해 전통시장 상권 활성화도 꾀했다. 또한 카드가맹점 수수료를 1.5%대로 인하하는 공약을 내놨다.
문제는, 이같은 공약을 실천할 인물들이 19대 총선에 국회에 입성하느냐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공천 면면을 들여다보면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친재벌 성향의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를 비례 10번으로 배치했고, '부자감세' 정책을 최일선에서 실행한 류성걸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대구 동구갑에 공천했다. SSM(기업형슈퍼마켓) 규제법안 도입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한 '한미FTA' 전도사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강남을에, '감세론자' 나성린 의원을 부산진구갑에 공천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조차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인사는 버젓이 공천하고 정작 개혁을 외쳐온 사람은 공천하지 않으니 국민들이 새누리당의 개혁 의지를 믿겠는가"라고 비판할 정도다.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강력한 제도를 통해 '경제민주화' 달성 목표
▲ 민주통합당 이용섭 정책위의장과 백재현 정책위부의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정책 비전 소개하는 책을 들어보이며 19대 총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민주통합당은 제도를 통한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인 것이 10대 재벌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도(순자산의 30% 한도)를 도입하고, 산업자본의 의결권 있는 주식취득 한도를 9%에서 4% 낮추는 등 금산분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순환출자'를 금지하여 재벌의 소유구조 투명화를 꾀하고, '담합·납품단가 부당인하·일감몰아주기' 등 3대 불공정 거래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3배) 제도를 도입하고 공정위의 전속 고발권을 폐지키로 했다. 이러한 직접적 제도 개혁을 통해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여기에 더 나아가 "'재벌규제법'으로 재벌의 독점을 완전히 해체하겠다"고 나섰다. 출총제 출자한도를 25%로 설정하고, 기업 간 상호 순환출자를 금지한다. 재벌의 금융산업 진출을 금지하기 위해 금산분리를 부활하고, 재벌총수 일가의 사익추구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자본시장통합법과 상법 등을 개정하며, 30대 대기업을 3000개의 전문기업으로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조세개혁에서도 민주통합당은 MB감세에 초점을 맞췄다. 법인세 과표를 현행 200억 원 초과 22%에서 500억 원 초과 시 25%로 조정하고, 소득세 최소세율 적용 구간 역시 과표 3억 원에서 1억 5000만 원 초과로 하향 조정키로 했다. 더불어 음성탈루 소득의 과세를 강화하고 조세 부담률의 적정화로 과세 공평성과 조세정의를 실현해 복지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대기업 집단 계열회사에 대해 법인세 과세를 강화해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제한할 방침이다.
통합진보당은 '부자증세'를 명확히 했다. 1억2000만 원 초과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세율을 인상하고 과세표준 1000억 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 세율을 22%에서 30%로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종합부동산세를 정상화하고 상장주식과 파생상품 양도차익을 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비과세 감면은 축소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확대해 조세 형평성을 확대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승격해 중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한 대기업의 진입 제한을 위해 진입제한 위반에 대한 경영진과 지배주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또한 납품단가 부당인하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을 도입해 불공정 하도급 거래 규제를 강화하고, 대형마트·SSM의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통합진보당 역시 재벌의 골목상권진입 금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SSM 영업시간 제한규정을 확대하고 대규모 점포 개설을 허가제로 바꾸기로 했다. 또한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한미 FTA 폐기를 내걸었다. 소매점과 납품 등 지역 유통망 중소기업적합업종을 지정하고 카드수수료를 1%대로 동결키로 했다. 중소상인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자발적 중소상인조직 등을 육성하고 중소상인을 중심으로 한 지역공동물류체계 확립에 힘쓸 계획이다.
다만, 민주당의 공천에서도 '경제 민주화' 의지가 엿보이지는 않고 있다. 경제민주화특위 위원장이었던 유종일 교수를 공천에서 배제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제민주화 분야에는 홍종학 가천대 교수만이 거의 유일하게 공천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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