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스토킹한 ‘끈끈한 인맥’
등록 : 2012.04.06 15:54수정 : 2012.04.06 21:28
[기획 인포그래픽] 민간인 불법사찰 영포라인·노동부라인 정리
불법사찰에 드리운 ‘비선의 그림자’
이명박 정권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문제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뿐만 아니라 국정원·기무사 등 다른 정보기관도 사찰에 공조한 정황이 드러나고 최고 권력자의 눈에 거슬린 연예인들을 정보기관이 압박했다는 증언도 터져 나왔다.
※이 자료는 클릭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한 ‘인터랙티브 인포그래픽’입니다.
그 진원지인 지원관실을 가동한 것은 특정 인맥들이다. 이명박 대통령 고향인 영일·포항 출신 인사들을 가리키는 ‘영포라인’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고용노동부 출신 공무원들로 ‘고용노동부 라인’이라 부를 만한 인맥도를 그릴 수 있다.
<한겨레> 디지털뉴스부는 6일 참여연대가 지목한 ‘민간인 불법사찰·증거인멸 관련 수사 대상자 명단’을 밑바탕에 깔고 이들이 어떻게 직제와 권한을 무시하고 비선으로 얽혀 사찰을 벌였는지 인포그래픽으로 정리했다. 범위를 넓혀 티케이(TK) 출신 인사들도 표시했다.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을 주도한 문제의 지원관실은 지난 2008년 7월 신설됐다. 총리실 소속이지만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공직자의 부패·비리 등을 감시하는 ‘암행어사’ 역할을 목적으로 꾸려진 조직이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에서 비슷한 구실을 했던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을 2008년 2월 정권 출범 당시 폐지했으나 뒤늦게 조직을 되살렸다. 이 조직이 만들어지던 당시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연일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던 시국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원관실은 공직자 감찰이라는 정해진 업무 범위를 넘어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삼아 사찰을 일삼고 정권의 안위에 위협이 되는 사건에 앞장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원관실은 1국1과7개팀 조직으로 직원 9명, 파견 33명 등 전체 42명으로 구성된다. 구성원 면면을 살펴보면 특정 지역 인맥 출신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것을 알 수 있다. 책임자인 당시 공직윤리지원관 이인규씨부터 포항고 출신으로 ‘영포라인’이다.
김종익(58) 전 케이비(KB)한마음 대표를 비롯해 사찰 대상을 뒷조사하고 미행하는 일을 한 김충곤 전 점검1팀장과 원충연 전 조사관은 모두 경북 포항 출신이다. 이런 식으로 민간인 사찰에 가동된 점검팀은 7개에 이른다. 이인규 전 지원관과 김충곤 전 점검1팀장은 1·2심에서 징역 10월의 실형을 받아 복역 후 출소했다. 원충연 조사관은 사찰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고도 고용노동부로 복직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사찰팀을 관장하고 스스로 ‘몸통’이라고 주장한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도 포항 출신이다. 감찰팀을 사정기관의 사령탑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아니라 고용노사비서관실에서 관리한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양심고백’한 장진수 전 총리실 지원관실 주무관은 “지원관실 특수활동비 가운데 280만원을 매달 이영호 비서관에게 전달했다”고 상납을 폭로하기도 했다.
둘을 엮는 것은 영포라인이라는 비선 조직이다. 민주통합당은 “지원관실 파견 인원을 뽑을 때 이영호 비서관이 직접 면접을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비서관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보를 할 정도로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른 행정관과 다퉈 소동을 일으키면서 “가만두지 않겠다”고 내지를 정도로 청와대 내에서도 기세등등했다.
이영호 전 비서관의 고용노사비서관실 직속 부하인 최종석 전 행정관 역시 포항 출신이다. 증거인멸과 입막음에 대한 장진수 전 주무관의 폭로에서 핵심인물로 등장하는 그 역시 위세가 대단했다. 첫 수사에서 검찰은 그에게 ‘호텔 출장조사’라는 특별예우를 했다.
이인규 전 지원관의 보고 루트인 이강덕 전 민정2비서관실 행정관 역시 포항 출신이다. 경찰 출신인 그는 대통령실에서 치안비서관까지 지낸 뒤 경찰로 복귀해 빠르게 승진했다. 경찰 내 대표적인 포항 인맥인 그는 부산,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지낸 뒤 지난해 11월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화려하게 입성했다. 차기 경찰청장 0순위로 꼽힌다.
이들과 윗선을 연결하는 길목에 있는 인물이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다. 그는 경북 칠곡 출신이지만 ‘영포라인’의 정점에 있는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의 비서관으로 오랫동안 이 의원과 이명박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각종 인사에 간여한 정권 실세로 알려졌다. 그는 사찰이 있었던 당시 총리실 국무차장 자리에 앉아 있어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그의 작품이 아니겠느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새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임태희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정점으로 한 ‘고용노동부 라인’이다. 임태희 전 장관은 고용노동부에서 대통령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두달 가량 지난 2010년 9월 민간인 사찰 사건으로 구속된 총리실의 이인규 지원관과 진경락 총괄기획과장의 가족들에게 금일봉을 전달했다. 임 전 장관은 또 재판 중이던 장 전 주무관에게도 변호사 비용 등 위로조로 4000만원을 전달했다. 사건 입막음에 깊히 개입했다고 볼 정황이다.
4000만원을 전달한 이는 임 전 장관이 대통령실로 옮기기 전까지 그를 보필했던 이동걸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이다. 이 보좌관의 이력은 이영호 전 비서관과 닮았다. 케이티(KT)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2007년 대선 직전 이명박 후보 지지선언을 한 뒤 고용노동부 간부로 발탁됐다. 이영호 전 비서관은 평화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이 대통령 대선 조직인 ‘선진국민연대’에서 활동하면서 이 대통령 당선 뒤 중책을 맡게 되었다.
지원관실 출범을 주도한 이영호 전 비서관을 비롯해 최종석, 이인규, 진경락, 원충연 모두 고용노동부 출신으로 고용노동부 라인은 영포라인과 함께 사찰, 증거인멸의 주요 인물들을 연결하는 ‘비선’ 활동의 중요한 고리다.
글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그래픽 조승현 sh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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