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김용민 사퇴하라? 그건 옳지 않다
[주장] 또다시 발동한 진보진영의 '도덕성 콤플렉스'
12.04.06 21:22 ㅣ최종 업데이트 12.04.06 22:07  강기석 (kskang)

솔직히 나도 젊었을 때는 욕 좀 하고 살았다. 같잖은 상황에 맞부딪칠 때마다 논리적·이성적 판단에 앞서 욕부터 튀어나왔다. 그때는 내 주변 친구들도 거의 나만큼 욕을 잘했다. 우리가 특히 성정이 포악해서 그랬던 것은 아닐 것이다. 수양이 좀 부족했을 수는 있지만 그보다는 젊은 객기에서 '거친 것이 사내답다'는 착각이 작용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거의 욕을 하지 않는다. 주변에서 '젊잖은 사람'이라는 평을 받을 정도다. 내가 한 때 욕을 잘했다는 것을 잘 아는 친구들, 동료들도 지금은 그 사실을 거의 잊어 먹었다. 그들도 지금은 욕을 하지 않는다.
 
결국 세월이 해결해 준 것이 아닌가 싶다. 나이를 먹는 동안 음으로 양으로 수양이 쌓이기도 했을 것이고, 욕으로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지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으로 눈치챘기 때문일 것이다. 늙어서도 함부로 욕을 내뱉는 사람들이 있다면 더 이상 사내답기는커녕, 세상에 못난 '찌질이' 영감으로 보일 뿐이다.
 
청춘이니까 용서되는 것, 노인이니까 눈살 찌푸려지는 것
 
▲ 서울 노원갑에 출마한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가 지난 3월 25일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서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나꼼수 멤버 김어준 총수, 주진우 기자와 함께 필승을 다짐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남소연

이번 총선에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김용민이 젊었을 때 막말을 좀 했다 해서 논란을 빚고 있다. 하나는 부시와 라이스, 럼즈펠트 등 전쟁광들을 좀 어떻게 해 보자는 이야기 중에, 또 하나는 서울광장에 출몰하는 노인들을 좀 어떻게 해 보자는 이야기 끝에 나온 장광설이다. 내 생각으로도 좀 심한 비유를 구사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그가 자진사퇴해야 한다느니, 민주당이 그를 사퇴시켜야 한다느니, 민주진보 진영까지 나서서 아우성치는 것은 정상을 벗어난 것이 아닌가 싶다.
 
늘 반복되는 패턴, 진보진영의 한 술 더 뜨기
 
도대체 과거의 막말 때문에 지금의 김용민이 국정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논리가 어떻게 성립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당시 김용민의 나이는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이었다. 그렇다고 부시는 물론 클린턴까지도 철이 덜 들었을 때 마약을 했다는 에피소드를 들먹이거나, '젊었을 때 막말 한번 해 보지 않은 자, 김용민에게 돌을 던지라'는 논법으로 그를 변호하려는 것 역시 아니다.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온갖 여성 비하를 자행해 온 수많은 새누리당 의원들과 후보들을 일일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타기'를 시도할 의도도 전혀 없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누구나, 그것이 진보가 됐든 퇴보가 됐든 변화하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8년 전 그때 김용민은 누구나 인정하는 실력과 진보를 향한 열정에도 보잘것없는 학벌 때문에 주류 방송으로부터 외면당한 채 고작 인터넷 성인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었다. 차츰 실력을 인정받아 주류방송에서도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맡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가 결정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나는 꼼수다>(<나꼼수>)를 통해서였다.
 
그는 <나꼼수>에서도 '씨바' 'XX지 마' 등의 용어를 거리낌없이 구사했다. 솔직히 나는 <나꼼수>에서 '씨바' 혹은 'XX지 마' 등의 소리를 들을 때 마다 불쾌하다기 보다는 머리칼이 쭈삣 설 정도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편이다. 내가 그런 소리들을 욕설이 아닌 일종의 '추임새'로 받아 들이는 것이, 별 악의없이 욕을 입에 달고 살았던 내 젊은 날의 추억 때문인지, 지금도 가끔씩 후련하게 욕 좀 하고 싶은 잠재의식의 발로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김용민이 주류방송에서도 막말을 했거나 'XX지 마'를 남발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방송의 제작 방식과 전달 형식, 목표로 삼는 청취자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한 번 더 솔직해지자면, 내가 만일 그때 그 인터넷방송을 들었더라면 그때도 역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킬킬 웃었을 것이 분명하다. 김용민에게 상황을 살피고 자리를 가리는 능력이 있다면 내게도 주류방송을 들을 때의 자세, 인터넷방송을 들을 때의 자세를 달리할 만한 능력이 있는 것이다.
 
진화하는 김용민의 균형감각, 과거에서 미래로
 
▲ 과거의 여성·노인 폄하 발언으로 입방아에 오른 민주통합당 김용민 노원갑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한 경로당을 방문해 할머니에게 사죄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럼에도 지금 '김용민 사퇴'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은 또다시 '조중동 프레임'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국기를 뒤흔들만한 불법사찰사건에는 이리 빼고 저리 빼던 조중동이 김용민에 대해서는 '옳지, 잘 걸렸다'며 사태를 확산시켰다. 그러자 진보진영의 도덕성 콤플렉스가 뒤늦게 작동한 것이다. 그리고는 김용민을 변호하는 쪽을 '진영 논리'에 함몰된 것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정작 '진영 논리'에 빠진 것은 <경향신문>, <한겨레>, 진보진영의 일부 도덕군자들인 듯하다. 그들의 논지에는 선거국면에서 전체 야당진영에 불리하니 사퇴하라는 안타까움이 절절히 배어 나온다. 
 
참으로 유권자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겉으로는 아니라고 손사래 치면서도 속으로는 아직도 조중동의 위세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부시와 라이스를 죽이기 위해 연쇄살인범을 파견하자"거나 "시청역에 엘리베이터를 없애고 4층 계단을 만들자"는 등 8년 전 인터넷 성인방송에서의 진한 농담을 '여성모독' '노인 폄훼'를 뜻하는 진담으로 받아들이자고 부르짖는 부류가 조중동과 그 일당 말고 또 누가 있을까.
 
"그래! 그렇지"라고 맞장구치는 이들은 오래전에 이명박을 찍었고 이번에도 새누리당을 찍겠다고 이미 작정한 사람들이라는 것이 내 확신이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이번 사안을 놓고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따지는 쪽으로 논의가 흘러가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 사안을 놓고 사퇴를 강요하는 것이 옳은가, 그른가로 가야 한다. 그 결론은 사퇴는 안 된다는 것이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젊었을 때의 표현의 미숙함은 사과와 자숙으로 족하다. 사실 김용민은 지금 사퇴를 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처음부터 출마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 선거구에는 웬만한 인물 누가 나가도 이길 수 있으니 말이다. 애초 김용민은 <나꼼수>를 잘 만드는 것이 국회의원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 돼 버렸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김용민에게 돌려줄 차례다.
 
"김용민, 쫄지 마! 씨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진실의 길> <프레스바이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 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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