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님 예쁘던데요' 정봉주·김어준도 사찰당했다”
[현장] 7일 서울광장 나꼼수 폭로 "김용민 심판할래 이명박 심판할래, 유일한 방법 투표뿐"
박새미 기자 | psm@mediatoday.co.kr
“ 정봉주가 사찰 당했던 여러 가지 사례가 있는데 그 중에 재밌는 게 있다 . 이것은 사찰로 나온 결과이다 . 어느 날 정봉주에게 새벽에 전화가 왔다 . ( 신원불상의 사람이 ) 조용한 목소리로 ‘ 따님이 예쁘던데 , 따님이 5 학년이죠 ?’ 라고 물어봤다 . … 저한테도 가끔 ‘ 밤길 조심하라 ’ 는 그런 전화가 걸려올 때가 있다 ”( 김어준 ‘ 나꼼수 ’ MC)
나꼼수 멤버들이 정부로부터 사찰 당했던 사례를 밝혔다 . 7 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투표 독려 ‘ 개념 찬 콘서트 ’ 에서 ‘ 나꼼수 ’ 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출연해 사찰 당한 경험을 털어놨다 .
김 총수는 이어 “ 정봉주 의원은 ‘6 학년인데요 ’ 라고 대답했다 ” 고 말해 웃음을 끌어냈지만 사실 이는 그저 웃어넘길 얘기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의 생활과 안전을 위협하는 민간사찰의 단면을 단적으로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 주진우 기자가 본인의 사찰 당한 경험을 털어놓던 중 순간 말이 끊기는 모습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은 엿볼 수 있었다 .
김 총수는 “ 주진우가 최근 책을 쓰기 위해 오피스텔을 하나 얻어 두 달간 기거했고 여기에 김용민과 저도 드나들었다 . 그런데 어느 날 검찰에 정보 보고가 올라갔다 ” 고 밝혔다 .
이에 주 기자는 “ 사실 그곳 ( 오피스텔 ) 에 가게 된 이유도 집 앞에서 서성이는 검은 잠바 입은 남성들 때문이었다 . 그리고 저와 통화하는 사람들 좌천시키고 핍박하는 그런 사람들 때문이었다 ” 며 “ 그래서 다른 건 못 지켜도 가족 .. 모르겠어요 , 못 지켰습니다 ” 라고 털어놓던 와중 가족 부분을 언급하며 복잡한 심경을 보였다 .
이어 “ 그런데 ‘ 주진우가 어느 동네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서 뚱뚱한 여성 ( 김용민 ) 과 산다 ’ 는 정보 보고가 , 또 다른 정보기관에서는 ‘ 주진우가 부인과 별거하고 어떤 덩치가 큰 파마머리 여성 ( 김어준 ) 과 살고 있다 ’ 는 정보보고가 떴다 ” 고 밝혔다 . 이뿐 아니라 “ 저희가 있는 곳에 구청 직원이라고 전화해서 ‘ 언제부터 있었냐 , 뭘 하고 있었냐 ’ 하나하나 뒤지고 있다 ” 며 “ 저희 전화기는 실시간으로 엄중히 감시되고 있다 ” 고 말했다 .
최근 일부 증거가 드러난 ‘ 청와대 민간 사찰 ’ 의 한 면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4월 11일 총선거일 투표하러 가는 것만이 숨어 있는 각하를 끄집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시청 앞에 위치한 서울광장의 너른 공간은 낮부터 늦은 밤까지 수많은 시민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왁자지껄한 모습을 이뤘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축제로 만들기 위한 각종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수많은 갖가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이날 결론은 결국 하나로 집약됐다. ‘4월 11일 투표하자!’는 것이다.
이날 오후 서울광장에서는 언론파업 기자 지원을 위한 ‘프리마켓’, 2012총선넷과 함께하는 ‘프리부스’ 등에 이어 저녁 7시부터는 2012총선유권자네트워크가 ‘투표 참여 독려’를 위해 주최한 ‘개념 찬 콘서트’라는 대규모 공연이 펼쳐졌다.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인증 샷’을 찍어주는 부스에는 가족단위, 연인들이 많이 찾아와 인증 샷을 찍어갔다. 또 오후 6시 30분경에는 ‘Vote for you! Everybody Shuffling’라는 이름으로 서울광장 한 켠에서는 ‘투표에 안달난 청춘들’이 셔플댄스를 함께하는 흥겨운 시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날 서울광장에는 주최 측 추산 2만 명가량(경찰 추산 5천여 명)의 시민이 모여들었다.
▲ 한 아이가 파업 중인 언론 노동조합원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적고 있다. @박새미
특히 이날 어린 아이를 데려온 가족 단위와 유모차를 끌고 젊은 부모 층이 눈에 띄게 많았다. 언론 파업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쓰는 부스에는 어린 남자아이가 메시지를 쓰기도 했다. 아이의 어머니인 경기도에서 온 39세 여성은 “파업중인 언론 노동자들을 지지한다”며 “이 애가 3살일 때 2008년 촛불시위도 데리고 왔었다”고 밝혔다.
연년생의 두 어린 형제를 데려온 아버지 이아무개씨(41)는 “옛날에 우리 데모할 때 최루탄을 맞으며 했는데 이렇게 공연을 통해 한다니 보러 왔다”며 “파업하는 언론 노동자들이 어려우니 바자회하는 물건도 사주기 위해”라고 밝혔다.
▲ KBS, MBC, YTN 방송사 파업 지지 인증샷용 현수막을 구매해 걸친 형제. @박새미
광장 곳곳에서는 MBC·KBS·YTN 노조의 투쟁을 지지하기 위한 부스 뿐 아니라 ‘KTX 민영화 저지 서명 운동’ 부스, ‘론스타 먹튀’ 국정조사 실시를 주장하는 론스타 공동대책위원회의 부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역사 왜곡 규탄’ 서명 부스,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을 비판하는 퍼포먼스 등이 펼쳐졌다.
▲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대응을 풍자하는 퍼포먼스. @박새미 기자
또 지난 3월 1일부터 시청광장에서 사용료를 지물하고 텐트 노숙을 하고 있는 ‘OCCUPY 대학생 운동본부’ 대학생들이 앉아 있는 모습, 2009년 정리해고 이후 수년 간 투쟁해온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원들의 부스도 눈에 띄었다. 한편 시청광장의 건너편인 대한문 옆에는 지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의 분향소가 설치돼 있기도 했다. 지난 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된 쌍용자동차 해고자 이아무개씨(36)를 포함, 22명의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한 분향소다. 이날 서울광장 일대는 마치 현 사회의 주요 문제를 드러내주는 집합소 같은 모습이었다.
일산 시민 안아무개씨(51)는 “서울광장이 시민들 품으로 돌아왔다는 게 고맙다”며 “건전한 토론을 통해야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 “말도 안 되는 거지. 그만큼 정부가 얼마나 자신이 없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 하나로 완전히 박정희 시대로 역사를 거꾸로 돌려 버렸다”고 비판했다.
▲ 7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투표 독려 '개념 찬 콘서트'를 관람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서울광장에 모인 수많은 시민들은 저녁에 쌀쌀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다들 얼굴을 빛내며 공연을 관람했고 즐겁게 화답했다. 미취학 아동부터 대학생, 백발의 노년층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채로운 연령대와 직업군의 시민이 뒤섞여 호흡을 같이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공연연출가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가 진행을 맡은 이날 콘서트에는 출연진으로 YB(윤도현 밴드), 김C(뜨거운 감자) 그리고 안녕바다, 엑시즈, 카피머신, 루싸이트 토끼, SAZA최우준 등이 참여해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투표해서 주인의 권리를 찾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선거를 축제처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 가수 김C(밴드 '뜨거운 감자')가 '개념 찬 콘서트'에서 공연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가수 김C는 “예전에 책을 읽다가 ‘한 국민은 그 국민의 수준에 걸맞는 정부와 체제를 갖는다’는 구절 때문에 기분이 굉장히 안 좋았다. 나를 한참을 돌아보게 됐다”며 “투표는 자기가 처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시작”이라고 투표를 독려했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미국에서 보내온 영상 메시지에서 “정치를 정치인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해야 한다. 당당히 주인의 권리를 행사하시기 바란다”며 “권력이 시민을 사찰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권력을 사찰(감시)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 투표로 당당히 목소리를 내자”고 전했다.
또 ‘나는 꼼수다’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참석해 재치있는 입담으로 4·11 총선에서 투표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호응을 얻었다. 이들은 최근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가 ‘과거 막말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상황에 대해 언급하며 “각하가 사라졌다. 김용민 뒤에 각하가 숨었다”고 비판했다.
▲ 이날 콘서트에 출연한 '나꼼수' 패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왼쪽)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어준 총수는 “김용민이 4년간 권력을 휘두르며 여러분을 괴롭히고 스트레스 받게 한 대통령이었던 게 아니다”라며 “그런데 각하가 사라졌다. 조중동과 각하가 장악한 방송3사는 지난 4년 간 이 나라를 뒤집어서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고 괴로워 죽겠다고 하게 만든 사람의 죄를 김용민 뒤에 숨겨놨다”고 말했다.
김 총수는 “김용민은 노원구민이 본인들의 판단에 따라 심판할 것”이라며 “그리고 각하는 여러분이 심판해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4·11총선은 김용민을 심판하는 선거가 아니고 각하를 심판하는 선거다. 숨어있는 각하를 끄집어내는 유일한 방법은 투표”라고 말했다.
주진우 기자 역시 “각하께서 친인척을 다 감옥에 보내놓고 투표하라고 독려하셨는데 갑자기 근혜 누나가 와서는 다 지워졌다”며 “(새누리당) 비대위 회의석상에서 이명박이라는 단어를 단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에서 온 이모씨(여·34)는 “여태 어떤 정권도 하지 않은 일(민간인 불법사찰)을 해놓고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놀랍다”며 “어떻게 이런 사람이 국격을 논하는지, 핵안보, G20을 유치하면 뭐하나”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솔직히 4년간 언론 매체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현실에 사람들이 변화에 대한 기대보다는 좌절감이 큰 것 같다”며 “그래서 쫄지 말라고 해주는 저들(나꼼수)이 고마운 것이다. 4·11 선거에 유권자 70%이상이 투표하고 사람들이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투표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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