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인터뷰]안희정 "4대강, 목적 불분명한 사업...충분한 논의 없어"
김충현의 저격인터뷰(6) "충남도 공약이행 차질 없다"
2012년04월17일 18시05분 조회수:243
19대 총선이 야권의 패배로 끝나며 야권의 중심인 민주통합당은 당 대표가 사퇴하는 등 내홍에 빠져들게 됐다. 또한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의 입지는 다소 좁아지게 됐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행보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또한 대권주자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리고 야권의 대권주자군에는 이 사람,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있다.
안희정 지사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충남도지사에 당선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안 지사가 만들어가고 있는 충남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안희정 지사와 만나 충남의 현안들과 이명박 정부의 평가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3농 혁신 정책 추진...공약이행 꾸준히 진행 중"
▲안희정 충청남도지사. 사진=김충현.
-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이하 위키프레스)
"네, 반갑습니다."(이하 안희정)
- 충남도지사에 도전하신 것도 놀라웠지만 사실 당선 되신 것에 더 놀랐습니다. 때문에 당시 도지사를 거쳐서 대통령으로 가는 구상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많이 받으셨는데요.
“저는 대통령이 도지사보다 더 큰 자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도지사를 거쳐 대통령으로 간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게 보시는 분들은 있지만요. 도지사는 그 도의 대통령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절대권력을 갖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 도의 행정에 대한 최종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 의회가 국회보다 규모면에서는 조금 작을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도지사와 도의회가 서로 견제하면서 올바른 행정과 입법을 책임지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도지사였습니다."
- 그러면 당선 이후 도 행정을 어떻게 해오셨는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요. 충청남도는 뭘 하는 ‘도’일까 좀 애매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강원도나 제주도는 관광이 특화되었고 경기도는 서울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면서도 많은 기업들이 진출해 있죠. 전남은 농업이라든가 경북은 의료나 과수 같은 것이 특화되어 있는데 충남은 어떤 것이 강점이고, 어떤 것을 강점으로 키워 나가십니까.
“먼저 충남은 도농 복합 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충남에서 농업을 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충남에 계신 농민분들이 안정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에서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보자면 OECD 국가들 중 농업 보조금이 가장 작은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거든요. 다른 나라들은 농촌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국가에서 보조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농가 수입의 8% 정도만 국가에서 보조하고 있습니다. 이건 경쟁력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고 다른 한 편으로는 식량주권을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식량주권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대가 옵니다. 지금 당장 돈이 안 된다고 해서 농업을 ‘버리는 카드’로 써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농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기업 도시 역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농촌만을 강조해서는 지금 당장 도의 재정을 꾸려나가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다행히 충남에는 탕정이나 천안 당진 등에 대기업들이 들어와있고 연계한 부품산업들이 발달해 있습니다. 또 상당히 많은 금액의 외자유치도 재임 기간 중에 일궈냈습니다. 또한 충남에는 행정수도가 들어옵니다. 즉 행정과 기업 농촌이 어우러진 복합 광역단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농촌에 대한 지원,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우리 도에서는 민선5기 핵심정책으로 3농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3농 혁신 정책은 그동안의 농어업 정책과 주체가 다릅니다. 농어업인은 늘 정책의 대상이 되어 왔죠 하지만 충남은 이런 방식을 과감히 탈피했습니다. 농어업인이 농정의 주체가 돼서 스스로 경쟁력을 기르고, 지방정부와 민간기관·단체·농어민이 함께 참여한 가운데 농어업 정책을 만들어서 '보다 잘사는 농어촌, 살기 좋은 농어촌'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도농교류사업이 대표적입니다. 농어촌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서 농어촌 체험공간을 조성하고 부가가치도 창출하는 것이죠. 귀농귀촌 사업이나 농어촌 응원운동 등도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또 머지 않은 미래에 귀농은 하나의 트랜드가 될 것입니다. 이 때를 대비해 충남의 농어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시의 귀농 희망자들을 유치하게 하는 것이죠. 이건 기존의 농어촌 지원대책인 현금지원이나 세제지원과는 또 다릅니다. 제대로 돈을 벌 수 있도록 경쟁력을 만들어주자는 정책인 것이죠."
- 요즘 총선에서 내걸린 공약 얼마나 지켜질까 회의적인 분들이 많은데, 지사님의 경우 공약으로 제시했던 것들 얼마나 지키셨나요?
"59개 공약 이행을 위해 136개 주요사업이 있는데 현재 136개 주요사업 중 완료된 것은 16건, 정상추진은 106건으로 전체적인 추진율은 63%의 진척을 보이고 있어 양호한 추진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완료된 것도 있고 정상추진 되고 있는 것도 있는데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행정복합(행복)도시의 원안추진, 초등학교 친환경무상급식 실시, 농수산 혁신위원회 구성과 운영, 환경교육종합계획 수립 추진, 항만물류 전담부서 설치 및 충남항만 육성, 차질 없는 도청이전 추진 등이 있어요.
특히 초·중학교 친환경 무상급식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법적으로 의무교육이고, 부모의 빈부격차를 떠나 학생들이 눈치 보지 않고 급식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를 위해서 친환경 농산물이 급식될 수 있도록 지난 3월에 '친환경 학교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과 시켰습니다.
이외에도 3농 혁신 추진을 위한 농수산혁신위원회 구성 및 3농 대학 운영과 도청 내 항만물류과를 신설하고 충남의 항만종합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등 여러 공약이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것 말고도 도청 이전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4대강은 목적 불분명한 사업...예산 심의과정도 안 거쳐"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드러내는 안희정 지사. 사진=김충현.
- 하지만 4대강 정비사업을 두고 충남이 정부와 대립을 했습니다. 당선될 때에는 이 사업에 대해서 반대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4대강 정비사업과 관련해서 저는 첫 번째로 이 사업이 22조 원이나 들여서 해야될 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정말로 이명박 대통령이 자기 돈이라고 생각했으면 그렇게 쓸 수가 없어요. 선거로 뽑힌 대통령이니까 대통령으로서 추진하는 사업은 동의할 수 있다 이겁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됐다 해서 모든 걸 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건 아니기 때문에 의회하고 예산 심의 과정을 잘 거쳤어야 되는데 이 사업은 예산 심의 과정을 안 거쳤어요.
또 이 사업에 대해서 얼른 동의하기 어려운 건 이 사업의 목표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그래요. 수질개선사업인지, 홍수예방사업인지, 관광인지, 물부족 대비인지. 이런 모든걸 주먹구구식으로 떼다 붙이는 것 같아서 문제라는 겁니다. 저는 국가예산에 대해 그렇게 사업목표를 불분명하게 진행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해요.
국가사업이라 한다면 목표를 분명히 하고, 우리의 헌법이 보장하는 심의과정에 따라서 추진해야죠. 이 모든 과정을 걸러지지 않은 것이라서 비판적인 입장을 갖게 됐습니다."
- 혹시 4대강 사업을 막을 생각은 없으셨나요?
"이미 지난 일이고, 끝났어요.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 4대강 사업은 목표가 불분명한 대표적인 사업입니다. 처음에는 운하로 출발한 거잖아요. 그러다 국민들이 반대하니까 4대강 사업으로 돌렸는데, 저는 방향을 돌리고 나서도 왜 그 사업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만약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거라면, 보를 실질적으로 쓸 수 있도록, 다시 말해 기존의 농업용수나 공업용수에 대한 펌프장이 갖춰져야 된다는 겁니다.
단순히 물만 막아놓는다고 쓰는 것이 아니거든요. 거기다 펌프를 달아서 누군가 써야 될 것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의 4대강 사업은 그런 용도도 아니죠. 여튼 지금으로서는 이제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미 모든 사업이 진행된 상태이고 기본적으로 국가하천에 대한 관리나 사업의 시행권자도, 관리권자도 국가에요. 그러니까 시도지사들이 이 영역에 대해서 자기 권한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걸 말합니다 "
- 권한이 없어서 막을 수 없었을 수도 있지만, 박준영 전남도지사라든지 다른 도지사들은 4대강 사업에 찬성 입장이 아니었습니까? 특히 도(道) 재정에 도움이 되니까 찬성 입장을 펼친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특히 해당지역 주민들은 찬성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연히 해당 시, 군의 기초단체장들은 찬성할 수 밖에 없죠. 지역 주민들이 찬성하고 거기다 경제적 이득까지 있으니까요. 그러나 경제적 이득이 있는 것과 국가 돈을 그렇게 쓰는 것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 개별 지자체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만 좀 더 큰 그림을 볼 수도 있는 시도지사 협의회에서는 통일된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일단 시도지사들이 서로 정당소속도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르기 때문에 거기서 이 논의에 대한 하나의 답은 나올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전남의 영산강 하구언이나 충남 금강 하구언 같은데는 물이 썩어서 문제거든요. 그런 지역은 강 개선 사업을 하기는 해야 됩니다. 해수 유통도 시켜야 되고요. 물론 지금 전국에서 강바닥을 긁어낸 4대강 사업 형식은 아니지만요"
- 혹시 4대강 문제에 대해 의견이 다른 지방정부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이나 조치는 없나요? 왜냐하면 4대강 사업으로 피해를 입거나 이득을 보는 것은 결국 그 지역 주민이니까 말입니다.
“위키프레스 독자분들께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한국의 지방자치에서 실질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 어떠한 권한이 나눠져 있는가에 대해 양해의 말씀을 구하고 싶습니다. 실질적으로 아직은 지방자치가 아닙니다. 지방 스스로가 결정할 권한이 없습니다.
지방자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재정자립도인데요, 지방 스스로 알아서 결정하라고 권한을 준다 해도 막상 혼자 꾸려갈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민의 세금을 지역에 할당을 해서 나눠줘야 합니다. 지역 내에서 자주적인 재원을 가지고 혼자서 꾸려가면 좋겠지만 우리의 일반적인 불균형 국토 개발의 결과 그것은 불가능하죠.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국세를 걷어서 그것을 지역으로 할당해 재원으로 나눠줘야 합니다. 꼬리표 안 걸린 돈을 나눠주면 됩니다. 결국 그게 자주재원이죠.(우리나라 세금 종류는 30종류 그 중 국세가 14종, 지방세가 16종이다. 세금 비율로는 전체 금액의 80%가 국세, 20%가 지방세이다. 때문에 지방에서 걷는 세금은 당연히 지방에서 사용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국세를 지방교부세 등의 형식으로 배분한다. 안 지사의 ‘꼬리표 없는 돈’이라고 하는 것은 이를 가리킨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의 수준이 시도의 자율권을 가지고 책임을 묻기에는 정말로 어려운 수준입니다. 그래서 간혹 큰 기대를 하시는 분들께는 그런 어려움이 있다는 말씀을 어떻게 드려야 할지 고민이에요. 왜냐하면 너무 무책임하거나 책임 회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에요. (하지만) 그런 것을 전제하고서 지방자치 현황에 대한 얘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2부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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