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이시티 인허가에 이 대통령 무슨 역할 했나
등록 : 2012.04.25 08:39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비리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에서 퇴임하기 50일 전에 파이시티의 용도변경 승인이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검찰 수사가 좀더 진행돼야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겠지만 일단 이 사건에서 이 대통령이 거론된 것 자체가 눈길을 끄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오늘 검찰 출석을 앞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나를 보호해줘야지”라고 말했다는 보도는 사실상 이 대통령 들으라고 한 발언으로 봐도 무리가 아니다. 이 사건이 상당한 폭발성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만큼 검찰 수사가 청와대나 검찰 수뇌부의 눈치를 보지 말고 정도대로 진행돼야 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 보도를 보면 파이시티가 서울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터를 사들인 뒤 이곳에 점포가 들어설 수 있도록 복합유통시설 터로 용도변경을 해달라고 신청하자 2006년 5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이를 승인해줬다고 한다. 당시 다수의 도시계획위원들이 교통난 가중과 서울 불균형발전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거나 우려를 표시했음에도, 장석효 제2부시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던 도시계획위원회가 이를 밀어붙였다고 한다. 당시 제1부시장이 원세훈 현 국정원장, 정무국장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모두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었다.

이와 관련해 최 전 위원장은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파이시티 대표 ㅇ씨와 브로커 이아무개씨 등으로부터 인허가 청탁 로비를 받은 사실을 시인하면서 “내가 아는 사람은 이명박 시장뿐”이라며 이 대통령을 빼놓지 않고 언급하고 있어 주목된다. 물론 “이 시장에게 부탁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라고 거절했다”는 단서를 달고는 있으나 이런 발언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임기말 정권 핵심부에서 잇따라 터져나오기 시작한 비리로 썩은 내가 진동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책임을 모면해보려 몸부림치는 권력자들의 행태에선 막장드라마의 조짐마저 엿보인다. 이 대통령이 국가재산을 재테크 수단으로 여긴다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공인의식이나 도덕성이 바닥 수준이란 점은 굳이 재론할 필요가 없다. 이 점에선 대통령이나 측근들이나 오십보백보다.

이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대검 간부는 “나오면 나오는 대로 (수사)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은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제대로 수사하는지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불소추 특권을 갖는다 하더라도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에는 예외를 둬선 안 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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