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소 또 나왔는데 검역중단도 못하는 정부
등록 : 2012.04.25 09:56수정 : 2012.04.25 11:49

젖소

캘리포니아 목장서 ‘광우병’ 확인…4번째
농림수산부 “모니터링하겠다”고만 밝혀
 
미국 젖소에서 6년만에 광우병이 발병했으나 우리 정부는 미국 쇠고기에 대한 검역중단과 수입중단 등의 조처 대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조처만을 취하고 있다. 지난 2008년 6월 한국과 미국이 맺은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에 따라 광우병이 발병하면 즉각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권리가 우리 정부에 있는데도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2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중부지방 목장에서 사육된 젖소 한마리에서 소 해면상뇌증(BSE)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이른바 ‘광우병’으로 알려진 소 BSE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4번째다. 농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문제의 젖소 사체는 주 당국이 관리하고 있으며, 곧 폐기 처분할 것”이라며 “시중 소비자용으로 도살된 적이 없고, 우유는 BSE를 옮기지 않기 때문에 사람에게 위험을 미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또 미 농무부는 “이번 BSE 확인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지정한 미국의 광우병 청정국 지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이는 미국의 쇠고기 무역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25일 한국 농림수산식품부 관료의 말을 인용해 “한국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사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취할 수 있는 1단계 조처를 언급한 것이다. 검역 중단은 현재 운송 중이거나 산적한 미국 쇠고기에 대한 검역을 하지 않는 것으로 미국산 쇠고기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 내려지는 1단계 조처다. 미국산 쇠고기는 검역시행장에서 위생 여부를 검사한 뒤 합격한 물량만 통관을 거쳐 국내에 유통되는데, 검역 자체가 중단되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 쇠고기의 시중 유통은 잠정적으로 중단된다.

그러나 농림수산식품부는 블룸버그 보도를 부인했다. 농림부는 이날 오전 낸 보도자료에서 “미국 쪽에 BSE 발생과 관련한 상황을 파악 중에 있다”면서 “가축전염병예방법령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조치를 조속히 취할 예정이며, 미국의 BSE 발생상황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또 “우리나라에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는 30개월령 미만 소에서 생산되었고, 도축과정에서 특정위험물질(SRM)이 제거된 쇠고기만 수입되었다”며 “이번 발생한 BSE 건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다”고 해명했다. 예상했던 검역중단이나 수입중단 등의 조처는 빠뜨린 채 시중에 유통되는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만 부각시킨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08년 한국과 미국 사이에 체결한 미국산 쇠고기 추가협의에 따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할 경우 즉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주선 국회외교통상통일위원회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지난 2008년 6월 미국산 쇠고기 추가협상결과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부칙 6항에 따라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확인될 경우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며 “이는 100만의 시민들의 촛불이 지킨 우리나라의 ‘검역주권’”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과 미국이 2008년 6월 맺은 쇠고기 관련 추가협상을 보면 우리 정부가 ‘GATT 제20조 및 WTO 관련 협정에 따라 건강 및 안전상의 위험으로부터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음’을 수입위생조건 부칙에 명시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확인될 경우 일단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할 수 있고, 미국이 광우병(BSE) 청정국 지위에 부정적인 변동이 있으면 지속적으로 수입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미국에서 난 BSE가 사료에 의해서 발생했는지, 자연적으로 발생했는지 월령이 어떻게 되는지 종합적으로 우리가 직접 파악해서 조속히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검역 중단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눈치보기라는 비판에 대해 “외신 보도만 가지고 조처를 취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고 정부가 결정하기에는 정보가 너무 제약돼 있다”며 “국민들의 건강에 유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전세계에서 확인된 광우병 사례는 모두 29건으로, 미국에서는 지난 2006년 3월 이후 6년 만에 다시 광우병이 발견된 것이다.

권오성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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