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쪽 ‘TV 양자토론’ 줄줄이 거부
등록 : 2012.11.27 20:18수정 : 2012.11.27 21:51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6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단독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고양/국회사진기자단

SBS·KBS 제안했으나
박 무응답…문만 수락
‘단일화뒤 토론’ 말 뒤집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문재인, 안철수 후보와의 3자토론에 이어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 토론까지 거부하면서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이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에스비에스>(SBS) 쪽은 27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쪽에 양자 토론을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에스비에스> 쪽은 “28일 밤에 두 후보를 초청해 양자토론을 하자고 박 후보와 문 후보 쪽에 제안했으나 박 후보 쪽에서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문 후보 쪽의 신경민 미디어 단장은 “우리는 방송사 쪽에 ‘양자 토론은 모두 오케이’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국방송> 역시 박 후보와 문 후보 쪽에 29일 정치·외교 분야 토론과 30일 경제·사회 분야 양자 토론을 제안했지만 역시 성사되지 않고 있다. 역시 박 후보 쪽이 바쁜 일정을 들어 토론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후보 쪽의 한 공보위원은 “후보는 지금 지역 유세일정에 따라 선거 유세에 한창인데, 각 방송사가 개별적으로 갑자기 촉박하게 토론회를 하자고 던지면 어떡하느냐. 지역 유세 일정을 취소하란 말이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법정) 토론 말고 방송사들이 개별로 요청하는 토론회는 중요하게 고려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 쪽 방침대로라면 박 후보와 문 후보가 함께 참여하는 대선 토론회는 중앙 선관위가 정한 12월 4, 10, 16일 세 차례만 열릴 가능성이 높다. 이 토론회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참여하는 3자 토론이다. 대선이 사실상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의 양자대결 구도로 짜였지만 앞으로도 양자가 맞붙는 토론회는 열리지 않게 되는 셈이다.

박 후보 쪽의 이런 태도는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기 전 3자 토론을 거부하면서 내세운 ‘야권 후보가 결정되면 언제든 토론에 응하겠다’고 했던 말과 부딪친다. 당시 공보단 핵심 관계자는 “우리는 한국 시리즈에 이미 진출해 있는데 야권은 아직 페넌트레이스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 단일화를 하든, 않든 야권의 가닥이 잡히면 무슨 토론이든 다 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후보도 11일 선대위 회의에서 3자 토론을 거부하는 이유로 “상대가 누군지 모르고, 단일화된 뒤 어떤 정책이 나올지, 정당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를 상대로 토론을 한다는 건 의미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 바 있다. 토론 거부 이유가 야권 단일화 이전엔 ‘후보 정리’, 이제는 ‘자체 유세 일정’으로 바뀐 셈이다. <에스비에스> 관계자는 “(토론 일정을) 12월 초쯤으로 해서 박 후보 쪽에 다시 제안할 계획이다. 시청자들의 양자 토론(을 보고 싶어하는) 기대가 있다. 지금은 박 후보 쪽 분위기가 좋으니 (토론을 원치 않겠지만), 앞으로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지지도 격차가 좁혀지면 (박 후보 쪽도) 적극적으로 나올 수도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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