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지지단체, 역시나 ‘급조’ ‘공천신청자’ 수두룩
활동 없는 직능·시민단체 많아… 언론은 “박근혜 세 확장”
정상근·박새미 기자 | dal@mediatoday.co.kr  입력 : 2012-11-27  19:32:40   노출 : 2012.11.27  19:52:15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연일 지지선언을 통해 세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이 알린 기자실 사용일정에 따르면 11월 이후 지지선언 단체만 50여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단체가 어떤 요구와 기대로 정치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기본적인 홈페이지가 포털과 연동이 안 된 단체도 부지기수다.

지난 25일 새누리당 당사에서 박 후보 지지선언을 한 한국비보이연맹은 회견에 참석한 비보이들 조차 기자회견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성복 한국비보이연맹 총재는 근혜봉사단의 중앙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지난 4일 박 후보 지지선언을 한 여성단체들의 경우도 활동이 뚜렷하지 않다. 마중물여성연대는 지난해 3월 창립해 활동해왔는데, 일부 여성의 정치참여확대를 위한 세미나를 하기도 했지만 새누리당 대선 경선후보를 초청해 좌담회를 벌인 것이 활동의 대부분이다. 이 단체는 지난 2011년 3월 창립했다.

타 단체도 이전부터 새누리당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단체가 많다. 4일 박 후보를 지지한 여성단체 중 하나인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의 황은숙 회장은 지난 4월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를 신청한 바 있다. 26일 지지선언 한 한국방송가수노동조합 소속 김종배 고충처리의장도 지난 총선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한 바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CBS노컷뉴스

지난 21일 지지를 선언한 대한안마사협회, 한국시각장애인선교회, 대한민국장애인희망포럼 역시 각각 대표나 이사 등이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안마사협회 김진태 부산지부 지부장과 한국시각장애인선교회 신인식 이사장, 대한민국장애인희망포럼 황화성 상임대표 등이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했다.

대한민국장애인희망포럼 황화성 대표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해당 단체가 박 후보를 지지선언하게 된 연유에 대해 “박 후보가 무엇보다도 장애인복지 정책에 대한 남다른 마인드가 있기 때문에 저희들이 시·도 대표들과 (지지선언 직전인) 11월 19일쯤 전화통화로 뜻을 모았다”면서 “회원들에게 일일이 다 설명은 개별적으로 못 드렸다”고 밝혔다. 황 대표에 따르면 해당 단체는 지난해 6월 출범 이후 장애인정책 관련 토론회를 한 번 개최했지만 이밖에 장애인 관련 특별한 활동내용이 확인되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4대강을 반대한 야권성향의 단체라고 설명했던 ‘한반도하천복원실천운동본부’도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박 후보를 지지했다. 하지만 한반도하천복원실천운동본부는 정작 4대강 사업에 동참하는 ‘낙동강 대탐사 프로젝트’에 참가하기도 했다.

‘급조’된 단체도 많다. 지난 6일 박 후보 지지를 선언한 4.19혁명국가유공자단은 순수 4월 혁명 단체가 아니라 선거 운동을 목적으로 4월민주혁명회 전직 임원들이 급조해 만든 단체로 확인됐다. 4월혁명국가유공자단이란 명칭도 기자회견 전에 결정됐다. 

이홍배 회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4·19 부상자회와 공로자회 소속 전직 회장들과 임원들이 합쳐서 전날 이름을 정하고 지지 선언을 한 것”이라며 “우리는 국가 유공자로 훈장까지 받은 사람들로 감옥에 가거나 사고를 일으킨 하자 있는 사람은 들어오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비보이연맹 이원웅 홍보팀장 등 비보이들이 25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박근혜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단체 중 하나로 지난 4일 박 후보를 지지한 국민희망포럼 국민행복위원회는 8월에 만들어진 단체다. 지난 15일 박근혜 후보에 지지선언을 한 제3세력전국연합도 10월에 조직된 단체다. 지지선언은 없었지만 황상민 교수의 ‘생식기’ 발언과 관련, 새누리당 기자실에서 성명을 발표한 ‘미혼여성들의 모임’의 경우 공식단체가 아닌 동호회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미혼여성들의 모임이라는 단체가 황상민 교수의 발언을 듣고 수치심이 들어 우리에게 연락을 했고, 기자회견을 할 수 있도록 새누리당에서 자리만 만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미혼여성들의 모임은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정복 새누리당 직능본부장은 “(지지단체들의 실체에 대해)일일이 알지 못한다. 자기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선언하는 걸 저희는 다 받아들이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실체가 불분명한 단체로) 확인이 되면 지지선언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같은 잇따른 지지선언은 박근혜 후보 측이 외연확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실제로 지난 20일 MBC는 보도를 통해 “야권의 단일화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시민사회단체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지단체가 보수성향 단체로, 사실상 ‘집토끼’인데다 급조된 단체가 많아 실제 외연확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김정훈 성공회대 교수는 “기존에 있던 단체들이 자발적으로 대선 후보에게 지지를 선언한다거나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시민사회나 직능단체가 대표성을 띄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도 비판받을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문제는 선거지지를 위해 일종의 유령단체를 만드는 것이나 별로 활동도 없는 단체에서 그 장이 자기 경력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비보이 문제도 정작 (비보이들)의사와는 다른 표현이 나온 것은 사기를 친 것과 마찬가지”라며 “문제는 언론의 해석으로 이들이 기존 새누리당 공천신청자 등 지지세력이었다면, 이들의 지지선언이 새로운 것이 아닌데 언론에서 ‘세 확장’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박근혜 후보로)몰아가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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