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김종인을 버린 진짜 이유는 혹시…
[대선읽기]<34> 박근혜 주변의 재벌 인맥 살펴보면…
박세열 기자 기사입력 2012-11-27 오후 6:40:15
19대 국회 개원 첫날인 지난 5월 30일, '경제 민주화'를 내걸고 당선된 여야 국회의원들은 경제5단체가 여의도 63빌딩에서 개최한 축하리셉션에 대거 참석했다. 당시 재선에 성공한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이거, 첫날부터 경제단체 모임에 가는 게 모양새가 어떤지 조언을 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근혜 후보는 이후 지난 8일 경제5단체장과 만난 자리에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낸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김 위원장과 사실상 결별했다. 19대 국회가 경제단체장의 '만찬 초청'에 응하면서 문을 연 지, 5개월여 만에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발로 차 버렸다.
박근혜 후보가 '경제민주화'의 아이콘 김종인 위원장을 내쳤다는 것은 잘 알려졌다. 그런 그가 26일 TV 토론회에서 한 대학생 패널이 "경제민주화 실제로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경제민주화 정책은 정치생명을 걸고 반드시 지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박 후보는 과연 경제민주화 정책을 "정치 생명"을 걸고 지킬 수 있을까? 김종인 위원장은 한때 박 후보에게 "재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다"는 평을 했으나 최근에는 '재벌 로비' 가능성을 암시한 발언으로 박 후보에 대한 의구심을 내비쳤다. 결과적으로 박 후보는 김 위원장을 배제하고 경제민주화를 자신만의 것으로 재해석했다. 관련해 박 후보 주변의 뿌리깊은 '재벌가' 인연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대그룹, 대우그룹과 박근혜의 인연
박근혜 후보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게 육영재단이다. 69년에 설립된 육영재단에서 박 후보는 82년부터 이사장에 취임해 업무 전반을 관장했다. 동생들인 지만 씨와 근령 씨에 의해 육영재단에서 쫒겨났지만 육영재단은 박 후보의 '첫 사회생활 경력'이다.
이 육영재단 설립에 참여한 인사가 정주영, 이병철 등 재벌 그룹 총수의 선친들이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경우 육영재단 이사를 오랫동안 맡았었다. 어린이회관 본관은 현대건설이 지었다. 박 후보의 모친인 육영수 씨와 인연이 깊은 정 전 회장이 평생 박 후보에게 친근한 감정을 느꼈다는 증언도 많다.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 특사로 그리스를 방문했을 때 그리스 대통령에게 현대중공업과 그리스 조선업계의 인연을 강조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주영 전 회장의 조선소 건립에 도움을 준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정 전 회장은 생전에 지만 씨에게 "현대 조선소는 나와 박 전 대통령이 함께 만든 것"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정주영 전 회장과 박 후보의 동생 박지만 씨의 인연도 깊다. 지만 씨가 마약 투여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돼 있을 때, 지만 씨 면회를 온 유일한 재벌가 인사가 정주영 전 회장이었다고 한다. 커피를 못 마시던 정 전 회장이 지만 씨에게 커피를 마시게 하기 위해 교도소장에게 커피를 주문했을 정도로 지만 씨를 각별하게 생각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지만 씨는 후에 재벌가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한다.
현재 박근혜 캠프 총괄본부장인 김무성 본부장은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외삼촌이다. 김 본부장의 부친은 전남방직(전방그룹) 설립자 김용주 회장이고 그의 사위가 현영원 현대상선 회장이다. 현정은 회장은 현영원 회장의 딸이다. 현대가와 뿌리깊은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 박근혜 후보가 지난 8일 전경련 허창수 회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주변에 포진한 '재벌가' 관련 인맥들
대우그룹과 박근혜 후보의 인연도 뿌리깊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아버지 김용하 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대구사범학교 은사였다. 이런 인연으로 박 전 대통령은 67년 대우실업을 설립한 김우중 전 회장을 전폭 후원하게 된다.
훗날 80년대 마약 투여 혐의로 구속됐다 풀려난 지만 씨가 재기의 기회를 잡은 것은 삼양산업 대주주가 되면서였다. 당시 '씨드머니'를 대준 인사가 김우중 전 회장이다. 박지만 씨는 삼양산업의 전신인 EG를 이끌며 1000억 대 주식을 보유, 대한민국 주식 부자 30위 안에 들게 됐다.
박근혜 후보 주위의 '대우 인맥'도 주목된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김우중 회장 비서실 출신으로 16년을 대우에서 근무한 '대우맨'이다. 이 원내대표는 대우경제연구소장을 지냈다. 박근혜 후보 주변의 원로 그룹인 '7인회' 멤버 중 하나인 김용환 전 장관의 손아래 동서이기도 하다. 김용환 전 장관은 박정희 정권 시절 재무부 장관을 지냈고, 김우중 전 회장이 대우중공업을 인수할 때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후보 공약의 핵심 브레인인 안종범 의원도 대우경제연구소에서 1년간 있었던 경력이 있다. 안 의원과 함께 '경제 브레인'으로 꼽히는 강석훈 의원도 대우경제연구소 출신이다.
박근혜 후보의 '측근 그룹' 중 하나인 백기승 공보위원은 대우그룹 홍보 이사 출신이다. 한때 김우중 전 회장의 '입'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경선 때는 박근혜 후보를 도와 '마포팀'을 이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가 믿고 신뢰하는 인물을 순위로 매길 때 백 위원이 상위 그룹에 있을 것이라는 게 새누리당 인사들의 전언이다.
그 외에도 박 후보의 측근 김재원 의원은 CJ 그룹과 관계가 깊다. 그는 CJ 고문을 지냈다. 금태섭 변호사와 함께 "안철수 사퇴 협박 의혹"의 주인공이었던 정준길 전 공보위원 역시 CJ 임원 출신이다.
박정희 일가 '재벌 유착' 잘 아는 김종인은 왜?
박정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김정렴 씨의 회고록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이 25~26개 기업으로부터 수억 원의 정치 자금을 걷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성금은 최소 1억 원, 최하 1000만 원 범위 내에서 각 기업의 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했다고 김정렴 씨는 설명했다. 당시 1억 원이면 지금 시세로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액수다. 70년대 말 1억 원을 현재 시세에 맞게 계산하면 약 25억 원에서 30억 원이다.
박 전 대통령 스스로가 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물이었으며, 박 후보 역시 평생에 걸쳐 기업과 인연을 맺어왔다고 볼 수 있다. 그 중에는 재벌 기업도 많다.
김종인 위원장의 장인인 김정호 씨의 형이 김정렴 씨다. 박정희 전 대통령 일가와 기업의 유착관계를 잘 알 수 있는 김 위원장이 박근혜 후보에게 한때 "재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믿었던 셈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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