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대통령 후보의 과거, 이럴 수가
2012/11/28 08:03 아이엠피터
요새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연일 외치는 소리가 있습니다. 바로 '여성대통령'입니다. 여성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 저는 환영도 부정도 안 하는 중립적인 성향으로 '여성대통령'을 봅니다. 아직도 가부장적인 사회인 한국에서 여성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현실론과 여성대통령으로 할 수 있는 장점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여성대통령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의 '여성대통령론'을 보자면, 도대체 왜 여성대통령이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녀가 외치는 '여성대통령'이 도대체 무얼 의미하고 있는지, 우리가 왜 여성대통령이 필요할지 생각해보겠습니다.
'결혼하면 사퇴를 강요했던 여성이사장'
문재인 후보 측 유정아 시민캠프 대변인은 박근혜 후보가 1982~1990년 육영재단 이사장으로 지내면서 "그때 어린이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유치원이 있었는데, 결혼하면 퇴사한다는 서약서를 받았고, 많은 여성교사가 결혼과 동시에 퇴사하거나 결혼후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다녔다"고 했습니다.
이런 문 후보 측의 주장이 제기된 배경은 당시 해당 유치원에서 일하다 결혼한 뒤 그만뒀다는 여성이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이 있었습니다.
“1982년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은 육영재단 어린이회관 유치원 교사였다. 입사 서약서 중에 결혼하면 퇴사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당시 육영재단의 이사장 그녀 자신은 여성이면서도 임신출산을 맞는 여성을 기능면에서만 바라보고 비싼 노동자로 계산한 것 같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가장 어려운 문제는 결혼과 함께 찾아오는 퇴사 압력 내지는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 때문입니다. 특히 고용주가 여성 노동자를 배려하지 않거나, 법에 보장된 근로조건을 무시하고 불법적인 행동을 한다면 여성은 여성 그 자체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여성대통령을 강조했던 박근혜 후보가 여성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시기에도 이런 일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과,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측의 가치관입니다.
"아마도 그 시절에 대한민국 전체적인 사회가 그랬습니다. 이게 지금 몇 십년 전의 얘깁니까?" 박선규 새누리당 대변인
그 시절에 대한민국 대부분이 그랬기에 당연하다는 새누리당의 생각이 과연 여성대통령을 노리는 대선 후보 캠프에서 나오는 사실을 보면서, 남들이 다 그렇게 불법과 여성억압을 할 때도 가만히 있던 사람이 시대가 바뀌니 여성대통령 후보로의 장점을 강조하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한나라당 염창동 당사 내 어린입집의 마지막 수료식 모습. 출처:연합뉴스
새누리당 박선규 대변인은 박근혜 후보의 여성대통령 장점을 강조하면서 2004년 한나라당 염창동 당사 시절 열었던 '신나는 어린이집'을 박근혜 후보가 열었다고 자랑을 했습니다. 그런데 염창동에 있던 '신나는 어린이집'은 2008년 여의도 당사 이전과 함께 문을 닫았습니다.
2004년은 박근혜 후보가 한나라당 대표로 취임했던 시기입니다. 당시 박근혜 후보가 어린이집을 열었다는 사실은 칭찬받을 일이지만, 왜 2008년 여의도 당사로 이전하면서 어린이집의 문을 닫았을까요? 염창동보다 여의도가 훨씬 주변 워킹맘들이 많았을 텐데,,
물론 이명박 대통령에게 경선에서 지고 권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2010년부터 당권을 슬슬 장악하고 다시 새누리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했을 때,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까요?
▲ 지난 6월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1층 현관 벽에 붙은 사무처 노동조합 대자보. 육아휴직 보장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오마이뉴스안홍기
새누리당 사무처 노동조합은 150여 명의 조합원 중에서 육아휴직 중인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또한 여성 당직자가 육아휴직 2개월을 신청했지만, 유급이 아닌 무급휴직으로 처리됐었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누리당은 여성 당직자의 육아휴직을 유급으로 다시 처리했습니다.
여성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이나 여성 비대위원장으로 있던 시기나 그녀의 밑에서 일했던 여성들은 다른 곳과 별반 차이 없는 여성차별을 당하거나 오히려 더 법에 보장된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여성대통령을 원하는 그녀가 남성대통령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없는 대목입니다.
' 여성을 위한 법안, 15년 동안 2건 발의한 여성 국회의원'
저는 국회의원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법안 발의라고 합니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이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할 임무이자, 그들을 뽑아준 국민이 바라는 것이 자신들을 위한 법안을 제정하고 통과시켜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14년간 대표발의한 법안 목록, 출처:국회
박근혜 후보가 14년간 국회의원을 5번이나 하면서 대표발의한 법안은 총 15건입니다. 굉장히 빈약하면서 국회의원 성적표를 매긴다면 최하위권에 가까운 법안발의 숫자입니다. 그런데 총 15건의 대표발의 법안에서 여성에 관련한 법안은 '제대혈 관련법 제정안'과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 단 두 개에 불과합니다.
여성들이 간절히 원하는 육아휴직이나, 아이들 예방접종 확대, 보육시설 확대 등의 가장 기본적인 법안을 발의했던 적이 없습니다.
새누리당은 호주제 폐지를 박근혜 후보가 통과시켰다고 말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호주제 폐지를 박근혜 후보가 주장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통과시켰다는 것은 진실과는 다릅니다.
17대 총선이 있던 2004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호주제 폐지를 총선공약에 포함하겠다고 했으나 무산됐습니다. 이에 '총선여성연대' 여성공약을 누락시킨 한나라당이 여성유권자를 우롱한다고 반발했습니다.
▲2004년 총선여성연대의 공식 성명서
한나라당의 반발과 공약폐기로 '호주제 폐지'는 무산됐습니다. 그러다 17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참여정부가 호주제 폐지를 약속하고 열린우리당이 호주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면서 호주제 폐지는 빠르게 전개됐습니다.
이에 17대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이 호주제 폐지 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결국 호주제는 폐지됐습니다.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호주제 폐지 법안, 박근혜 의원은 발의자 명단에 없다. 출처:국회
호주제 폐지를 주도했던 여성단체는 박근혜 후보가 호주제 폐지를 찬성하고 어느 정도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그녀가 호주제 폐지 운동을 주도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황당하다고 합니다. 16대 국회에서는 이미경 의원이, 17대 국회에서는 이경숙 의원이 호주제 폐지 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실제로 주도한 인물들은 따로 있었다고 합니다.
호주제 폐지를 박근혜 후보가 주장한 것은 맞지만, 당 대표로 있었던 2004년에 당론을 거부하지 못해 호주제 폐지를 통과시키지 못했는데 여성대통령이 된다고 여성을 위한 법안을 강력하게 진행시킬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여성대통령을 말하는 그녀,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여성대통령이 남성대통령보다 더 나은 점은 무엇일까요? 여성만이 가진 감수성과 세심함, 그리고 같은 여성이 느끼는 차별과 억압, 그리고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동질감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퍼스트레이디'로 살았던 그녀의 삶이 과연 평범한 여성들이 결혼,출산,육아로 느끼는 어려움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도 국방과 안보는 충분히 알 수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육아와 출산은 전혀 다릅니다. 총각 때 그저 조카들을 보고 사는 것과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전혀 상황이 다릅니다. 아이에 관심 없던 피터가 정치 포스팅에서 가장 많이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늘 육아에 관련된 글이라는 사실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정치] - 7만원 때문에 딸에게 용서를 비는 아빠.
[시사] - 소아예방접종을 가지고 사기치는 정부.소아예방접종비용이 모두 무료?
[정치] - 영유아 건강검진,공짜라고 무시당하니 설움만.
[시사] - 소아예방접종을 가지고 사기치는 정부.소아예방접종비용이 모두 무료?
[정치] - 영유아 건강검진,공짜라고 무시당하니 설움만.
실제로 이해할 수 없어도, 많은 사람들의 하소연과 얘기를 듣고 여성대통령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그녀가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는 결국 그녀가 여성정치인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저는 별로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여성 이사장으로 결혼과 동시에 퇴직을 강요했던 모습
14년간 여성 국회의원으로 여성 관련 법안을 달랑 2건 발의했던 의정활동
정당 대표로 사무처 직원에게 출산휴가를 무급으로 줬던 행동
무엇을 통해 그녀가 여성대통령으로 잘하리라 믿을 수 있을까요? 혹자는 여성이사장이었고, 당 비대위원장이었지만 아래 사람이 하는 일을 어떻게 일일이 확인하고 챙길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대통령이 되면 더 높은 위치에 있을 텐데 그때는 지금보다 더 심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듭니다.
박근혜 후보의 여성대통령을 보면서 제일 황당한 것은 14년 의정활동에서 여성관련 법안은 2건 발의하면서 문화재보호기금 관련된 법안만 5건이라는 사실입니다. 여성 관련 법안 발의보다 박근혜 후보는 문화재 관련 법안을 더 많이 발의했습니다. 웃기는 것은 문화재와는 전혀 관계가 없던 국회 국방위에서 활동하던 국회의원이 생뚱맞게 '문화재보호 기금법' 제정을 대표발의했던 사실입니다.
여성이 남성처럼 면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 피부에 맞게 세심한 면도를 해야지, 남성처럼 두꺼운 칼날로 얼굴을 면도하다가는 얼굴에 베일 수 있습니다.
여성이 대통령이 되느냐 마느냐는 그리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여성대통령을 강조한다면 여성만이 가진 장점이나 여성을 위한 입법활동과 정치 활동, 평상시 여성을 어떻게 대했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딸을 낳기 정말 싫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여성을 차별하고 그들이 성공하지 못하도록 억압하는 요소가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씩 많이 변했습니다. 남이 하지 않을 때 여성을 위해 일을 했던 여성대통령은 자랑스럽겠지만, 남이 차려준 밥상에 모양만 냈다고 식탁 상석에 여자가 앉는다는 것은 많은 여성에게도 공감 받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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