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21일 ‘이명박근혜 신사협정’…적대→밀월 전환
등록 : 2012.11.2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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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공천때 친박 배제되자, 박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 종편법·세종시 등 놓고도 대립
2010년 회동 이후 분위기 급변, 임기반환점-대선준비 맞물려, 박, 4대강·MBC등 사안 언급 안해

이대통령-박후보 관계 변화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의 관계는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이후 5년여 동안 극적으로 바뀌었다. 앙숙이던 두 사람은 2010년 8월21일 단독 회동을 기점으로 묵인·협조하기 시작했다.

박 후보는 2007년 총선 공천이 막바지로 치닫던 3월 말,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고 말했다. 친박계가 대거 배제된 공천에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무소속으로 나서는 친박 의원들에게 “살아서 돌아오라”는 메시지도 던졌다.

2009년 7월엔 종편 허용을 담은 언론관계법 처리를 두고 두 사람은 다시 부딪혔다. 박 후보는 “여론독과점이 우려된다. 여야 합의 처리해야 한다”며 정부와 친이계 당 지도부와 각을 세웠다. 그러나 법안이 여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된 뒤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말 종편 개국 인터뷰에 모두 응했다.

박 후보가 ‘여당 내 야당’ 이미지를 굳힌 건 2010년 6월 세종시법 수정안 반대였다. 그는 직접 본회의장 반대 토론에 나서 법안을 저지시켰다.

그러나 2010년 8월21일 청와대 단독 회동 뒤 두 사람의 관계는 극적으로 바뀌었다. 이 대통령은 임기 절반을 넘기며 반환점을 돌았고, ‘박근혜 견제 카드’로 내세운 정운찬 전 총리와 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치명상을 입은 상태였다. 박 후보는 대선을 2년 반 앞두고 본격적인 활동을 하려던 시점이었다. 회동 뒤 양쪽은 지난 5차례 회동 때와 달리 “아주 좋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회동 뒤 이 대통령에 대한 박 후보 쪽의 분위기도 확연히 바뀌었다. 이 대통령 쪽을 비난했던 친박 측근들은 더이상의 비판을 삼갔다. 이후 박 후보가 이명박 정부와 각을 세운 건 2011년 3월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관해 “국민과 약속을 어겨 유감”이란 언급 정도다.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9월2일 청와대를 방문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후보는 올해 초 비대위원장 시절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을 중심으로 터져나온 이 대통령 탈당 주장을 “인위적 결별은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중점 사업이던 4대강 사업에 관해선 “언급하기 부적절하다”며 피했다. 새누리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이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에서 언급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올 초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에 관해서도 총선 내내 “민생 정책을 갖고 경쟁해야 한다”며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 퇴진 약속 번복 논란은 박 후보와 이 대통령 사이의 ‘신사협정’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한 선대위 핵심은 “김 사장 퇴진은 방문진 이사 교체를 통해 자연스레 해결하는 쪽으로 박 후보도 동의했지만 청와대가 강력히 유임을 주장하자 박 후보도 어쩔 수 없었다. 대선 후보로서 청와대와의 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 대통령 사저 특검 연장 거부에 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은 지난 9월 “두 사람의 협력 기조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한때 자신을 떠나 사실상 이 대통령 쪽으로 갔던 김무성 총괄본부장을 기용해 친이 포용에 나섰고, 박선규 전 청와대 대변인을 선대위 대변인으로 임명하는 등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선대위 참모로 기용했다. 이 대통령도 최근 개신교 지도자들을 만나 박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에선 “정책 추진 과정에서 자연히 현 정부와 차별화 될 것”이라고 했던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 대신 성장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정책 면에서도 이명박 정부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선대위 인사는 “이 대통령은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게 최악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고, 박 후보도 아직 국가정보원, 검찰 등 권력기관을 쥔 현직 대통령과 안전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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