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안철수 축소 방송 지시 ‘보도통제’ 논란
“유세원 안철수, 중계방송하듯 기사 쓰지 말라”… 
“뉴스 가치도 안 따지고 기계적 균형 주문해”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입력 : 2012-12-10  17:55:55   노출 : 2012.12.10  18:17:41
MBC 정치부가 정치부 기자들에게 대선 보도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보도지침을 통한 통제'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MBC 정치부 조문기 차장은 10일 정치부 기자들이 볼 수 있는 뉴스 게시판에 대선 후보의 행보와 관련된 스트레이트 기사나 리포트 작성 시 유의할 사항을 제시했다.

조 차장은 게시글에서 "박근혜와 문재인 후보 경쟁 구도임을 유념해서 균형을 맞춰 써달라"면서 "안철수 전 후보는 이제 문 후보 지지 유세원 중 한 명이기 때문에 과거 대선 후보 때처럼 중계방송하듯 기사를 쓰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조문기 차장은 안 전 후보를 중계방송하듯 기사를 쓰지 말라면서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한광옥,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후보 행보 기사에 중계방송이 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폈다.

조 차장은 "스트레이트, 리포트 기사와 화면 역시 박근혜, 문재인 그리고 양당의 움직임으로 균형을 맞춰달라"고 정치부 기자에게 요청했다.

이 같은 지침은 새누리당이 안 전 후보에 대한 언론보도 자제령을 요청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12월7일자 MBC뉴스데스크 화면캡처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은 9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일부 신문과 방송 매체의 경우 선거보도가 갖춰야 할 기계적 형평성에 대해 우려한다"며 "선거방송 심의에 관한 특별 규정이 있는데, 이에 따라 각 언론사는 편집과 배열에 있어 균형을 유지하게 돼 있고 여야 유력 후보의 분량을 1 대 1로 맞춰야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본부장은 "1 대 1로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문재인 후보에 할당된 보도 분량 내에서 안철수 전 후보를 다뤄야 한다"며 "별도로 안 전 후보의 발언 관련 보도를 다루는 것은 편파 불공정 보도"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 역시 7일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씨는 지금 현재 선거도우미로 지원 유세를 하는 분이고 찬조 연설자에 불과하다. 이렇게 중차대한 선거에 이렇게 많은 (방송)화면과 (신문)지면이 할애되고 있다. 이는 선거를 치르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엄연한 불공정"이라면서 "불공정한 보도 부분에 대해선 계속 점검해 법적 범위, 상식적 범위 내에서 시정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차장의 대선 보도 가이드라인이 새누리당의 요청에 따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안 전 후보가 사퇴 이후 문재인 후보에 대한 적극 지지를 표명한 이후 '안풍'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MBC가 결과적으로 이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MBC는 또한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국면에서도 박근혜 후보와 1대 1 비율로 방송해온 행태가 지적되기도 했는데, 직접 이를 지시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영재 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교수팀이 지난달 8일부터 14일까지 KBS MBC SBS YTN OBS의 저녁 메인뉴스 대선보도 81건에 등장한 '주인공'을 분석한 결과 박 후보인 경우가 15건, 문재인·안철수 공동인 경우가 13건, 안 후보인 경우가 3건인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새누리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14일 MBC, KBS, SBS 등 방송 3사 보도국을 방문해 자체 모니터단 보고서를 근거로 해서 새누리당에 불리한 편파보도를 하지 마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재훈 MBC 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는 "뉴스 가치에 따라서 뉴스를 보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해야 하는데 기계적으로 안 전 후보를 보도하지 말라는 것은 언론이길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안 전 후보의 경우 대선 판에서 얼마만큼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변수, 어떤 선거운동이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따져서 적당한 보도 비율을 정하면 되는데 그게 아니라 한광옥, 한화갑 대표와 같은 뉴스로 처리해야 하는 것은 불합리한 요청"이라고 지적했다.

이 간사는 "새누리당 보도지침이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치부에서 부원들에게 지시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문기 차장은 미디어오늘의 답변 요청에 대해 "대선보도의 균형을 잡아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말 그대로 균형 보도를 주문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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