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억대 굿판 논란 막후
원정 “초연스님에 들어” vs “그런 말 한 적 없다” 초연
[1074호] 2012년 12월 12일 (수) 00:27:00 박정환 webmaster@ilyo.co.kr
▲ 원정 스님과 초연 스님.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억대 굿판 논란이 뜨겁다. 정수장학회 문제가 박 후보의 대선 행보에 걸림돌이 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억 5000만 원짜리 굿판을 벌였다는 것이다. 억대 굿판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이는 원전맥연구소 대표인 원정스님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원정스님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시민 캠프 소속인 점을 들어 악의적인 네거티브라는 공방도 이어졌다.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 박 후보의 억대 굿판을 두고 벌어지는 의혹을 깊숙이 들여다봤다.
“박근혜가 정수장학회 문제 잘 해결되라고 굿을 했어요. 굿 경비는 1억 5000만 원. 굿당에 직접 참여했다고 초연스님에게 들었어요.”
지난 11월 18일 원정스님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억대 굿판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이후 트위터 상에서 조금씩 퍼져나가던 이 의혹은 12월에 들어 일파만파로 퍼지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박근혜 후보 측은 지난 12월 2일 선거캠프 트위터를 통해 “원정스님의 명의가 도용됐다”며 “(실제) 원정스님은 관계당국에 신고와 함께 이에 대한 보도 자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 후보 캠프의 명의 도용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원정스님이 한두 명이 아니었던 것. 박 후보 캠프는 1시간 쯤 후에 “원정스님은 지금 한 분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어 자세한 내용을 파악한 후 알려 드린다”며 “박근혜 후보는 굿을 한 바가 없고 허위사실에 대한 대응은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 박근혜 캠프가 트위터를 통해 원정스님이 제기한 ‘억대 굿판’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그렇다면 원정스님이 제기한 의혹은 어떤 근거로 나온 것일까. 원정스님은 지난 6월 초에 초연스님을 직접 만났다고 한다. 초연스님은 서울 면목동에 위치한 구룡사(한국불교 조계종)의 주지스님으로, 한때 대도 조세형의 부인으로 화제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원정스님이 초연스님을 찾아간 계기는 초연스님이 자신의 삶에 대해 한 매체에 기고한 칼럼이 인상 깊어서였다. 원정스님은 “초연스님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찾아가기 전에 전화를 걸었으나 초연스님이 받지 않았다. 그때의 통화 기록은 지금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구룡사를 찾아간 원정스님은 그 자리에서 조세형 씨를 만났다. 조 씨가 인사를 하고 나간 후 원정스님은 초연스님과 단 둘이 얘기를 시작하게 된다.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초연스님은 자신의 얘기를 굉장히 장황하게 했다고 한다. 그 속에서 박근혜 후보의 억대 굿 얘기가 흘러나왔다. 원정스님은 “정수장학회 관련해서 초연스님이 굿에 참여했다고 하자 속으로 놀랐지만 겉으론 태연한 척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굿당에서 1억 5000만 원을 들여 굿을 했고 박근혜가 직접 참석했다고 하더라. 굿당의 위치는 정확히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 원정스님이 트위터에 ‘억대 굿판’ 의혹을 폭로했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만나 본 초연스님은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정수장학회를 이전에 들어본 적도 없고 굿은 아예 하지도 않는다는 것. 초연스님은 원정스님을 만난 기억이 거의 없지만, 이번 사건이 터지고 인터넷을 통해 원정스님의 사진을 본 후에야 가까스로 만났던 일을 기억해냈다고 한다. 초연스님은 “정확한 시일은 기억이 안 나지만 김장 준비를 할 때쯤 원정스님이 찾아왔다”며 “평소에도 손님이 많아 그저 법당을 찾아 온 스님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초연스님은 원정스님과 짤막한 대화를 나눴지만 원정스님에게 받은 첫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고 한다. 초연스님은 “갑자기 찾아와서 대도 조세형의 책을 쓴다고 사설을 길게 늘어놓더니 자신이 4개 국어를 유창하게 한다고 자랑하기도 했다”며 “본적이 어디고 소속이 어디시냐고 물었더니 정확히 대답을 못 하더라. 이상한 기분이 들어 저녁 공양 후 원정스님을 돌려보내고 공양주에게 다음에 저 스님은 절대 도량에 들이지 말라고 말해두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원정스님과 초연스님의 답변이 일치하는 부분은 ‘만났다는 사실’과 ‘저녁 공양을 함께했다’는 사실밖에 없다.
현재 새누리당은 의혹을 제기한 원정스님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새누리당이 이번 대선 과정에서 네거티브 대응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까지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지지자로 알려진 원정스님이 속한 ‘광해문 SNS 시민 네트워크’에서는 대응을 준비 중이다. 광해문 SNS 시민 네트워크 대표인 최유성 씨는 “원정스님이 의혹을 제기한 시점은 원정스님이 광해문 활동을 하기 전이라 개인적인 의혹제기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사건이 이슈화된 상황이기에 민주당 법률지원단의 도움을 받아 원정스님과 함께 사실 규명 운동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정스님과 2~3년 동안 함께 시민운동을 했다는 최 대표는 “원정스님은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다. 절대 허튼 소리를 할 분이 아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억대 굿판을 둘러싼 공방은 쉽게 밝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다수의 무속인에게 정치인들이 대사를 앞두고 억대 굿을 하는지 물어보니 의견이 분분했다. 한 무속인은 “정치인들이 굿을 하는 경우는 많이 봤어도 억대 굿을 벌이는 것은 거의 보지 못했다. 박근혜 후보가 그런 굿을 벌였다면 벌써 무속인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또 다른 무속인은 “정치인들이 선거 앞두고 호재를 위해 억대 굿을 벌이는 경우는 빈번하다”며 “박근혜 후보 정도라면 3억 정도는 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아직까지 박 후보가 굿을 벌였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박정환 인턴기자 kulkin85@naver.com
초연·원정스님은 누구?
초연 대도 조세형 씨 전부인, 원정 문 지지 ‘광해문’ 활동
초연스님의 본명은 이은경 씨다. 그녀는 지난 2000년, 대도 조세형 씨와 부부의 연을 맺어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009년 2월 조 씨와 신앙문제로 이혼 후 한국불교 조계종으로 출가한 이 씨는 현재 서울 면목동에 위치한 구룡사의 주지스님으로 있다. 17세 때 신령을 받은 이 씨는 보통의 스님과는 다르게 인생 상담을 주로 하고 있다. 구룡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신도 수는 2800여 명 정도, 제자는 40명에 이른다고 한다.
초연스님은 박근혜 후보의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초연스님은 “박근혜 후보를 위해 신도들과 기도를 한 적은 있다”며 “올해의 기운을 살펴보니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 자리에 오를 것이 유력하다”고 점쳤다.
1985년 대한불교 조계종에 출가한 원정스님은 현재 원정맥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원정스님이 한 매체에 기고한 칼럼에 따르면 “마이트레야붓다(미륵불) 30만 장을 쓰던 중 글에서 기가 나오고…지난 20년간 나에게 내재되어 있던 영적에너지가 폭발을 하였다”며 원정맥연구소를 운영한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원정맥연구소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신마비, 의식불명, 희귀병 등 각종 질병을 기로써 치료한다’고 안내되어 있다.
원정스님은 문재인 후보의 시민캠프 중에 하나인 광해문 SNS시민홍보단의 제2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원정스님은 트위터에 ‘박근혜와 뉴라이트 박살내기 모색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곽노현 전 교육감을 석방하라는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적극적인 야권 지지자다. 원정스님은 “국가와 국민을 책임지는 대통령 후보가 억대 굿을 벌인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진실은 밝혀지게 돼 있다”고 전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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