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경찰, 국정원 증거인멸 시간 벌어주기?
대치 장기화…이상호 “족벌언론 물타기로 호도될듯”
민일성 기자  |  balnews21@gmail.com  승인 2012.12.12  09:03:24  |  수정 2012.12.12  12:01:11
국정원 직원의 불법선거 운동 의혹 파문과 관련 당초 수사 협조를 약속했던 김아무개(29, 여)씨가 입장을 뒤집고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를 거부해, 대치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11일 “국정원 직원이 서울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며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과 선관위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경찰과 선관위 직원들이 이날 7시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로 출동해 김씨의 신분을 확인했으나 김씨는 국정원 직원임을 부인했다. 민주당 측에 따르면 선관위 관계자 2명, 경찰 1명, 민주당 당직자 1명 등이 7시께 오피스텔 문을 두드렸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후 7시 10분경 한 여성이 커피를 들고 오피스텔 복도로 들어섰고 “국정원 직원이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부인했다.

▲ 국정원 직원의 불법선거 운동 의혹 파문과 관련 당초 수사 협조를 약속했던 김아무개(29)씨가 입장을 뒤집어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를 거부해 대치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 이상호 기자 트위터(@leesanghoC)

경찰과 선관위 관계자는 김씨의 동의를 받고 잠시 오피스텔 내부로 들어갔으나 3분만에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후 김씨는 문을 걸어 잠그고 대치 상황으로 들어갔다. 김씨는 자신이 국정원 직원임을 부인했으나 국정원측은 오후 9시 30분경 보도자료를 내고 “이 오피스텔은 국정원 직원의 개인 거주지”라고 밝혔다. 또 국정원은 “정보기관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것은 네거티브 흑색선전이라고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밤 10시 40분경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김씨와 전화통화한 결과 김씨의 가족이 도착하면 컴퓨터, 휴대전화 등을 포함해 제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권 과장은 “김씨가 너무 떨리는 상황이라 가족이 오면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후 오빠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났고 김씨의 부모라는 사람이 등장했으나 당초 입장을 번복해 김씨는 수사 협조를 거부했다. 민주당의 거듭되는 “김씨의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증거로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에 경찰은 다시 진입하려 했으나 김씨는 끝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우원식 선대위 총무본부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본인이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는 허위 답변만 들고 난 이후에 조사가 중단됐다”면서 “경찰과 선관위가 결과적으로 수사를 매우 미진하게 한 것으로 허위 답변만 듣고 수사가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우 본부장은 “이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서는 국정원이 협조해야 한다”면서 “협조를 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것은 증거 인멸을 위한 시간 벌기”라고 즉각적인 협조를 촉구했다.

아울러 우 본부장은 “컴퓨터 데이터는 시간이 갈수록 증거인멸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검찰과 경찰은 현장을 빠른 시간 내에 보존해야 한다”면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확보하고 민주당의 입회하에 문을 열고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국정원 직원 김씨의 오피스텔과 비슷한 또다른 오피스텔의 내부. ⓒ 이상호 기자 트위터(@leesanghoC)

이날 밤 현장에 출동한 MBC 이상호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leesanghoC)를 통해 진행 상황을 전했다.

“가족이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경찰의 브리핑 후 이 기자는 “김씨 오빠 기다리기 시작.. 왜 오빠가 와야 히는 지”라며 “국정원 직원이 이 정도로 떨리고 불안해서 무슨 작전을 하겠나. 맨날 공작하다 들키고, 에구”라면서 경찰의 대응태도에 의문을 표했다. 

이 기자는 인근에서 국정원 직원 김씨의 오피스텔과 비슷한 또 다른 오피스텔 내부를 취재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같은 사이즈, 모델입니다. 1000만원에 월 100만원이라네요. 혼자 살기에는 비싼 집이군요”라고 지적했다.

또 우 본부장의 브리핑 후 이 기자는 “일단 현장을 유지하고 영장집행을 기다리는 장기전으로 접어들 듯 합니다”라며 “국정원으로서는 증거인멸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번 셈이죠. 경찰의 활약으로 이번 사안은 진실규명이 어려운 국면으로 넘어간 것으로 판단됩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새벽 2시 8분경 오피스텔 뒤쪽을 살펴본 이 기자는 이 기자는 “메트리스 두겹으로 깔려 있고, 607호는 커튼이 쳐 있다”면서 “밖으로 노트북을 빼돌릴 가능성 있다. 경찰차 한대가 와 있기는 하다. 벌써 빼돌리지 않았을까?”라고 주변 상황을 전했다.

이어 “607호가 불을 껐다 켜는 행동을 반복해 이상하게 생각했으나, 이제 생각해보니, 노트북을 빼돌리기 위한 행동이었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의구심을 보였다.

이 기자는 “처음에 선관위와 경찰이 간단히 확인만 했어도 밝혀질 일이, 결국 지리한 진실싸움 양상으로 전개될 듯하다”면서 “정치공세와 족벌언론의 물타기가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patriamea)는 12일 “국정원의 박원순 사찰,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등 MB 정부의 온갖 범죄에 대해서 침묵, 옹호했던 자들이 국정원 직원의 선거법‧국정원법 위반 혐의 조사 및 수사에 대해서 갑자기 이 직원의 인권을 강조한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지금까지 선관위와 경찰의 행동에는 어떠한 불법도 권한남용도 없다. 이 국정원 직원의 법적 인권 존중되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동시에 선관위의 조사와 수사기관의 수사 역사 엄정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교수는 “국정원 3차장실 심리정보국 안보팀 소속 직원을 혼자 오피스텔 사는 젊은 여성으로 치환시키고 선관위와 경찰이 이 여성의 주거를 야간에 침탈했음을 강조하는 논변은 균형을 잃어도 한참 잃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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