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211011946001


2시간 넘게 외신에 해명한 한덕수···제도 탓하며 ‘정부 책임’ 거리두기

입력 : 2022.11.01 19:46 박광연 기자


정부 책임 질문에 ‘농담’, SNS서 ‘말장난’ 비판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예고에 없던 외신 기자간담회를 열어 2시간20분 동안 정부 책임론에 일일이 해명했다. 주최 없는 행사의 안전 관리가 어렵다는 제도적 문제를 강조하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면서 경찰 부실 대응 논란에 거리를 뒀다. 정부 당국자들의 책임 회피성 발언에 유감을 표했지만 참사 발생에 대한 명시적 사과를 하진 않았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2시간20분 동안 외신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오전 급하게 잡힌 일정이었다. 외국인 사상자 41명이 포함된 이번 참사와 관련해 외신들이 정부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자 이를 해명하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당초 1시간 진행이 예정돼 있었으나 한 총리는 “모든 질문이 소진될 때까지 자리에 있겠다”며 시간을 1시간20분 넘겨가며 영어와 한국어로 답했다.


한 총리는 참사가 발생한 주요 원인으로 주최 없는 행사에 대한 제도적 관리 체계 부재를 지목했다. 그는 “주최 측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없을 경우 경찰이 중앙통제된 방법으로 군중 관리를 할 수 없다”며 “경찰이 통제권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없다. 전체적인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분명히 현지에 치안 담당 인력을 많이 투입했더라도 그러한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조금 (대응에) 한계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해 촉발된 책임 회피 논란과 맞닿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총리는 “국민 안전을 무한 책임지는 게 정부이기 때문에 책임을 면하는 건 있을 수 없다”면서 참사와 관련한 정부 책임에 대해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경찰이 사전에 신고를 접수하고 제대로 대응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에는 거듭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한 총리는 “현장에 계신 분들이 112에 신고한 게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런 것들이 적절히 취급되고 잘 대응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현장에 있던 경찰 숫자가 충분했는지, 제대로 작동했는지 문제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총리는 “경찰이 도심 집회에 집중한 나머지 이태원 쪽에 동원되지 못했던 사태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한 총리는 주최 없는 행사에 대한 안전 관리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배경으로 과거 권위주의 시절을 거론하기도 했다. 한 총리는 “경찰이 사전적으로 깊이 들어가서 개인의 집회를 제한하는 문제에 굉장히 부정적인 감정이 대한민국에 있다”며 “경찰이 기동대로 전체적으로 제압하는 방식은 원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약을 적게 하면서도 안전을 최우선에 둬야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개혁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 총리는 용산구청 책임론에 대해서도 “자발적으로 구성될 수 있는 행사와 관련해선 용산구청이 완벽히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며 “경찰에 군중 관리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선 누가 잘잘못이 있고 제대로 대응했는지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의 선제적 대응은 전반적으로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한 총리는 “선제적 예방 기법이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번에 저희가 미흡했던 부분은 동의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우종수 경찰청 차장은 “지난달 26일 이태원상인연합회와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관계자가 회의할 때 경찰은 교통과 질서유지, 범죄예방 협조를 당부했다”며 “특정 시점에 군중 관리를 강화하자는 것까지는 얘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책임 회피 논란을 빚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발언 등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한 총리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고 일부 정부 관료들이 코멘트(발언)했는데 그 부분은 정부와 뜻을 같이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며 “소통의 오류가 있었다는 건 저희가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이 장관이 발언이 제도적 미비 때문에 경찰을 아무리 집어 넣어도 소용없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일부 두둔했다.


한 총리는 이번 참사와 관련한 정부 차원의 추가 사과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 총리는 ‘조사 결과에 따라 공식 사과를 하고, 윤 대통령에게 진솔한 사과를 건의할 생각이 있나’라는 질문에 “오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안전 정책 주무부서인 행안부의 이상민 장관이 사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 총리는 또 “한국인들이 슬픔과 애도에서 분노로 바뀌고 있다는 생각에 백퍼센트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며 또다시 어려움에 직면한 젊은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건을 보면 한국은 여전히 잘 대응하고 있는 면모가 확실하다”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런 부분에서 역량을 제고시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한 총리가 간담회 도중 농담한 것을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총리는 ‘한국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통역 전달 문제가 생기자 사회를 맡은 총리실 관계자에게 “이렇게 잘 안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라고 말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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