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57022  

MB, 오늘은 안나와... 테니스장, 시민 품으로
[현장] 시민들 "지금 좀 조용히 지내야 할 때 아니냐"
13.04.20 13:53 l 최종 업데이트 13.04.20 15:16 l 남소연(newmoon) 김동환(heaneye)

▲  이명박 전 대통령이 편법적인 방식을 통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실내 테니스장을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오마이뉴스>의 단독보도가 나간 후, 이 전 대통령이 미리 잡아놨던 20일(토) 오전 확인차 다시 테니스장을 찾았다. 퇴임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실내 코트를 찾던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마이뉴스>의 보도 이후 비판 여론이 일자 차단됐던 예약 시스템도 19일(금) 뒤늦게 해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 남소연

새벽부터 온 봄비가 땅을 촉촉히 적신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실내 테니스장.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오지 않았다. 그가 없는 5번 코트는 혹시나 예약이 취소됐을까 하는 마음에 아침 일찍 이곳에 들렀던 시민들이 규정에 따른 절차를 거쳐 이용했다.

지난 18일 <오마이뉴스>는 누리집을 통한 선착순 예약제로 운영되는 올림픽공원 실내 테니스장 5번 코트를 이 전 대통령이 매주 토요일 오전에 편법적인 방식으로 독점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전 대통령이 이 코트를 이용한다고 전화로 통보하면 테니스장 관리 직원이 내부 예약 전산 프로그램에서 해당 시간 예약 신청을 아예 차단하는 식이었다.

보도 당시에는 이미 오늘(20일)까지 차단된 상태였지만, 이 차단은 전날인 19일 돌연 해제됐다. 이날 코트를 찾은 시민들은 이 전 대통령이 그간 받아온 특혜에 대해 "이제는 자연인이니 당연히 같은 조건으로 인터넷 예약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MB, 지금 좀 조용히 지내야 할 때"

이 전 대통령이 토요일 실내 테니스장을 애용했던 시간대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 이날 8~9시 인터넷 예약에 성공한 A씨는 "혹시나 해서 어제(19일) 저녁에 인터넷 예약 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시간이 비어있어서 예약했다"고 설명했다. 목요일까지는 예약 불가능으로 표시되었는데 하루 전인 19일에 '예약 가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  20일(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미리 잡아놨던 실내테니스장 5번 코트가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당일 현장접수로 9시부터 12시까지 경기장을 이용하게 된 테니스 동호인이 결재한 영수증. 주말 실내 3시간 이용요금이 7만5천원으로 적혀있다. ⓒ 남소연

그는 이 전 대통령의 테니스장 사용에 대한 생각을 묻자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토요일 오전이랑 수요일 오후 그렇게 쓴다고 이 동네에서는 말들이 많았죠. 테니스장 관리하는 직원이 원래는 주말에 쉬는데 그것 때문에 나오더라구요. 뉴스가 왜 안 나오나 했는데 딱 나오던데요."

문제의 5번 코트는 이곳에서 강습을 받는 회원들이 연습 코트로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곳이다. 지난해 5월 실내 테니스장 개장 이후 주중에만 시민들에게 개방했지만, 올해부터는 주말과 주중 모두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A씨는 "올해부터 일반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할 때도 회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았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렇게 쓰니까 더 고깝게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에도 남산 테니스장을 공짜로 이용하다가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그는 "대체로 '지금 좀 조용히 지내야 할 시기 아니냐', '저 사람은 또 저런다'는 반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쓰고 싶으면 공평하게 인터넷 예약해야"

이날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예약한 B씨는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덕분에 치게 됐다"고 웃으며 말을 건냈다. B씨는 우연히 아침에 이곳에 들린 일행이 코트가 비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현장결제를 해서 이곳을 이용할 수 있었다.

▲  20일(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미리 잡아놨던 실내테니스장 5번 코트가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당일 현장접수로 일반시민들이 테니스를 치고 있다. ⓒ 남소연

그는 "이 전 대통령이 그렇게 안 하던 때에도 이 코트에서 치고 싶어하는 동호회원들이 무척 많아서 예약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 정도 시설을 가진 실내코트가 서울 시내에서도 몇 군데 되지 않아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그는 "현실적으로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어쩌다 갑자기 비올 때 한 번 정도는 모를까 자기 사설 코트처럼 쓰는 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제는 자연인이니까 이 전 대통령도 5번 코트에서 치고 싶으면 공평하게 누리집의 선착순 인터넷 예약 시스템을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실내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친 뒤 차량에 오르고 있다. 새벽부터 비가 온 이 날은 실내 코트를 제외한 야외 코트에서는 예약을 해도 테니스를 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남소연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