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전 대통령, 특권의식 버리고 자숙할 때다
등록 : 2013.04.21 18:58

청와대를 떠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자세는 자숙과 근신이다. 본인은 억울할지 모르겠지만 이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길은 대체로 매우 싸늘한 편이다. 4대강 사업의 부실·비리 의혹, 국정원의 정치개입 등 그동안 가려져 있던 어두운 그림자들도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그런데도 이 전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은 이런 국민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직도 특권 의식에 젖어 과거의 영화를 연장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하다. 한달 월세가 1300만원이나 되는 초호화 사무실을 국민의 혈세로 운영하려는 것이나 최근 불거진 ‘황제 테니스’ 사건 등이 모두 그렇다.

이 전 대통령이 시민들의 권리를 박탈해가며 서울 올림픽공원 실내테니스장에서 꼼수로 테니스를 즐긴 것도 기가 막히지만, 사건이 불거진 뒤 보인 태도 역시 떳떳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 전 대통령 쪽은 “테니스장에 확인했더니 예약이 가능하다고 해서 사용료를 내고 쳤을 뿐 전산 조작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으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테니스 동호인들이 붐비는 토요일 아침에 ‘나홀로 테니스’를 치는 것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일인지 모를 리 없다. 잘못이 있어도 어떻게든 변명으로 어물쩍 뭉개고 넘어가려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이 전 대통령이 테니스를 친 시기가 북한의 핵실험 및 정전협정 파기 선언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로 높아진 시점이었다는 점도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때 “우리 국민은 불과 40마일 밖에 장사포로 무장한 북한이 있다는 것을 잊고 산다” “안보의식이 해이된 것은 사회적 환경이 만든 측면도 크다”는 등 여러 차례 국민들의 안보불감증을 나무랐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남북간 전쟁 위험까지 거론되는 순간에도 꼼수로 황제 테니스나 즐길 궁리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에 용도도 불분명한 대형 사무실을 유지하는 것을 과연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해야만 하는지도 참으로 의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사무실을 손님 접객 등의 용도로 쓰겠다는데 과연 다른 전직 대통령들은 맞을 손님이 없어서 자택을 집무공간으로 활용했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날이 갈수록 팍팍해져만 가는 서민들의 어려운 살림살이에 전직 대통령으로서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느낀다면 국민의 혈세로 그런 과소비를 하겠다고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봉사’니 ‘경험 활용’이니 하는 말을 꺼내기에 앞서 국민의 지탄을 받는 일이나 피하기 바란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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