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세훈 전 시장과 한방의 정치
[내일신문] 22면2단| 기사입력 2013-04-22 15:15   김준석 동국대 교수 정치외교학

얼마 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대학교수 변신 소식이 눈길을 끌었다. 서울 한 대학의 정책대학원 특임교수가 된 것을 놓고, 해당 대학의 일부 교수들이 임용취소 서명운동을 벌였다는 내용이었다. 

먼 과거에 일어난 일 같지만, 서울시 무상급식 조례를 놓고 온 나라가 뒤집어질 듯 시끄러웠던 것이 2011년 8월, 불과 1년 반 전의 일이다. '서울이 무너지면 무상급식이 전국을 뒤덮을 것이라며' 서울 사수를 외치던 여권의 중앙정치인 대부분이 정치적 수난을 겪었다. 

재·보궐 선거에 나섰던 나경원 전 의원은 역시 대학의 초빙교수로 몸을 담근 채 정치적 권토중래를 모색 중이다. 경남지사로 재기한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재·보궐선거 패배 후 대표직을 물러났고, 총선에서도 패배했다. 

만신창이가 된 디자인서울과 용산개발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반대 플랫카드를 들고 지하철을 돌아다니는 퍼포먼스를 벌일 때만 해도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2년이 채 못 되어 이렇게 추락할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으리라. 

최초의 재선 서울시장으로의 정치적 기반을 전제로 MB의 청와대 입성을 재현하기 위해선 정치적 폭발력을 가진 '한방'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오 전 시장이 지고 있는 정치적 부채는 그의 정치적 재기를 어둡게 한다. 먼저 복지가 한국을 넘어 시대의 담론이 되어버린 지금, 그의 무상급식 반대 투쟁기는 다소 시대착오적으로 보인다. 아이들 학교 점심밥은 대한민국의 명운을 결정할 망국적 포퓰리즘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의 역점 사업이었던 디자인 서울과 용산개발은 그야말로 만신창이다. 새빛둥둥섬은 개장도 하기 전에 '세금 먹는 섬'이 되었고, 서울의 모습을 바꾸겠다며 추진한 공공건축프로젝트는 새로운 도심의 흉물이 되었다. 

얼마 전 동아일보와 한 건축전문지의 전문가 조사에서 서울시 신청사, 새빛둥둥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3곳의 신 건축물이 한국 최악의 현대건축물 1위, 4위, 5위를 차지했다.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 사업이라던 용산개발은 현재 시공사는 부도처리되고, 주민과 사업주체 간 줄 소송이 예정되어 있다.

오 전 시장의 돈키호테적 사퇴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대한민국 정치판을 뒤집는 변곡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뜻하지 않게 생긴 서울시장 자리는 안철수, 박원순 등 정치신인이 그다지 어려움 없이 제도정치권에 진입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서울시장 선거의 패배와 안철수, 문재인 등의 전면적 부상은 당시 여권 주류로 하여금 '친이(親李)후보' 카드를 자연스럽게 접게 했다. 여권은 지지율 1위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체재를 개편하게 되었다. 오 전 시장의 대권 한 수가 역으로 박 전 대표의 당 내 후보로 가는 길을 탄탄하게 만든 격이랄까? 

무상급식과 4대강, 무엇이 더 국가재정에 위협적일까 

오 전 시장의 우려처럼 총선과 대선에서 여야가 복지 경쟁을 벌였다. 그리고 복지 담론이 확실히 자릴 잡았고, 경제 민주화도 새롭게 조명을 받았다. 무분별한 퍼주기 복지가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갈 것인가? 

그 전에 1년에 1000억이 드는 무상급식과 지난 4년 강바닥을 파는 데 낭비된 23조 중 무엇이 국가재정에 더 위협적인지 답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말하지 대운하나 4대강 같은 시멘트 경제를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누가 이후에 서울시장이 되더라도 시멘트 놀이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얼마 전 개봉한 미국영화 '링컨'은 업적 이면의 타협하고 협상하던 링컨을 그리고 있다. 정치거인 마가렛 대처의 삶에 대한 평가는 화려한 업적과 더불어, 그의 독선적 정책으로 인해 상처입고 절망한 많은 이들도 함께 조명한다. 과정에 상관없이 결과만으로 평가받던 시대는 갔다. 진주의료원의 존폐를 놓고 벌이는 작금의 논란이 '한방의 정치'의 재판이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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