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MB 종이기록…무단폐기는 중범죄
‘역대 최다’라더니 실제 업무관련 4% 불과…부처 협조 기록 없고 문서류 731권 행방 묘연
2013년 05월 05일 (일) 08:38:43 김경탁 기자  gimtak@gmail.com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오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귀빈실에서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 방미는 이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첫 공식행보였다. <연합뉴스>  
 
[매일일보] 퇴임한지 어느덧 두 달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의혹들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을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인 기록들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종이기록물들의 경우 실제 업무와 관련된 내용은 거의 없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퇴임 직전 이명박 전 대통령은 5년 동안 1087만9864건의 기록을 남겼다며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기록을 남겼다고 자랑했지만 얼마 후 이명박 대통령이 남긴 그 수많은 기록 중 비밀기록이 한 건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는 “구체적인 내역을 분석한 결과 실제 ‘대통령기록’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48만 건에 불과하다”며 “이 48만건도 제대로 관리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보공개센터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저렇게 기록을 많이 남겼다는 발표에 대한 의구심에서 분석이 시작됐다”며, “이 전 대통령은 대면보고를 즐겨하며, 청와대는 이메일로 업무지시를 하고, 민간인사찰기록은 무단으로 불법폐기 하는 등 기록을 남기는 것과는 거리가 먼 5년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일일보는 정보공개센터가 지난 3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이명박 대통령 이관 기록 관련 분석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 17대 대통령기록 유형별 비율  
 
실제 업무기록은 전체의 4%?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 완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록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정책포털 공감코리아 기록은 웹사이트 기록이다. 이 사이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기록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는 “웹사이트 기록을 대통령기록으로 수집하는 것에 대해 내부 의견이 분분했지만 16대 노무현 대통령기록 이관 당시에도 국정홍보사이트인 국정브리핑이 대통령기록으로 수집되어 형평성 차원으로 대통령기록을 수집되었다”고 설명했다.

공감코리아 웹사이트 기록 367만건을 제외한 720만7947건의 기록 중에서 대통령의 실제 업무와 관련되어 있지 않은 부서, 즉 청와대 경호처와 29개의 자문기관 기록이 96만5003건인데, 이를 뺀 순수한 대통령실 기록 610만여건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은 개별업무시스템 기록으로 53%에 달한다.

‘개별업무시스템’은 실제 업무와 관련되어 문서를 생산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청와대 관람, 식수 관리, 물품관리, 민원ARS 등 반복적이고 부수적인 업무와 관련해 사용되는 시스템으로, 실제 정무와 관련된 기록은 아니다.

이 부분을 빼면 280만여건의 기록이 남는데, 여기서 일반적인 정부 발간물류인 정책간행물 3064건, 선물 및 행정박물 2070건, 청와대 홈페이지 등인 웹기록 101만8779건, 사진 등 시청각 기록 137만6632건을 빼면 실제 대통령실에서 업무와 관련해 생산된 실제 문서는 48만건 (종이기록 24만5209건, 전자기록 23만6799건)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정보공개센터는 “대통령기록이라 부를만한 진짜 기록은 48만건에 불과하면서 자신이 남긴 기록이 천만건도 넘는다고 한 것은 단순히 숫자 불리기”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록은 떨어지는 ‘질’을 많은 ‘양’으로 만회해 보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타 기관과 업무협조 어떻게 했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나마 남아있는 48만건의 기록도 과연 제대로인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정보공개센터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록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2008년~2013년 동안의 대통령기록 생산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자료를 통해 대통령기록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것 갔다는 의혹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대통령생산현황보고 자료를 보면 2012년과 2013년을 제외한 각 임기년도마다 각 시스템별, 부서별 기록 생산량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실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임기 동안 위민시스템에서만 기록을 생산했다.

위민시스템은 청와대에서 사용하는 업무관리시스템인데요. 정부 내 다른 기관과 전자적 문서유통 체계를 갖추지 않은 시스템으로, 국무총리실이나 다른 중앙부처와는 시스템상 문서교류를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청와대가 타 기관과 업무상 문서유통을 하려면 다른 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신전자문서시스템이나 온나라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임기 기간 동안 신전자문서시스템과 온나라시스템의 기록 생산현황은 공란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에 대해 정보공개센터는 “이 시스템에 의한 기록 생산이 없었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데, 이는 업무수행상 불가능한 결과”라며, “다른 기관과의 공식적인 업무교류가 단 한건도 없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2009년 청와대에서는 용산참사를 무마시키기 위해 군포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업무지시를 개인 이메일로 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만약 5년 내내 이와 같이 직원들의 개인 이메일로 업무를 한 것이라면 개인이메일도 공공기록으로 관리해야 마땅하지만 이처럼 업무용으로 사용된 이메일 기록은 단 한건도 남겨지지 않았다.

넘겨진 종이기록 모두 민원접수?

위민시스템 같은 전자기록 뿐 아니라 종이기록도 문제이다. 생산현황보고 자료에 따르면 2008년~2011년 동안(2012년~2013년 기간에는 생산현황을 부서별로 구분해 놓지 않았음) 종이기록을 단 한건도 생산하지 않은 부서가 많다.

청와대는 업무의 특성상 대면보고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 기관에서 종이기록이 하나도 없는 부서가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기록이 없는 부서들은 경제수석실, 정무수석실 등 국정과 관련한 중요 업무를 담당하는 곳들이다.

정보공개센터는 “이들 부서에서 종이기록이 정말 단 한건도 없는 걸까? 모든 업무를 100% 전자적으로만 처리한 걸까?”라고 반문하면서 “진실이 무엇인지, 국가기록원과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사람들의 설명과 해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확인한 것처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 실질 종이기록물은 총 23만6799건인데, 이 수량은 대통령기록생산현황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타종이기록물 수량과 정확히 일치한다.

기타종이기록물이 대통령기록관에 종이기록물이라는 이름으로 이관되었다는 말인데, 대통령실에서 기타종이기록물을 생산한 부서는 민정수석실과 사회통합수석실 단 두 곳뿐이다.

그것도 두 부서가 중복되지 않고 1년에 단 한곳의 부서에서만 기타종이기록물을 생산하고 있다. 종이기록이 일부 부서에만 집중되어있는 것이 문제인 이유는 바로 이 남겨진 종이기록들이 민원접수기록일 가능성이 많다는 점 때문이다.

2009년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는 민원서신등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에서 기타종이기록을 남겼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2010년 이후 청와대는 조직개편을 통해 사회통합수석실을 신설하고 이 부서에서 민원과 관련된 업무를 총괄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기타종이기록물을 남긴 단 두곳의 부서는 모두 민원업무를 담당한 곳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남겨진 이명박 대통령의 종이기록 24만건이 민원관련 문서일 가능성이 충분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이관되지 않은 문서류 731권의 행방…

실제 업무와 관련된 종이기록은 어디에 있을까?

기록생산현황보고 자료를 보면 비전자기록물 중 문서류의 생산량이 나와 있다. 5년간의 문서류 생산량을 취합해 보면 총 731권이다. 문서 1권에는 일반적으로 25건의 기록 건이 들어있다고 하는 발표를 통해 역산하면 5년간 약 1만8775건의 문서 기록이 만들어졌다는 추산이 나온다.

이 문서류 역시 일부 부서에서만 생산된 것으로 확인된다. 총무기획관실, 메시지 기획관실 등 기관의 운영과 관련 있거나 보도자료나 연설문을 관리하고 있는 부서들의 기록만 남아있는 것이다.

2008년에 외교안보수석실에서 문서기록을 만들었다는 흔적이 있지만 그것도 겨우 4권에 불과하고 이후년도부터는 기록 생산 여부가 확인되지 않다.

정보공개센터는 “문제는 그나마 생산된 종이기록 731권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은 것 같다는 점”이라며, “행안부가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의 기록을 이관 완료했다며 발표한 보도자료 어디에서도 문서류 731권의 행방을 찾을 수 없고, 대통령기록관에 이 기록이 어디있냐고 물어보았지만 제대로 된 답변은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보공개센터는 “기록의 중요성은 아무리 말해도 과하지 않으며 더구나 대통령기록의 중요성이야 말할 필요도 없는데 그 중요한 대통령기록에 자꾸만 의혹이 생긴다”며, “그것도 기록관리와 정보공개에서는 흑역사라고 불러도 무방한 정부이자 4대강 사업, 한미FTA, 용산참사, 민간인사찰 등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가의 주권을 내놓고, 이 땅 구석구석을 헤집어 놓은 이명박 대통령의 기록에 의혹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정보공개센터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기록을 제대로 만들었는지, 만든 기록을 제대로 남겼는지, 관련자들의 해명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며, “만약 해명하지 못하겠거든 이명박 대통령 기록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기록 이관이 누락되었거나, 이관 이전에 기록이 무단으로 폐기 되었다면 이는 기록물관리법을 위반한 것으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는 중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정보공개센터는 덧붙였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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