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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 전북환경연합 "둑 높이기 사업 철저히 조사해야" - 연합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3/04/22/0200000000AKR20130422166900055.HTML

농어촌공사-KCC건설 ‘저수지 커넥션’
장남저수지 인부 4명 사상 사고…부실 설계 알고도 묵인
기사입력시간 [1229호] 2013.05.08  (수)  이석 기자 | ls@sisapress.com  

인부 두 명이 사망하고, 두 명이 크게 다친 전북 장수군 장남저수지 붕괴 사고가 시공사인 KCC건설의 부실 설계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CC건설측은 “경찰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감리를 책임진 한국농어촌공사측도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시사저널> 취재 결과는 사뭇 달랐다. KCC건설이 이미 외부 전문 기관에 의뢰해 설계의 문제점을 전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정확한 시기는 알지 못하지만, 사고가 난 시트 파일(물막이 가시설)로는 수압을 견디기 힘들다는 조사 결과를 (KCC건설이) 전해 받은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사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관련 조사 내용을 숨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부 4명의 사상 사고가 발생한 장남저수지 현장. 해체된 시트 파일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기자가 사고 현장에서 만난 공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다. 사고가 터진 것은 3월24일 오후 4시쯤이었다. 둑 높이기 공사가 한창이던 저수지 한쪽에서 굉음이 울렸다. 취수탑 공사를 위해 설치해놓은 시트 파일이 갈라지면서 발생한 소리였다. 현장에서 만난 한 인부는 “저수지 반대편의 공사 현장에서도 들릴 정도로 소리가 컸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는 인부 4명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수압에 의해 구조물이 뒤틀리면서 상단에 설치돼 있던 H빔이 인부들을 덮쳤고, 인부들은 20m 아래로 추락했다. 갈라진 틈으로 저수지 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공사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인근에서 작업하던 인부들이 급히 달려왔지만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살려달라”는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어렵게 두 명의 인부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때까지 KCC건설 직원은 단 한 명도 현장에 없었다. 뒤늦게 또 한 명의 인부인 지 아무개씨(60)를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나머지 한 명은 끝내 찾지 못했다. 날까지 어두워지면서 수색 작업은 중단됐다. 뒤늦게 구출된 지씨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에 숨을 거뒀다.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난 3월26일 실종된 하 아무개씨(54)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재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장수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시공사의 과실 여부에 수사의 초첨이 맞춰져 있다. 조만간 수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발주사인 한국농어촌공사나 시공사인 KCC건설 역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경찰 조사를 지켜보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런 가운데 KCC건설의 부실 설계로 사고가 터졌다는 현장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사고 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KCC건설은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로 공사를 수주했다. 처음 설계 단계에서부터 구조 계산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사고 후속 처리 과정 역시 매끄럽지 못했다. KCC건설은 사고 당일 이상 징후를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현장 관계자는 “일부 구간에서 물이 새 보수 공사를 하고 있었다”며 “작업반장 역시 현장 사무실에 이 문제를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수십 미터 아래에 있는 현장에 인부들을 보내 보수 작업을 하도록 했다. 작업반장이 다시 현장 사무실에 보고하러 가는 와중에 사고가 터져 피해가 컸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들은 “장남저수지 사고는 예견된 인재였다”고 말한다.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한국농어촌공사는 2010년 전북 장수·남원·진안에 위치한 저수지 공사를 턴키 방식으로 발주했다. KCC건설, 동양건설산업, 새천년종합건설 등이 입찰에 참여했다. 치열한 경합 끝에 KCC건설이 최종적으로 사업을 수주했다. 전체 공사 금액은 500억원대에 달한다. 하지만 공사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설계가 부실하다 보니 설계도를 무시하고 공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공사 관계자는 “설계도대로 공사하려면 도저히 진행이 안 됐다. 이 때문에 시공사와 일부 하청업체 사이에 설전이 오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사망 사고가 난 취수탑 역시 설계도에는 사각형으로 돼 있다. 하지만 실제 공사 과정에서 원형으로 변경됐다. 그럼에도 감리를 담당하는 농어촌공사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허윤진 한국농어촌공사 부사장이 대기업 특혜 논란과 관련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KCC건설 “경찰 조사 결과 지켜보겠다”

특히 장남저수지 현장은 전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우수 현장으로 꼽혔다. 지난해 한국농어촌공사가 실시한 품질 관리 경진대회에서 농어촌공사 사장 상을 받기도 했다. 전국 1300개 현장 중에서 단 몇 곳만이 입상했는데 그 현장에서 대형 사고가 터진 것이다. 때문에 농어촌공사의 부실 관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현장 관계자는 “최근 경북 경주에서 산대저수지 둑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비슷한 사고가 그동안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와 KCC건설의 관계도 석연찮다. KCC건설은 장남저수지 외에도 인근 수송저수지와 노촌저수지의 공사도 수주했다. 하지만 상당수 현장의 공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농어촌공사는 허위로 준공 처리하고 공사비를 지급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도 거짓으로 보고했다. 이미 공사비까지 받은 상태에서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관리가 허술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사고가 난 장남저수지 역시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도 공사비가 지급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 현장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상당 부분 공사가 진척돼야 했다. 하지만 공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허위 보고를 하고 공사비를 받아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농어촌공사와 KCC건설측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기자는 여러 차례 사실 확인을 요구했지만 “경찰 조사를 지켜보고 있다”는 말만 반복할 뿐 해명을 하지 않아 의문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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