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교민사회 하루 종일 술렁 “어디가서 한국사람이라고 말하는 게 창피”
워싱턴 | 유신모 특파원 simon@kyunghyang.com  입력 : 2013-05-10 22:01:05ㅣ수정 : 2013-05-10 22:01:05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알리는 활동도 맥 빠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 미국 방문 수행 도중 성추행을 저지르고 도주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9일(현지시간) 교민 사회는 하루 종일 술렁거렸다. 

처음 이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교민들은 반신반의하는 반응을 보였다. 흔히 퍼지는 근거 없는 소문일 수도 있다는 반응과 사실 확인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세였다. 

그러나 곧 청와대가 윤 전 대변인 경질 사실을 발표하고 성추행 혐의로 신고가 접수돼 미국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잇달아 나오기 시작하자 결국 분노와 허탈감을 토해냈다.

워싱턴 인근 버니지아주 페어팩스에 거주하는 교민 조모씨(58)는 “미국 생활 25년 동안 이번처럼 한국의 이미지에 치명적으로 상처를 준 일은 처음”이라며 “이제 어디 가서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 창피하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주 센터빌에 사는 최모씨(43·여)는 “정부를 대표하는 고위직 공무원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윤 전 대변인이 임명 당시부터 자질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결국 대통령의 고집이 화를 부른 것”이라는 반응도 많았다.

미국 내 한인 유권자들의 정치력 신장을 위한 풀뿌리 운동을 펼치는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석 상임이사는 이번 일이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김 이사는 “우리가 미국 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데 한국인 불법 안마시술소 사건이나 한국의 룸살롱 문화 등이 보도될 때마다 맥이 빠지고 조마조마하다”면서 “하필 모든 사람들이 주목하는 대통령 방미 행사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처음으로 이번 사건을 폭로한 미주 한인 여성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미시 USA’의 게시판은 하루 종일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한 회원은 “나라 망신시키고 도망간 X를 경질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며 “당장 미국으로 송환시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한국에서는 성범죄가 친고죄라서 현 상태로는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한 회원의 글에는 “정부에 처벌 청원을 하자”는 제안과 피해 여성에게 “용기를 내 한국에도 신고를 하라”고 촉구하는 댓글이 달렸다. 

다른 회원은 “아직도 이번 사건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면서 “한국 정부가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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