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1628
<무한도전> <나꼼수> 손대려는 세력은?
방심위 위원 9인 중 6명이 여당 몫이다.
정권 차원의 불편한 진실을 폭로하거나 비꼰 프로그램에 대한 징계가 잇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에는 트위터에 이어 팟캐스트까지 제재하려 한다.
기사입력시간 [217호] 2011.11.17 09:19:37 조회수 10182 박대용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부위원장)
MBC <무한도전>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표적 심의’가 계속되고 있다. 방심위 출범 이후 한 개 프로그램에 대해 무려 열 번째 징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방심위는 지난 7월에는 MBC 라디오 <박혜진이 만난 사람>이 일제고사를 거부해 해임됐다가 복직한 교사들을 출연시켜 일방의 의견을 전달했다는 이유로 주의 조처를 내렸고, 유성기업 노동조합 파업을 다룬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KBS 라디오 <박경철의 경제 포커스>도 같은 이유로 방심위로부터 권고 조처를 받았다. 미국 쇠고기 광우병 논란을 다룬 MBC <PD 수첩> 에 대해 시청자 사과 명령을, 천안함 의혹을 다룬 KBS <추적 60분>에는 경고 조처를 내리기도 했다. 대부분 정권 차원에서 ‘불편한 진실’을 폭로하거나 비꼬았던 프로그램에 대한 보복성 징계가 잇따르고 있다는 데 방송 현업자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잦은 제재 조처로 논란이 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박만 위원장(왼쪽)이 10월27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방심위는 대통령 직속 행정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하부 기관이다. 당연히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태생적으로 모순을 가진 기구다. 방심위 심의위원 9명 가운데 3명은 대통령이 추천하고, 나머지 6명은 국회에서 추천해, 결국 전체 9명 중 6명이 여당 몫이다.
송두율 사건을 담당했던 공안검사 출신인 박만 위원장에, 한나라당이 추천한 권혁부 부위원장은 KBS 이사 시절 <생방송 시사투나잇> 폐지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던 인사다. 민주당이 추천한 김택곤 이사는 방송 노조를 탄압한 대표 인물로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처음으로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해지한 사람이다. 특히 박만 위원장과 권혁부 부위원장은 KBS 이사 시절 정연주 사장을 축출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한나라당 추천인 엄광석 위원은 트위터 @2MB18nomA 심의 논란 당시 이를 대통령에 대한 모독으로 몰아붙여 결국 사이트 주소를 차단하게 만들었다. 대통령이 추천한 3명 중 2명이 공안검사 출신(박만·최찬묵)이고, 나머지 한 명은 <조선일보> 기자 출신(박성희)이다.
‘나꼼수’ 제재=인터넷 검열국
이처럼 정치 성향이 뚜렷한 인사들이 심의를 하면, 정치·사회 현안에 대해 항상 결론은 6대3일 수밖에 없다. 야당 추천위원 3명 가운데 1명 역시 주요 심의에서 여당 추천위원들과 견해가 다르지 않아 사실상 7대2나 다름없는 결론을 계속 내왔다. 더구나 과거 방송위원회 시절과 달리 방송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모두 심의 대상에 올리기 때문에 여당에 유리한 민원이 주를 이룬다. 정치적으로 불균형한 인적 구성으로 방송의 공정성을 심의하는 것이다.
방심위가 방송을 심의하는 법적 근거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심의하도록 한 방송법 32조이며, 방송법 33조에 따라 만들어진 방송심의 규정에 맞춰 심의를 하고 있다. 또 이렇게 심의한 결과는 방송법 100조에 따라 시청자에 대한 사과, 방송 관계자에 대한 징계·주의 또는 경고를 줄 수 있는데, 경고·주의 등 법정 제재의 경우 방송사 재허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방송 현업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방심위는 최근 특정 트위터 계정(@2MB 18nomA)이 대통령을 모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불법 사이트로 규정하고 차단하도록 한 데 이어 대통령을 풍자하는 시사 토크형 팟캐스트인 <나는 꼼수다>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위터나 팟캐스트 모두 국내가 아닌 해외 서비스인데도 방심위가 심의에 나설 경우 우리나라는 중국처럼 인터넷을 검열하는 국가로 분류될 수 있다.
언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학자 등은 이 같은 방심위의 심의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고 방송법 32조와 33조 개정과 방송심의 규정 9조2항 폐지를 논의 중이다. 정치적으로 불균형한 인적 구성으로 정치·사회 이슈들을 심의하는 방심위의 발전적 해체 등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실제로 현업 언론인들은 낙하산 사장이나 사악한 간부 못지않게 내면의 자기 검열을 강요하는 방심위의 정치 편향성을 띤 심의 결과에 대해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심의 결과가 미치는 파장 역시 제작자 본인뿐 아니라, 방송사 구성원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제작자 스스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헌법 21조는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사후 심의가 결국 검열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방심위가 사라진다고 해서 비판적이고 다양한 보도가 꽃을 피울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정치권력이 입맛대로 검열을 하는 관행이 줄어들고, 의욕적인 기자와 PD가 제작 과정에서 장애가 되거나 자기 검열에 갇히는 일은 감소할 것이다.
모든 심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소수자나 어린이 보호 등을 위한 심의는 해야 하되 정치·사회 이슈에 대해 행정처분까지 내려가며 제재를 가하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럴 경우, 결국 방심위가 정치권력이 방송에 대고 휘두르는 칼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권을 잡은 쪽에서 이 같은 심의 권력을 활용해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방송의 내용을 제한하고 검열하려 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적어도 이명박 정권에서는 ‘심의가 곧 검열’이라는 공식이 방송 현업인의 머릿속에 이미 뿌리 깊이 박혀 있다.
논란이 된 방심위 제재 내용
2008년 광우병 의혹을 보도한 MBC <PD 수첩>, 시청자에 대한 사과
미디어법을 보도한 MBC <뉴스 후>와 <뉴스데스크>, 각각 시청자에 대한 사과·경고
2009년 YTN 노조가 부르는 노래를 보도한 YTN <뉴스 오늘은>, 경고
2010년 천안함 의혹을 보도한 KBS <추적 60분>, 경고
2011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트위터 아이디 ‘2MB18nomA’의 접속 차단
박경신 방심위 위원이 개인 블로그에 성기 사진 게재, 경고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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