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담합의 쓰나미
공정위가 1차 턴키공사 담합 외에도 2차 턴키공사 업체를 조사 중이다. 검찰과 감사원 등도 전방위 조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담합 수익만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고제규·김은지 기자  |  unjusa@sisain.co.kr  [295호] 승인 2013.05.15  04:10:19

이명박 정부 때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 단어 가운데 하나가 ‘4대강’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사통합검색(카인즈)으로 2008년 2월25일부터 2013년 2월24일까지 이명박 대통령(MB) 재임 기간의 4대강 기사를 검색해보니 8만9224건이었다. 중앙지와 지방지를 비롯해 하루 평균 48건꼴로 4대강 기사가 난 셈이다. 그런데 MB 퇴임 뒤에도 당분간 4대강 관련 기사가 계속 나올 것 같다.

감사원은 지난 1월부터 국토교통부 등 6개 기관과 4대강 시공업체를 대상으로 담합 여부를 살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월2일 4대강 2차 턴키공사(2009년 10월 발주) 담합 의혹과 관련해 GS건설 본사를 조사해 관련 증거를 수집했다. 지난 3월27일에도 공정위는 2차 턴키공사에 입찰한 두산건설·한진중공업·삼환기업·한라건설·계룡건설 등 5개 건설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2차 턴키공사와 관련해 담합 정황과 증거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월 2차 턴키공사 입찰 과정의 담합 혐의로 대형 건설사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상태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등도 4대강 사업을 점검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도 4대강 보 등 수질과 안전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꾸려 사업 내용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조남진</font></div>충남 부여에서 진행된 4대강 공사.
충남 부여에서 진행된 4대강 공사.  ⓒ시사IN 조남진

정부 부처의 전방위 점검과 조사는 박근혜 대통령 의중이 반영되었다. 박 대통령은 첫 국무회의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그렇다면 이제 관심은 공정위·검찰·감사원 등 전방위 조사로 그동안 제기된 각종 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지 여부다.

4대강 공사 비리 의혹은 주로 1차와 2차 턴키공사, 그리고 총인처리시설(오염물 저감시설의 하나) 공사에 집중된다. 모두 담합 의혹이 불거졌다. 1차 턴키공사는 공정위 조사로 이미 담합 사실이 밝혀진 상태다. 4대강 사업 1차 턴키분은 2009년 6월 발주되었다. 주로 보(洑)를 건설하는 공사로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맡았다. 발주 3년 만인 지난해 6월 공정위가 1차 턴키공사 담합을 적발해 과징금 1115억4100만원을 물렸다. 당시 공정위는 현대·대우·GS·포스코·SK건설·삼성물산·대림산업·현대산업개발 등 8개 대형 건설사가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공정위 조사 결과 19개 건설사가 턴키공사가 발주되기 두 달 전인 2009년 4월 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 위원장은 당시 현대건설 손문영 전무가 맡았다. 시공능력과 평가액 순위 등을 기준으로 건설사별로 나눠먹기에 합의했다. 1차 턴키공사 15개 가운데 14개 공구에서 현대, 대림, 대우, 삼성, GS, SK 등 빅6 건설사가 각각 2개 공구를, 포스코·현대산업개발 등이 각각 1개씩 맡았다. 나머지 11개 건설사는 하위 업체로 공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뉴시스</font></div> 2007년 6월 한반도 대운하 설명회에 이명박 당시 당내 경선 후보가 참석했다.
2007년 6월 한반도 대운하 설명회에 이명박 당시 당내 경선 후보가 참석했다. ⓒ뉴시스

공정위는 왜 검찰 고발 안 했나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빅6 건설사 가운데 한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동시 진행되는 공사라서 어차피 건설사들이 나눠서 공사를 진행할 사업이었다. 한 건설사가 2개 이상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규모에 따라 자연스럽게 교통정리가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를 들러리로 내세우고 공구별로 낙찰자를 내정해 입찰에 참여한 결과 낙찰가율이 높았다. 낙찰가율이 100%에 가까울수록 공사를 발주한 정부의 예산 금액에 가까운 공사 가격을 써냈다는 의미인데, 4대강 1차 턴키공사 낙찰가율은 92.94%에 달했다. 보통 낙찰가율이 80~90%대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었다. 공정위는 담합을 통해 건설사가 올린 매출이 3조6434억원에 이른 것으로 보았다. 담합이 없었다면 1조원 이상이 줄었을 것으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추산했다. 경실련은 정부를 상대로 4대강 사업 예산액 산출 근거를 공개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이겨, 현재 발주처별로 자료를 건네받고 있다. 경실련은 이 자료를 근거로 조만간 부풀려진 액수를 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공정위가 1차 턴키공사 담합을 적발했지만 곧바로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담합 의혹은 2009년 10월 국정감사 때 불거져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2년8개월이나 지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기간에 4대강 입찰담합 조사관은 7명이나 교체되었다. 공정위가 사실상 담합 조사를 방치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또 당초 조사관 심사 보고서에는 담합을 주도한 빅6 업체에 대한 검찰 고발 조치를 담았지만 정작 최종 결정문에는 빠졌다. 담합 등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을 가지고 있어 고발을 해야 검찰의 공소 제기(기소)가 가능하다.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사법처리가 불가능하다.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하지 않고 과징금만 물리면서 담합으로 3조원대 매출액을 올린 대형 건설사들은 형사처분을 피해갔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뉴시스</font></div>지난해 5월5일 신동권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4대강 담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5일 신동권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4대강 담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턴키공사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총인처리시설 사업도 봇물 터지듯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총인은 물에 용해되어 있는 인의 총량을 말하는데, 인이 무단 배출될 경우 환경을 오염시킨다. 총인처리시설은 인을 응집제, 여과기 등을 이용해 물리·화학적 작용으로 처리하는 시설이다. 총인시설 공사의 담합 정황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민주당 한명숙 의원이 제기한 바 있다. 총인사업 가운데 턴키방식으로 발주한 36개 사업의 낙찰가율 평균이 무려 97.5%(30쪽 표 참조)에 달했다. 정부 발주 예정가에 거의 근접했다. 예를 들면 코오롱워터앤에너지가 낙찰받은 경기 가평·이천 총인처리시설 10개 사업의 낙찰가율은 98.9%였고, 태영건설이 맡은 대구 총인처리시설 사업은 낙찰가율이 99.9%였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 간의 입찰금액 차이도 담합 의혹을 불렀다. 파주시 총인의 경우 139억원 공사에 입찰 업체 간 가격 차이가 겨우 2000만원, 0.14% 차이였고, 남양주 화도총인의 경우 50억원 공사에 입찰가격 차이가 60만원, 0.01% 차이였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그 정도 차이라면 낙찰 예정 건설사와 들러리 건설사가 짬짜미해서 입찰에 응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총인시설 담합 의혹은 지난 2월 국회 의결을 통해 감사 청구되어 감사원이 살펴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 놓이자, 공정위에 자발적으로 담합 사실을 신고하는 건설사도 등장했다. 자진신고하면 과징금을 깎아주는 리니언시 제도를 이용한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총인시설을 수주한 2~3개 업체가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서로 눈치만 보다가, 한 곳이 담합을 신고하자 다른 건설사들도 털어놓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심사위원 로비 등 비리도 다양

담합을 통한 높은 낙찰가율은 검은돈을 양산했다. 최근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총인시설을 맡았던 코오롱워터앤에너지 내부 자료를 폭로했다. 우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사업 심의위원과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휴가비와 명절 떡값, 준공 대가비 1000만~2000만원씩을 전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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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에서 4대강 사업과 관련한 광범위한 로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로비 노하우도 다양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는 심사위원으로 나설 것 같은 교수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한다며 새 노트북을 들고 가서 그대로 두고 온다. 노트북을 쓰라고 주고 오는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이런 로비 폐해는 엉뚱하게도 지방 토목공학과를 뒤흔들어놓기도 했다. 전남대 토목공학과는 교수가 5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2명이 총인시설 비리 혐의로 기소되어 직위 해제되었다. 이 학교 토목공학과 박 아무개 교수는 광주시가 발주한 총인저감시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2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구속되었고, 김 아무개 교수는 낙동강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로부터 역시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방위 조사가 시작되자, 건설사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담합과 관련해서는 논의 테이블을 만든 게 이명박 정부라고 항변한다. 건설사들은 2007년 12월28일 인수위 출범 이틀 만에 장석효 당시 인수위 대운하 태스크포스 팀장이 소집한 회의를 지목한다. 당시 이 회의에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4개 대형 건설사와 설계회사 임원급 인사가 1명씩 참석했다. 4개 대형 건설사 가운데 한 관계자는 “인수위에서 잘나가던 장석효 팀장이 운하와 관련해 컨소시엄을 구성해달라 해서 건설사들은 그대로 따랐고 이것이 확대되어 나중에 건설사 간 협의회가 되었다”라며 “담합을 지시한 게 인수위가 되는 셈인데 인수위도 처벌해야 하지 않으냐”라고 발끈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마지막 퇴임 연설에서 “꽃피는 계절이 오면 4대강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싶다”라는 소망을 밝혔다. 꽃피는 봄이 왔지만 이 전 대통령이 4대강 주변에서 자전거를 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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