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변 콘크리트블록 치우랬더니 흙으로 덮어"
환경단체 "독성물질 나와"... 국토관리청 "설계대로 했을 뿐"
13.05.14 14:22 l 최종 업데이트 13.05.14 16:28 l 윤성효(cjnews)
▲ 경남 창녕군 부곡면 청암리 임해진. 낙동강의 물이 많아지면서 제방이 유실되자 호안블럭을 설치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강변에 콘크리트 호안블럭을 설치하는 것은 환경파괴라고 주장한다. 지난 4월 23일 때 촬영한 사진. ⓒ 조정훈
▲ 경남 창녕군 길곡면 소재 낙동강 임해진 제방에 콘크리트 블록이 설치되어 환경파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가운데 최근 블록을 흙으로 덮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윤성효
4대강사업으로 급격하게 침식한 낙동강 임해진 제방에 콘크리트 호안블록을 설치해 '환경파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제방을 흙으로 덮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13일 <오마이뉴스>와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이 벌인 낙동강 답사 때 임해진 제방에서는 블록을 흙으로 덮는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었다.
임해진 제방 유실은 지난해부터 진행되었다. 2012년 8월 태풍(볼라벤·덴빈) 이후 9월부터 둔치 쪽 축대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진영국토관리사무소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말까지 하천정비공사를 벌이고 있다.
호안보강공사는 가로 290m, 세로 15m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 콘크리트블록(가로·세로 각 1m) 4000개가량을 설치했다. 이곳은 창원을 비롯한 중부경남지역 식수원인 본포취수장으로부터 4.5km 상류에 있다.
경남시민행동 "콘크리트 블록에서 독성물질 나와"
▲ 경남 창녕군 길곡면 소재 낙동강 임해진 제방에 콘크리트 블록이 설치되어 환경파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블록을 흙으로 덮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환경단체는 콘크리트 호안블록에서 나오는 독성물질 탓에 물벼룩 등이 죽는다고 주장했다. 콘크리트 블록 일부가 물에 잠겨 있다. ⓒ 윤성효
'4대강사업 진실규명 및 책임자처벌 낙동강지키기 경남시민행동'은 지난 4월 29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블록' 철거를 요구했다. 콘크리트 블록에서 독성 물질이 나와 '반환경적'이라는 것. 경남시민행동은 "우리나라 시멘트는 폐기물을 원료로 하고 있어 중금속이 중국 시멘트보다 많다"며 "임해진 콘크리트 블록은 이런 시멘트를 사용한 것뿐만 아니라 구리제련 과정에서 발생한 동슬래그 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리제련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이라면 온갖 중금속이 함유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물벼룩을 이용해 콘크리트블록의 생태독성 실험을 한 결과 24시간이 지나자 물벼록 20마리 중 8마리가 죽어 치사율 40%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경남시민행동은 "임해진 하류에는 창원시민의 식수원인 본포 취수장이 있다"며 "폐기물을 재활용한 콘크리크 블록을 낙동강 수변에 버젓이 사용하다니 도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박창근 교수 "환경단체 지적에 흙으로 덮어버린듯"
▲ 경남 창녕군 길곡면 소재 낙동강 임해진 제방에 콘크리트 블록이 설치되어 환경파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블록을 흙으로 덮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윤성효
13일 현장을 살펴본 임희자 마창진환경연합 정책실장은 "반환경 공사를 발주한 정부는 사전에 콘크리트 블록이 낙동강 수질과 생태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점을 지적하니까 위장하기 위해 흙으로 덮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해진 제방 공사 상황을 전해 들은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14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하천정비공사를 하면서 '친환경' 이미지를 주기 위해 돌망태나 콘크리트블록을 설치한 뒤 흙으로 덮는 작업을 하는데 전문 용어로 '은제(隠堤)'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이명박정부 때 4대강사업을 하면서 '은제' 개념의 도입을 검토했지만 시행하지 않았다"며 "환경단체에서 지적하니까 임시방편으로 흙으로 덮어버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콘크리트블록 위에 흙을 덮어 놓으면 활착이 안돼 홍수가 나면 떠내려 가버리는데, 나중에 책임 소재가 불거질 수 있다"며 "임해진 제방에 '은제' 작업을 한 것은 콘크리트 블록이 생태적으로 건강하지 않다고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전형적인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제방 유실 예방하려고 하는 작업"
▲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진영국토관리사무소는 제방 유실이 심한 낙동강 임해진 쪽에 '호안보안공사'를 하면서 최근에 콘크리트 블록을 설치했다. 사진은 2012년 9월 1일 임해진의 제방 유실 현장 모습. ⓒ 윤성효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진영국토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흙으로 덮는 작업은 처음부터 설계되었고, 공법에 들어 있었던 것"이라며 "환경단체가 지적한다고 해서 블록을 위장하기 위해 하는 작업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중에 제방이 유실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사 도중에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 완공하고 난 뒤에 보고 지적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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