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피해 대리점 와해 시도… 새 협의회 결성 조직적 개입 정황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입력 : 2013-05-24 06:00:02

남양유업이 대리점 제품강매 등 불공정행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대리점협의회와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뒤로는 대리점협의회를 와해시키려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대리점주들이 중심이 돼 지난 12일 발족한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와 같은 이름의 대리점협의회가 지난 22일 발족하는 과정에 남양유업 본사가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기존 대리점협의회 회원들을 압박해 새 협의회에 가입하도록 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기존 대리점협의회는 이름을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피해자)’로 바꿨다.

현재 전체 남양유업 대리점주 1500여명 중 기존 대리점협의회(피해자) 회원은 100여명이고, 새로 발족한 대리점협의회 회원은 1400여명 정도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23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대리점주들은 자영업자라 본사에서 협의회 결성을 유도할 수 없다”며 “대리점협의회가 새롭게 발족했다는 사실도 어제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발족한 대리점협의회는 남양유업 본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새롭게 발족한 협의회와 교섭할 계획도 잡혀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 대리점협의회(피해자)가 이날 공개한 전·현직 대리점주들의 증언에는 본사 직원들이 새로운 대리점협의회 구성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나타난다. 대리점협의회(피해자) 측 관계자와 통화한 한 현직 대리점주는 “(남양유업) 나주공장 회의실에 지난 13일 해당 지역의 대리점주들과 본사 소속인 지점장, 지점 직원들이 모두 모였다”며 “해당 지점장이 ‘우리는 대리점을 그만둔 사람들이 만든 (기존 피해자) 협의회를 인정할 수 없다. 앞으로 이 협의회를 해서 우리끼리 잘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한 전직 대리점주도 “지난 13일 본사 직원들이 나와서 (새로운) 대리점협의회에 가입하도록 도장을 받고, 안 나온 사람들에게도 전화를 해 나와서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정승훈 대리점협의회(피해자) 총무는 “새 대리점협의회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전국에서 본사가 개입했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본사는 협의회와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리점협의회(피해자)는 24일로 예정됐던 남양유업과의 2차 교섭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창섭 대리점협의회(피해자) 회장은 “남양유업은 협상의 의지가 없고, 뒤에서 공작만 펼치고 있다”며 “대리점 100여곳의 피해 사례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남양유업 임직원 200여명을 추가 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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