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하청업체 선정 과정에 영향력 행사 정황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입력 : 2013-06-03 06:00:03

검찰, 남부발전 사장 불러 심사방식 바뀐 경위 조사
정치개입에 이어 개인 비리… 구속영장 가능성 커져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건설업자로부터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불구속 기소 쪽으로 기우는 듯하던 원 전 원장에 대한 검찰의 신병처리 방침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원세훈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부장검사)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정보국 소속 직원들이 15개의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다수의 ‘정치댓글’을 게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두 달 가까운 수사를 통해 원 전 원장이 ‘정치댓글’ 작업을 지시했거나 보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원 전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적용할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명시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도록 지시한 정황은 찾지 못했다. 

그러나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대선을 앞두고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정치댓글’을 단 행위가 결과적으로 대선에 개입한 모양이 됐고, 이것이 원 전 원장의 ‘지침’에 따라 이뤄진 만큼 원 전 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여지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원 전 원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터였다. 그러나 엉뚱한 곳에서 원 전 원장의 개인비리가 드러나면서 그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2010년 7월 한국남부발전에서 발주한 삼척그린파워발전소 제2공구 토목공사 하청업체 선정 과정에 원 전 원장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삼척그린파워발전소 제2공구는 두산중공업과 대림산업이 공동시공사로 선정된 400억원 규모의 공사다. 하도급 공사를 놓고 성보EnC, 베티건설, 초석건설, 강산건설, 정암EnC, 우원건설, 구산토건 등 협력업체와 비협력사인 황보건설이 입찰에 참여했는데, 비협력사인 황보건설이 협력업체 등록과 함께 하도급업체로 선정됐다.

종전까지 하도급업체는 협력업체 중 최저가 입찰을 통해 선정했으나 제2공구의 경우 비협력사인 황보건설이 낙찰되도록 도와주기 위해 심사방식을 적격심사방식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 원 전 원장이 당시 한국남부발전 기술본부장이던 이상호 한국남부발전 사장을 통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전 원장이 황보건설에서 수수한 수천만원은 그에 대한 대가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이 사장과 황보건설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서울 수서경찰서의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이 대선을 눈앞에 둔 지난해 12월16일 “국정원 직원이 정치적인 댓글을 단 흔적이 없다”고 발표하도록 한 것은 대선에 영향을 줄 의도였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서울청장의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다. 검찰은 또 서울경찰청에 대한 압수수색 당일 자신의 노트북 하드디스크를 삭제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박모 경감을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오는 5일쯤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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