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건설 정·관계 로비 의혹 확산… 원세훈 서울시 재직 때부터 ‘스폰서’ 역할
정제혁·조미덥 기자 jhjung@kyunghyang.com  입력 : 2013-06-04 06:00:02ㅣ수정 : 2013-06-04 06:00:02

황보연·원세훈·김중겸의 ‘3각 관계’ 주목
‘MB맨’ 줄줄이 연루… 황보 대표 구속 영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가 수사 중인 황보건설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초대형 ‘태풍’으로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중겸 전 한국전력·현대건설 사장 등 등장인물의 면면이 심상치 않다. 모두 ‘MB(이명박 전 대통령)맨’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여기에 청와대의 ‘사건 은폐’ 의혹까지 불거졌다.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의혹이라는 특수수사의 ‘본류’를 타고 이명박 정권의 권력형 비리에 대한 대규모 사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3일 황보건설 황보연 대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황보건설 대표가 분식회계를 통해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했다. 

핵심은 이 비자금의 사용처다. 검찰은 지난주 황보건설을 압수수색해 비자금 일부가 사용된 단서를 찾았다. 황보 대표가 원 전 원장에게 수천만원어치의 금품을 10여차례에 걸쳐 건넸음을 보여주는 ‘선물리스트’를 확보한 것이다.

3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불법 자금을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남산동 2가 황보건설의 폐쇄된 출입구 안쪽에 낡은 간판이 걸려 있다. | 홍도은 기자

검찰은 황보 대표가 원 전 원장이 서울시에 재직하고 있을 때부터 ‘스폰서(후원자)’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전 원장은 2006년까지 줄곧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는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을 보좌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금품을 제공받은 대가로 황보건설이 각종 관급공사에서 하도급업체로 낙찰되도록 힘을 써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2010년 한국남부발전이 발주한 삼척그린파워발전소 제2공구 토목공사에 황보건설이 선정되도록 원 전 원장이 외압을 행사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당시 한국남부발전 기술본부장이던 이상호 현 한국남부발전 대표를 통해 외압을 넣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이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지난 정부 때 황보건설은 행정복합중심도시건설청이 발주한 ‘정안 나들목~세종시’ 구간 도로 건설에 참여했다. 2008년 동대문 축구장 철거 시공사업, 4000억원 규모의 전남 여수 ‘타임 아일랜드’와 4800억원대의 전남 고흥 우주해양리조트 개발사업도 맡았다.

황보건설은 지난해 4월 한국동서발전이 발주한 당진화력발전소 9·10호기 토건공사에 들어가려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에 거절당했다. 당시 한국동서발전은 삼성물산에 황보건설을 하청업체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런 제반의 과정에 원 전 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황보 대표와 원 전 원장, 김중겸 전 사장의 ‘3각 관계’도 주목된다. 황보 대표는 원 전 원장과 김 전 사장의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고 한다. ‘김 전 사장이 원 전 원장을 만나고 싶을 때 황보 대표를 거쳤다’는 것이다. 검찰은 황보 대표가 김 전 사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현대건설, 한국전력과 그 자회사가 발주한 각종 공사를 따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사장은 2009~2011년 현대건설 사장, 2011~2012년 한국전력 사장을 지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황보건설이 각종 공사에서 괜히 횡재를 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말 김 전 사장을 소환해 4대강 사업 담합 의혹과 함께 황보건설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검찰은 황보 대표가 조성한 수백억원의 비자금이 원 전 원장 외 다른 정·관계 인사들에게도 흘러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황보건설은 부도가 나 지난해 5월 법정관리가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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