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맨 우리금융지주 이팔성 회장의 불명예스러운 퇴장, 그 뒷이야기
국민 혈세 모인 우리금융, ‘부실경영’ ‘도덕적 해이’ 만연
선초롱  |  sun@wolyo.co.kr [648호] 승인 2013.06.04  

측근 인사 임명, 공금자금 부당사용, 700억 성과급 잔치까지
수백개 차명계좌 통해 대기업 탈세 도와…실명제법도 어겨

MB 정권에서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리던 우리금융지주의 이팔성 회장이 ‘부실경영’과 ‘도덕적 해이’ 등으로 질타를 받으며 쓸쓸한 퇴장을 준비 중이다.

이 회장은 측근을 자회사 사장으로 앉히는 것은 물론 경영실적을 조작해 700억원에 달하는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등 방만한 경영 현실이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 고스란히 밝혀졌다.

또한 금융당국이 우리은행에서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관련 차명 계좌 수백여개를 포착하고 특별 검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은행의 부실경영에 대한 질타와 함께 CJ그룹의 탈세를 도왔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월요신문>은 MB맨 이팔성 회장의 사퇴와 관련, 업계의 뭇매를 맞고 있는 우리금융의 씁쓸한 뒷얘기에 대해 짚어봤다.

  

도피자금 인출허가, 성과급 잔치…‘경영부실 의혹 아닌 확정’

우리금융의 부실경영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지적들은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논란이 됐다. 작년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전 회장의 도피자금 인출과 관련된 사건은 부실경영 의혹을 증폭시키며 관련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 전 회장은 미래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흘 전인 작년 5월 3일 우리은행 서울 서초사랑지점에서 현금 135억원과 수표 68억원 등 총 203억원을 인출한 후, 4시간 후에 화성 궁평항에서 중국 밀항을 시도하다 검찰에 체포됐다.

여기서 문제는 3억원 이상의 거액이 인출될 때 우리은행은 자체 상시감시 시스템으로 걸러내야 함에도 김 전 회장이 돈을 찾을 때 그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이 같은 사실을 상부에 보고해야 했지만 이런 과정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고 판단, 지난해 12월 서초사랑지점에 영업 정지 등 중징계를 내리려다 사실 관계를 더 따질 필요가 생겨 잠시 보류시켰다. 이어 지난 2일 금융위 본회의에서 우리금융에 기관 경고, 관련 임직원에 대한 경고 또는 주의 조치 등 중징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목표 이익을 초과 달성한 것처럼 조작해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부당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우리금융 부실 경영 실태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감사원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와 자회사 경영관리실태에 대한 감사결과, 2011년 경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는데도 직원들에게 715억원의 초과 성과급을 부당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초과성과급은 실질적인 경영 성과인 ‘경제적부가가치(EVA)’가 목표 이익을 초과해야만 지급할 수 있는 것으로, 당시 우리은행은 실제로 목표 이익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우리금융이 다른 채권은행들과 공동 관리하던 3개 조선사의 경영 부진에 따라 대손충당금 5040억원을 추가 적립했어야 함에도 적립하지 않고 이익으로 반영해 EVA를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민혈세가 투입된 우리금융은 민영화 논의보다는 도덕성부터 회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도덕적 해이’ 전형적인 모습 보여…낙하산 인사, 공금 부당이용

우리금융이 도피자금 및 성과급잔치와 함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또 다른 이유는 이 회장의 측근 인사, 공적자금 부당이용 등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감사원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와 자회사 경영관리실태에 대한 감사결과’에서 우리금융의 낙하산 인사 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특히 이 회장의 측근 인사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이승주 우리프라이빗에퀴티(PE) 사장을 꼽았다. 우리금융은 이 회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이승주씨를 우리프라이빗에퀴티(PE)에 채용토록 추천했고, 우리PE는 이승주씨를 지난 2009년 8월 이 회사의 이사 대우로 채용했다가 2011년 3월에는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임원 선임 계획이 없던 우리자산운용에 우리증권 출신 이대우씨를 채용토록 추천, 우리자산운용은 임원 자리를 새로 만들어 2011년 7월 그를 부사장으로 선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우리아메리카은행 부실 경영을 책임지고 퇴임한 오규회 전 법인장을 2011년 6월 관계사인 금호종금 대표이사에 앉히기도 했다.

이처럼 낙하산 인사로 뭇매를 맞고 있는 이 회장은 올해 초 ‘인사 청탁’과 ‘줄 대기’를 하는 직원에 대해 엄중 처벌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12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메일을 발송해 “인사 청탁 등에 의존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조직 화합을 해치는 행위를 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인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물론, 필요시 개인 신상을 공개하는 등 불이익을 받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조직의 인사 문화를 해치는 외부청탁은 나와 우리금융의 미래 성장을 망치는 행위임을 명심하라”며 “이는 묵묵히 성실하게 일하는 많은 임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조직의 기강과 품위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심히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결국 우리금융 수장으로서의 철저한 인사관리로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이 회장은 스스로 ‘언행불일치’를 드러낸 셈이 됐다.

이와 함께 우리금융 임원진들이 도덕적 해이의 전형을 보인 정황이 속속 포착돼 질타를 받고 있다. 불필요한 출장을 나가 골프를 치거나 고가 선물을 사들여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2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 7000만원의 경비를 들여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따라 동반 출장을 나섰다. 여기에 함께 대동한 이들은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이병재 우리파이낸셜 사장, 허덕신 우리F&I 사장, 이승주 우리PE 사장, 김하중 우리금융저축은행장 등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당시 출장에서 이 회장과 황 사장만 업무와 관련한 일정이 일부 있었다”고 지적하며 “나머지 4개 자회사 사장들은 아무런 공식 일정 없이 휴식과 관광을 즐겼고, 마지막 이틀은 이 회장을 비롯한 6명이 함께 골프를 쳤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이 회장은 2010년, 2011년에 걸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 연차총회에도 계열사 사장들을 대동해 관광비용으로 회삿돈 1억40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조직 안팎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명제법 어겨가며 차명계좌 개설해줘”

경영부실과 도덕적 해이로 구설수에 오른 우리금융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거래 실명제법을 어겨 징계를 받은 사실 또한 다시 불거져 나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우리은행 신암동지점의 모 직원은 2011년 7월 A씨 명의의 우리급여저축예금계좌를 신규로 개설하면서 A씨가 오지도 않았는데 제3자가 제시한 A씨의 주민등록증에 대해 동일인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예금 계좌를 만들어줬다가 적발됐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의거, 금융거래 실명확인 의무를 위반한 직원 2명에게 견책 또는 주의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이 실명제법을 위반한 사실이 다시금 떠오르는 까닭은, 최근 CJ그룹 비자금 조성 혐의와 관련해 우리은행에 차명계좌가 수백여개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에 대한 특별 검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CJ의 주거래은행이므로 일단 우리은행만 특별 검사를 한다”며 “현재로선 다른 은행 검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은행과 달리 특정 증권사 이름이 명기돼 있지 않은 채 검사해보라는 통지만 와서 검찰에 다시 세부 사항을 요청할 방침”이라며 “의혹이 있다면 조사에 나설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검찰이 CJ 비자금 수사를 하다 보니 적발된 계좌에 실명제 위반 혐의가 있어 우리에게 정보를 준 것”이라며 “이 자료를 토대로 조사해 문제가 발견되는 기관 또는 임직원에 대해 징계를 할 예정이고, 검찰 수사를 통해 대부분 입증된 부분이 있어 우리은행에 대한 특별 검사도 빨리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검찰이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발견한 CJ 차명 계좌를 넘겨받았기 때문에, 우리은행을 조사해보면 실명제법 위반 등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어, 우리은행에 다시 한 번 중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이 대기업 비자금 사건 때마다 이름이 거론돼, 총체적인 내부관리 시스템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감사원 감사에 이어 금감원 특검까지 받게 돼 부실경영 의혹을 면키 어렵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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