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차남 ‘수상한 수산물회사’
비자금 세탁 의혹
등록 : 2013.06.26 08:15수정 : 2013.06.26 10:01툴바메뉴
삼원유통, 회사 명의로 땅·건물 매입에 집중
재용씨 조세포탈 확정판결 석달전 모두 팔아
전두환(82) 전 대통령의 둘째아들 전재용(49·사진)씨가 금융실명제 시행 직후 운영하기 시작한 업체 명의로 부동산을 대거 사들인 뒤 자신의 조세포탈 형이 확정되기 직전 팔아치워 최소 26억원을 거둬들인 정황이 드러났다. 업체 운영과 부동산 매매 시기를 고려할 때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세탁 창구로 이 업체가 활용됐다는 의혹이 인다.
25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등기과의 자료를 종합하면, 1993년 8월12일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직후인 8월28일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의 한 식품회사가 ‘삼원유통’으로 이름을 바꾼 뒤 1994년 3월1일 강릉시 주문진읍의 또다른 식품회사와 합병했다. 같은 날 삼원유통은 전재용씨가 현재 대표이사로 있는 음향기기 수입업체 ‘삼원코리아’의 서울 본점 주소에 서울지점을 등록하고, 다음달 사업 목적을 수산물 수입·가공업으로 바꿨다. 그해 12월에는 자본금 20억원이 투입됐다.
삼원유통은 부동산 취득에 집중했다. 1994년 3월1일 합병을 통해 강릉시 주문진읍 부동산 8180.53㎡의 소유권을 이전받았고, 1995년 12월16일과 1996년 12월5일에는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건물 1735.25㎡와 토지 2482㎡의 소유권을 취득했다. 1996년까지 삼원유통이 강릉시와 이천시 일대에 보유한 부동산은 토지 1만240㎡, 건물 8384.93㎡에 이른다.
이때까지 재용씨는 전면에 등장하지 않다가, 2001년 전두환 전 대통령 처남 이창석(62)씨와 그의 부인 홍정녀(61)씨가 경영진으로 등재된 뒤 2006년 등기이사에 올랐다. 삼원유통은 삼원코리아와 경영진이 상당수 겹쳤고, 삼원코리아는 재용씨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부동산개발회사 비엘에셋이 60%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그동안 전 전 대통령 비자금과 관련해 비엘에셋·삼원코리아 등은 주목받아왔으나 삼원유통은 이번에 처음 드러났다.
삼원유통은 재용씨의 조세포탈 사건 유죄 확정판결이 나오기 3개월 전인 2007년 3월26일 부동산을 일괄 매각했다. 강릉시 일대 부동산 1만3535.68㎡와 이천시 일대 부동산 4217.25㎡를 26억원에 팔았다. 재용씨의 조세포탈 사건 수사 과정에서는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일부가 포착된 바 있다. 삼원유통은 이후 사업이 휴면 상태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비엘에셋 관계자는 “전재용 사장은 삼원유통의 일을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용씨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송경화 김경욱 고나무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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