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종북세력 대응이라더니 이명박 넥타이 칭찬
김현 민주당 의원 범죄일람표 분석…국가 정책 반대하는 세력 낙인찍고 국정 홍보하는 국정원
입력 : 2013-07-05  12:31:20   노출 : 2013.07.05  12:31:20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국가정보원이 댓글 사건과 관련해 "종북 세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인터넷에 남긴 댓글 중 이명박 정부를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내용이 상당수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원세훈 전 원장의 국정원이 사실상 정치에 개입해 정권 홍보를 위한 국정홍보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4일 김현 민주당 의원이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한 국정원 범죄일람표를 분석한 결과 4대강 사업과 G20 정상회의, UAE 원전수주 등 이명박 정부가 치적으로 홍보하는 정책과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댓글을 보면 직접 작성하는 것도 있지만 기존 언론보도를 그대로 실거나 가공하는 형태로 이명박 정부를 홍보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삐노끼오'라는 이름의 작성자는 지난 2010년 3월 26일 다음 아고라에 "시민단체 등이 4대강 사업에 딴지를 걸 목적으로 앞다투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있는데 충분히 4대강 사업의 비효율성을 입증하지도 못하면서 괜히 딴지를 거는 통에 심각한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라고 썼다. 4대강 사업의 폐해를 지적하며 반대하는 시민사회에 대해 행정력을 낭비하는 세력으로 매도한 셈이다.

국정원은 또한 "4대강은 수족관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에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은 몽땅 4대강을 찬성하는데 왜 국회의원들은 모두 반대할까?, 이건 민주당과 떨거지들의 정치공세임을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요"라고 썼다.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적극 활용해서 4대강 사업을 홍보하는 모습도 보인다. 국정원이 인용한 언론보도 기사는 연합뉴스, 서울신문, 동아일보, 뉴데일리, 한국경제, 강원도민일보, 독립신문, 국민일보 등이다.

삐노끼오는 신영수 한나라당 의원이 2009년 12월 15일 경인일보에 기고한 글을 발췌해서 2010년 3월 26일 다음 아고라에 "689만명인 외래 관광객은 2천만명까지 확대해 현재 31위인 국가관광경쟁력을 15위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계획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4대강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서울지하철 노동조합에 올라온 게시물을 짜깁기해 4대강 사업을 홍보하는 게시물도 있다. 서울지하철 노동조합 게시물 원본은 "4대강 사업 예산은 한시적으로 투입되는 성격인 반면 복지 지출은 한번 시작하면 사실상 중단하거나 줄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따라서 우리나라 복지예산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더 늘려야 하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지 4대강 예산을 전용해서 단기적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라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국정원은 이 같은 내용을 부분적으로 인용해 "장기적 시각에서 예산확보를 위해 노력해야지 4대강 예산을 전용하여 단기적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진정 나라를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인기에만 영합하는 정책을 주장할 게 아니라 오히려 비현실적 복지경쟁을 비판하고 말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썼다.

▲ 김현 민주당 의원실이 4대강 사업 관련해 국정원의 게시글을 분석한 내용
 
G20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보수 인터넷 매체의 칼럼을 그대로 발취해 다음 아고라에 올리기도 했다. 2010년 6월 23일 국정원은 브레이크뉴스 칼럼 내용을 그대로 베껴와 "(이명박) 대통령의 섬세한 외교는 몇 가지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은 미국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일명 땡땡이 넥타이로 불리는 도트 넥타이를 착용했는데 이것은 이탈리아 베를로스쿠니 총리로부터 선물 받은 것으로 이탈리아 총리는 자신이 선물한 넥타이를 이 대통령이 잊지 않고 착용한 모습을 보고 매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상대를 배려한 이 대통령의 노력이 양국간의 우의를 다지는데 큰 힘을 발휘한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UAE 원전수출과 관련해서는 2010년 1월 1일 보도된 조선일보 시론을 편집해 "지난해 G20 정상회의 유치,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의 격상과 함께 사상 처음으로 47조원에 달하는 원전 수출이란 쾌거를 이룬 성과는 우리 국민에게 올 한해를 성공의 해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긍지를 주는 기분 좋은 결과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랍에미리트 원자력 발전소 수출에 대해 폄하하고 비방하는 목소리들이 있어 답답하기 그지 없다"며 이명박 정부의 원전 수출을 홍보했다.

김현 민주당 의원은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국정홍보처가 폐지되고 국정홍보를 실질적으로 담당할 곳이 모호해졌는데 그것을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원세훈 전 원장이 광우병 파동 대처에 미흡하는 평가를 내리고 심리전단을 확대개편하면서 이런 일을 한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의 경우 ‘정책이 잘못됐다’라는 것을 지적한 것데 그 세력을 좌파로 규정하고 대응한 것은 정치에 개입한 것이고 국정원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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