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palhae.org/sogilsu/balhe/balhe-43.htm
관련글 : 발해의 대외관계와 동아시아의 국제질서 - 서영수 http://tadream.tistory.com/6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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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국제질서와 발해의 건국
서영수 (단국대 교수, 고구려연구회 이사)
발해의 건국과 관련하여 종래의 주된 관심사는 대조영을 비롯한 건국집단의 민족적 성격과 건국시기 및 위치 문제 등이었으나, 발해 건국의 요인과 건국의 의미를 동아시아의 국제질서와 관련하여 보다 거시적인 입장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발해가 건국된 7세기 후반 동아시아의 국제정세는 668년 고구려의 멸망과 신라의 한반도 통일로 야기된 하나 의 전환기가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 있었다.
매초성(買肖城) 전투와 기벌포(伎伐浦) 해전에서 신라에 패배한 당(唐)은 676년 한반도에서 철수하여 안동도호 부(安東都護府)를 요동으로 옮기고 재차 한반도에 진출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신라(新羅)의 저항은 물론 서쪽으 로는 토번(吐藩)의 공세와 북으로는 돌궐(突厥)의 압박으로 이를 포기하고 동북아 여러 세력의 길목인 요동지역을 안정하는데 주력할 뿐이었다.
북아시아의 형세는 수당제국(隋唐帝國)에 의해 와해되었던 돌궐이 재흥하여 680년대에는 서(西)로는 천산(天 山)산맥으로부터 동(東)으로는 흥안령(興安嶺)을 넘어 서부 만주 일원에까지 세력을 뻗어 당을 압박해 왔다. 돌궐 의 재흥에 따라 만주 서북으로는 <고막>해(<庫莫>奚), 거란(契丹), 실위(室韋) 등이 새롭게 준동하기 시작하였고, 고구려 멸망 이루 동부 만주지역은 말갈(靺鞨) 여러 부 가운데 가장 강성했던 흑수말갈(黑水靺鞨)이 세력을 확장 하여 남진하다가 691∼692년경 당(唐)에 패배하여 물러난 뒤, 고구려 유민과 그 통제 아래 있던 말갈 부족들이 요 동, 동만주, 영주 등에서 새로운 집단을 형성하기 시작하였으나 통일된 구심체를 형성하지 못하고 산거한 상태로 있었다. 신라의 경우도 한반도에서 당군을 축출한 이후 새로 병합한 지역과 주민을 경영하여 대내적 체제정비에 주력하였던 까닭에 서북지역이나 만주로 군사적 진출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와같이 676년 이후 동만주 일원은 당, 돌궐, 신라 중 어느 쪽도 세력을 뻗치지 못하고 있었던 국제적 역학 관계에서 일종의 힘의 공백지대였다. 이러한 동북아의 정세 속에서 대조영(大祚榮)을 중심으로 영주(營州)지역에 서 일어난 고구려 유민의 연합세력이 당나라에 대한 항쟁을 계속하면서 동진하여 발해(渤海)를 건국하자 새로운 힘의 구심체로 등장하였으며, 건국이후 짧은 기간에 급속하게 성장하여 동북아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게 되었다. 요컨대 발해의 건국은 7세기에 시작되었던 하나의 전환기가 마무리되고 동아시아의 국제질서가 새롭게 재편됨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주목되는 것은 발해의 건국이 동북아시아에 대한 당의 지배화 과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의 동방 원정은 자국의 안위에 위협을 주는 새로운 통일세력이 등장하는 것을 사전에 저지하기 위한 것인데, 고구려의 멸 망으로 소기의 목적을 이룬 당은 책봉(조공)외교를 통한 전통적인 이이제이(以夷制夷) 정책을 취하기 보다는 도호 부와 기미주를 설치하여 이 지역을 직접 지배하에 두고자 하였다.
이러한 당의 정책은 漢의 郡縣化 정책에 대비된다. 그러나 신라와 고구려 유민의 저항 및 토번, 돌궐, 거란 등 북방세력의 남하 등 국제정세의 변화로 당의 이러한 정책은 漢의 군현화 정책보다도 짧은 기간에 종언을 고하고 책봉(冊封,조공)외교를 통한 전통적인 이이제이 정책으로 돌아가 주변 세력과의 공존을 모색할 수 밖에 없었다.
발해의 건국은 동아교섭사의 측면에서 본다면 당으로 표현되는 중국적 세계질서의 확대와 좌절이라는 이중구 조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발해의 건국으로 동아시아의 국제질서는 중원왕조와 북방세력 및 동방세력의 삼각 체제로 힘의 균형을 이루게 되었으며, 이후 책봉체제로 표현되는 당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성격을 규정짓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발해는 동아시아의 국제질서 속에서 중핵 조정자로서 한 축을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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