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준설·보 위치 ‘경부운하’ 판박이…뱃길 염두 보 4배로 늘려
박철응 기자 hero@kyunghyang.com  입력 : 2013-07-11 22:58:36ㅣ수정 : 2013-07-11 22:58:36

4대강 사업에서 담합 사실이 적발된 대형 건설사들은 줄곧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민자 방식으로 추진됐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준비할 때 모였던 컨소시엄이 재정 사업으로 전환된 4대강 사업에도 이어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운하나 4대강 사업이나 강바닥을 파내고 댐이나 보를 만드는 게 핵심이어서 공사하는 입장에서는 다를 게 없었다”면서 “어차피 같은 사업이어서 기존에 컨소시엄을 이뤘던 건설사가 다시 모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발표된 감사원의 보고서에서도 4대강 사업을 대운하와 유사하게 계획한 점이 건설사 담합의 빌미가 됐다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은 낙동강 구간의 경우 4억4000만㎥를 준설(강바닥을 파내는 것)해 부산에서 안동까지 320㎞ 구간을 수로 폭 200m, 깊이 6~6.5m의 물길을 만들었다. 이는 수로 폭 200~300m 이상, 수심 6m 이상으로 만들겠다는 경부운하 공사의 개요와 거의 일치한다. 또 당초 경부운하 계획에서 만들기로 했던 상주터미널, 낙단갑문, 구미갑문, 대구터미널, 고령터미널 등은 4대강 사업에서도 비슷한 위치에 상주보, 낙단보, 구미보 등 이름으로 형태만 바꿔 만들었다.

4대강 사업 계획 초기에 보 숫자를 4개로 했다가 이후에 16개로 늘린 것도 운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여러 개의 보를 설치해야 준설량을 줄이면서 배가 다닐 수 있는 수심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에서 운하의 필수 시설인 갑문과 터미널 설치 계획이 빠져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갑문은 보 설치와 별도로 어도 옆에 추가 설치하거나 둔치나 제방 등을 통과하도록 설치 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전문가들은 보의 일부 수문을 갑문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본다.

과거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대운하와 4대강 사업은 준설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운하는 하천 중심부 바닥을 파내 배가 다닐 수 있는 공간을 만들지만, 4대강 준설은 강 가장자리 바닥을 파내 둔치로 끌어올리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실제 4대강 사업에서는 강바닥을 넓고 평평한 사다리꼴로 파내는 운하형 준설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4대강 보는 모두 수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가동보 형식이며 수문의 폭이 넓어서 마음만 먹으면 배가 드나드는 통로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준설 방식도 사다리꼴로 만드는 등 대운하와 다른 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김 교수가 공동대표로 있는 4대강 사업 반대단체 명칭은 일관되게 ‘운하반대교수모임’을 유지했다.

국토부도 내부적으로는 4대강 사업이 대운하와 유사하게 진행되는 데 대한 문제점을 인식했으나 청와대의 요구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국토부는 2009년 2월 내부 검토 자료에서 “산악 지형이 많은 상류 구간에 홍수위를 낮추는 이유, 용수가 부족하지 않은 4대강 주변 지역에 물이 필요한 이유 등 수심 6m 유지에 대한 뚜렷한 장점이 없다”고 했으며 “배가 다니게 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6m 이상 수심의 획일적인 단면으로 정비하는 방안에 대해 환경, 생태 측면에서 납득할 만한 설명이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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