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동조 안 했으면 4대강 사업 절대 못했다"
[대운하가 된 4대강-긴급인터뷰 ④] 김진애 전 민주당 의원
13.07.17 10:26 l 최종 업데이트 13.07.17 14:27 l 유성호(hoyah35) 박소희(sost)

지난 10일 감사원의 발표는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이명박 정부가 주장해온 4대강 사업의 명분은 순식간에 뒤집어졌고, 4대강에 세워진 거대한 보는 '운하시설물'이 됐다. 박근혜 정부도 "국민을 속인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뒤늦게 밝혀진 진실 앞에는 끝까지 그 진실을 지켜온 사람들이 있다. <오마이뉴스>는 4대강 사업의 진실을 파헤쳐온 사람들을 만났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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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애 전 민주당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사단법인 '인간도시컨센서스'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박근혜 대통령은 의원 시절 4대강 사업을 두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은 그가 방조하지 않았다면 절대 못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김진애 전 민주당 의원은 "허탈하다"고 말했다. 2009년 11월 비례대표를 승계해 금배지를 단 그는 18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줄곧 4대강 문제에 매달리며 이 사업의 문제점, 대운하 사업과의 연관성 등을 꼬집었다. 스스로 "4대강 사업 현장 대부분을 가 본 사람은 자신과 박창근 관동대학교 교수뿐일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현장을 뛰어다녔다. 올 들어 잇따라 나온 두 번의 감사 결과는 그가 주장해온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전 의원이 감사원을 두고 "뒷북쳤다"고 비판한 이유다.

그는 또 "수상쩍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감사원이 제대로 일을 안 해서 재앙적 국책사업을 그대로 놔뒀는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시절부터 태도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감사에선 "청와대가 어떻게 지시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다"며 "국정조사는 꼭,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정조사로 4대강 사업의 진범과 공범, 동조범 모두를 밝혀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국정조사와 별개로 국무조정실이 주도하는 검증 작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국무조정실이 '4대강 사업을 검증하겠다'고 발표한 지 두 달여가 지났지만 조사위원회는 아직 위원 명단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4대강 사업 검증이 "박근혜 정부가 잘 할 수 있는 일인데, (위원회 구성조차 잘 안 되고 있어) 답답하다"며 "제대로 조사하겠다면 검증계획을 발표한 4월에 바로 조사위원회를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이 있거나 그냥 넘어가려는 것, 두 가지로밖에 생각이 안 된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의원 시절 4대강 사업을 두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은 그가 방조하지 않았다면 절대 못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책임도 따졌다.

다음은 <오마이뉴스>가 15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사단법인 '인간도시컨센서스' 사무실에서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김진애 전 민주당 의원 인터뷰 김진애 전 민주당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도 4대강 사업의 진실과 국민안전, 환경·국토 관련 부분을 정치적 관점에서 보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감사원 결과는 허탈하고 수상쩍어... 국정조사해야"

- '4대강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를 위한 것이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4대강 사업의 본질은 '운하 준비 사업'으로 '혈세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란 말도 했고, 그동안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해온 사람으로서 남다른 소회를 느꼈을 것 같다.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감개무량'하다고 했는데, 저는 엄청나게 허탈하더라. 또 하나는 '수상쩍다.' 그동안 저희가 제기한 문제들이 다 사실이었는데, (감사원이) 3~4년 만에 뒷북을 쳤다. 사실 야당 국회의원에겐 정부를 견제한다는 면에서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을 파헤치는 게 임무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얼마나 힘드냐. (정부는) 자료 안 주죠, 주더라도 왜곡해서 주죠, 발표하면 다 부정하죠. 

정말 기막힌 게 18대 국회에서 가장 큰, 핵심 이슈가 4대강 사업이었는데 단 한 번도 특별위원회가 구성된 적이 없다. 조사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국회가 할 일을 안 한 거다. 그래서 야당의원으로서 (4대강 사업 문제점을) 밝히는 과정에서 엄청 핍박받았다. 저를 악마 보듯 하는 사람도 있었다(웃음). 

제가 줄곧 얘기해 온 부분이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조령터널을 빼고는(기자 주 - 경부운하 계획에는 포함됨) 4대강과 한반도 대운하 계획이 다 똑같다. 수심도 그렇고, 16개 보나 물길도 그렇고. 또 하나 이상했던 점이,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 포기 선언을 하고 6개월 만에 4대강 정비사업을 들고 나왔다. 당시에는 수심 1~2미터(m)였고, 보는 4개였다. 이후 6개월 만에 대운하와 똑같은 마스터플랜이 세워졌다. 딱 봐도 꼼수다. 당시 국토부에서 외곽에 전담(TF)팀을 만들어서 청와대 지시를 받았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받았다. 이때 국토부에서 낸 자료를 보면 뭔가 있었다는 게 보이는데 하나 같이 거짓말하더라.

사실 이번 감사가… 참 정말, 국정원도 신뢰가 떨어졌지만, 감사원도 완전히 신뢰가 떨어졌다.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때는 감사를 제대로 하지도 않았다. 김황식 당시 감사원장이 4대강 감사를 계속 한다고 했지만, 이 대통령 측근 은진수 감사위원을 주심으로 해서 발표를 약 9개월 뒤로 늦췄고 결과도 문제 없다는 식으로 내놨다. 감사하는 시늉만 했다. 

제가 감사원 가서 직접 자료 봤다. 근데 거기 보면 감사원, 국토부와 업체들이 자료 조정하는 이야기가 다 나온다. 이걸 국정감사 때 제가 얘기하고, 대정부 질의도 했는데 아무도 신경 안 썼다. 언론도 하나도 다루지 않았다. 물론 <오마이뉴스>는 썼지만. (웃음) 그러니까 허탈한 거죠. 제 인생의 몇 년을 이런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재앙적 사업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썼는데."

- 방금 언급한 대로 1차 감사 때와 올 1월, 그리고 이번 감사 결과가 너무 달라서 한쪽에선 '감사원이 정치적으로 움직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사원은 왜 지금 시점에서 태도를 바꿨는가. (감사 결과 4대강에 문제 있다고 나온 건)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부터다. 감사원이 제대로 일을 안 해서 재앙적 국책사업을 그냥 놔둔 것이다. 국정원만 국정조사 받을 게 아니라 감사원도 받고, 새로 태어나야 한다. 감사원도 명확하게 하려면 자료를 다 내놔야 하는데 '4대강과 대운하가 유사하다'는 정도로만 얘기한다. 어느 정도 면피성 감사인 게 분명하다. 국정조사를 하면 감사원 문제까지 다 나온다. 꼭 필요하다. 

또 이번 감사는 아주 개괄적으로 나왔을 뿐, 청와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다는 내용이 없다. 그 부분을 꼭 밝혀야 한다. 그걸 감사원이 밝혀낼 수 있느냐, 못한다. 국정조사만이 할 수 있다. 근데 요새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4대강 자료 많이 폐기했을 텐데, 과연 국정조사가 가능할까?' 국정조사하면 나오고, 해야 나온다. 또 분위기가 바뀌면 증언이 있다. (4대강 관련 의혹이) 서류로 남아 있을 수 있겠나? 증언으로 나오지, 서류에는 정황만 나온다. 그래서 국정조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감사원 문제 말고도 4대강 국정조사가 꼭 필요하다고 보는 다른 이유는 없는지 궁금하다.
"감사원 감사에서 빠진 중요한 내용이 있다. 4대강 사업을 3년 만에 빨리 할 수 있던 가장 큰 비결은 기획재정부 덕분이었다.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 드는 것은 예산 편성 전에 사업 타당성을 조사해야 하는데, 당시 기재부가 '재해 복구를 위해 시급히 추진하여야 하는 사업은 타당성 조사를 안 해도 된다'는 법을 만들었다. 그것도 법으로 하면 국회를 통과해야 하니까 국무회의에서 바꿀 수 있는 시행령으로 했다. 타당성 조사 관련 시행령 개정이 없었다면, 어떤 턴키 공사도 불가능했다. 타당성 조사는 1~2년 걸린다. 또 그걸 하면 분명히 4대강 사업은 사업성이 없다고 나왔을 것이다. 시행령 개정이 (정부의) 가장 큰 묘수요, 꼼수였다. 

두 번째는 수자원공사(이하 수공)를 쓴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운하 사업 하는 데에 국민 혈세를 하나도 안 들이겠다'고 했다. 그런데 대운하와 똑같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한꺼번에 22조원을 쓸 수 없어서 수공을 끌여들었다. 8조원 가량을 수공이 채권을 발행해 부담하게 하는 바람에 수공 부채가 엄청 늘었고, 1년에 4000억 원 가까이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 이 또한 국정조사로 알아봐야 한다.

국정조사로 알아봐야 할 세 번째는 '새누리당의 역할'이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10일 감사원 발표 직후 '감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했다. 근데 (청와대와 새누리당에서)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고 할 일이 아니다. 당시 4대강 사업 예산을 날치기 처리한 사람들이 여전히 국회에, 청와대에 있다. 그들은 어떤 책임이 있는가? 정말 속았던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 지시 때문인지는 국정조사가 아니면 밝혀질 수 없다.

문제는, 4대강 국정조사는 국정원 국정조사보다 복잡해서 (정부와 여당이) 더 물타기를 할 수 있다. 또 4대강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쟁점도 여러 가지다. 상당한 양의 자료를 정확히 제출받고, 그걸 분석하고 또 증인을 제대로 채택해야 (진실이) 나올 수 있다. 제가 (민주당이) 올 3월 국정원 국정조사와 4대강 국정조사 추진할 때 '4대강은 빨리 국정조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굉장히 많은 것들을 쌓아놓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급하게 한다고 해서 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 국무총리실에서 만들겠다던 검증위조차 못 만들고 있으니까요… 못 만드는 건지, 안 만드는 건지…."

"4대강 사업 공범 등 책임 물어야 하지만... 진범 따로 있다"

- 이번 감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 주어가 '국토부'다.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사업을 위한 것이었다'는 내용 가운데 청와대란 말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고, 그나마 '대통령실'이란 표현정도만 나온다. 4대강 사업과 청와대의 연결고리가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국토부를 완전히 (4대강) 사업부로 전락시킨 게 이명박 정부다. (국토부가) 5년 동안 한 일이 4대강 사업뿐이다. 국토부를 완전히 앞잡이로 내세웠고, 많은 것들을 국토부가 제안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항상 하는 꼼수다. 청와대는 부처를, 부처는 전문가 아니면 산하기관을 미는 식으로 책임을 희석한다. 자신들도 문제가 되리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국회 국정조사로 당시 국토부 수장과 책임자들이 어떤 이유로 그렇게 했는지 밝혀야 한다. 정종환 전 장관이나 심명필 전 4대강 사업 추진본부장은 왜 전화를 피하는가. 심 본부장의 경우 자기가 전문가로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면 그렇게 말해야 한다. 전문적 판단은 오류가 날 수 있다. 행정적인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것은 오류가 아니다. 이와 관련해 증언을 들어야 한다. 국정조사로 압박하면 나온다."

- 결과적으로 4대강 사업은 환경적으로나 재정적으로 큰 피해를 남겼고, 사실상 '대운하 사전작업'이었다.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할까.
"간혹 공정위나 감사원에서 건설업자들이 부패해서 생긴 문제라고 몰아가는 경우가 있다. 근데 이걸 알아야 한다. 건설업자들은 공사에 얽히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한 증언도 나와야 하는데, 아직 없다. 기업 운영하는 사람에겐 기업 안 하겠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인데, 간접 증언이라도 나와야 한다. 건설업자들 증언이 없는 일이 가능했던 까닭이,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출신이라 업계 사정을 잘 안다. 거기에 부처, 산하기관까지 장악하고 있으니 가능했다. 

건설업체, 이명박 대통령 동문 등은 진범이 아니다. 공범과 방조범의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그들만 찾지 말자. 확신범도 있었을지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국정조사에) 나와서 자신이 어떻게 확신했는지 얘기해야 한다. 그가 전문성이 모자라서 잘못된 판단을 했다면 그 부분은 처벌하고, 확신 자체는 사회적으로 평가하면 된다. 공범, 방조범의 경우 제어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 안 지려야 안 질 수 없다. 4대강 사업은 명백한 대통령 사업이었고, 그는 공약과 달리 국민 혈세를 들여 대운하 사업을 했다." 

- 감사원의 최근 감사 결과를 두고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선을 긋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4대강 사업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보는가.
"박근혜 당시 의원이 방조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못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하고 싶어한 큰 사업 두 개가 4대강과 세종시 폐기다. 꼭 하고 싶어했다. 근데 세종시는 야당에서 아무리 반대했어도, 마지막 공은 박근혜 의원이 가져갔다. 대선 후보 시절 세일즈하기도 했다. 그것처럼 4대강 사업을 보자. 박근혜 의원이 당시 한 마디라도 했는가? 

저는 (4대강 사업 때문에)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론 환경 파괴가 안타까워서 박 의원을 끌어들이려고 여러 가지 고민을 많이 했다. 트위터로 질문도 하고…. (박근혜) 지역구에 있는 달성보에 가서 물었더니 한 번도 오지 않았다고 해서 '(4대강 사업과) 선을 긋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어쨌든 그는 한 마디도 안 했다. (대운하 공약이 나왔던) 초기에 짧게 말한 것 외에는 다 동조했다. 또 국토해양위원회 새누리당 위원 가운데에는 친이·친박 모두 있었다. 친박 위원들? 말 안 해요. 저는 항상 국토위(새누리당 위원)가 딱 두 종류라고 생각했다. 청와대와 똑같이 말하는 '앵무새', 무슨 꿀을 먹었는지 모르는 '꿀 먹은 벙어리.' 친박은 꿀 먹은 벙어리, 친이는 앵무새였다. 그러면서 찬성표는 계속 던졌다.

그래도 박근혜 의원이 이공계 출신인데, 이렇게 비합리적인 사업을 두고 '속도와 규모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하다' 정도는 말할 줄 알았다. 하지만 한 마디도 안 하더라. 그렇게 침묵할 수 있는 것도 '끈기'라고 해야 하나요? 놀라운 분이다. (웃음) 공인으로서 근본 자세가 되지 않았다고 봤다. 공인이라면 '여러 가지 문제는 있으나 대통령 사업인 만큼 추진해보고 나중에 말하자' 아니면 '신중을 기하자' 등등 입장을 밝혀야 한다. 어떻게 공인이, 그것도 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아무 말도 안 할 수 있냐."

"박근혜, 의원시절 아무 말 안해... 친박은 꿀 먹은 벙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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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애 전 민주당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사단법인 '인간도시컨센서스'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국정조사를 통해 4대강 사업의 진범과 공범, 동조범 모두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 박근혜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검증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세웠지만 지지부진한 상황도 크다. 국무조정실에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아래 4대강 조사위)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야당이나 환경단체 관계자들 얘기를 들으면 삐걱거리고 있다.
"하여튼 저는 박근혜 정부가 답답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여겼다. 국정원이 처음에 문제됐을 때 '나도 댓글사건 같은 건 몰랐지만,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문제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그럼 어떻게 국정원을 개혁할 것인가'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4대강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조사하겠다면, 4대강 조사위를 만든다고 했던 4월에 바로 만들어야죠. 아니, 그걸 못 만드는 이유가 뭐냐. 너무 이상하다. 

당장 보를 허물자고 할 수도 없다. 우선 '안전 문제 등을 제대로 살펴보면서 국민과 공유하겠다고, 4대강 사업은 제 임기 5년만이 아니라 국가의 100년과 관계 있다'면서 조사위 만들고 하면 된다. 근데 왜 안 할까? 도대체 이유가 뭘까? 이건 국민들이 의문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모두 이명박과 관련 있거나 박근혜 대통령이 '나도 알고 있지만 넘어간다'일 수 있다. 이 두 가지밖에 생각이 안 된다. 일반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하고 남북관계를 중시하면서도 대북특검을 하지 않았나. 또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국민들이 여러 가지 면에서 분노하고 있다. 그렇다면 원칙과 상식을 갖고 어느 정도 선을 그을 수 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하면서도 확실하게 밝힐 것은 밝히고, 다시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게 공인의 일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점점 이상한 덫에 빠지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 든다. 왜 그렇게 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국무조정실 4대강 조사위는 그대로 가면서 국회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 필요도 있다. 제가 지난해부터 주장했는데, 국무총리실은 아무래도 (정부 산하라 진상 규명에) 어려운 면이 있다. 근데 국회는 여야가 5대 5다. 야당 의견이 들어가서 팽팽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 2010년에도 야당이 조사위를 만들자고 했지만 안 됐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저는 국회 조사위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국정조사를 한다고 해도, 사십몇일 하는 통상적인 방식으로는 안 된다. 훨씬 더 길게 하면서 복잡한 먹이사슬을 다 밝혀내야 한다."

- 많은 사람들이 '4대강 사업의 진실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 더 드러나야 할 일들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딱 세 가지다. 사업 추진 과정이 어떠했는가, 보의 안전성·수질 등 현재 문제점은 무엇이며 어떤 대안이 필요한가. 저는 지금도 비가 오면 불안하다. 4대강 사업 때문에 중남부에 조금만이라도 비가 많이 오면 (보 안전성 문제로) 마음이 두근두근하다. 더군다나 4대강 사업 때문에 다른 강에도 계속 손을 대고 있다. 이런 일을 계속 해야 하는가?

또 한 번은 (보에 가둔) 물을 빼봐야 한다. 물 밑에 있어 보이지 않는 것들, 얼마나 콘크리트를 들이부었고 균열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독일 등 유럽 선진사회에서 운하 사업을 안 하기로 결정할 때엔 몇 년씩 모니터링했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설마 5년 동안 별일 있겠어'하면, 그러다 사고는 갑자기 나거든요. 그게 무섭다. 4대강이 당장 큰 문제가 없어도 환경·수질·안전 관련 모니터링은 계속 해야 한다. 근데 국토부가 주관할 일인데 신뢰를 잃었으니 국무조정실이 나섰다. 그럼 일 좀 제대로 해보라고요. 국민 불안에, 돈 점점 들일 이유가 뭐가 있냐. 

박근혜 대통령도 4대강 사업의 진실과 국민안전, 환경·국토 관련 부분을 정치적 관점에서 보지 말아야 한다. 국정원도 그렇지만, 국기(國基)나 국토 문제를 정치적으로 보는 건 말이 안 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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